이형석 이야기 92

내가 글쓰는 방법 5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는 60대가 되었어요. 개미는 몸도 아프고 외로웠습니다. 가족이 옆에 없으니까요..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어요. 개미는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짚어봤어요. `나는 왜 그토록 일만 했을까.. 결혼은 왜 했을까.. 가족이란게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지금 현재 자신이 아파도 누구하나 거들떠 보는 가족이 없었어요. "내가 몸이 좀 안좋아. 이제 아이들도 다 컸으니 당신만이라도 돌아오면 안돼?" "왜? 어디 아파? 그럼 병원엘 가야지. 멀리 있는 나에게 전화하면 어쩌라구?" 개미는 슬펐어요. 자신이 병원에 입원했을때, 혹은 죽었을때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지, 또..

이형석 이야기 2022.06.19

체육관 귀신 2

다섯명의 아줌마 귀신들은 꿈을 꿀 때마다 나타났다. 하는 말은 항상 같은 라는 말이었고, 나는 항상 그들과 말다툼을 하였으며 꿈은 드라마처럼 매일 이어지는 내용으로 꾸었다. 나는 절에 찾아가 스님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귀신들이 좀 쎄네...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서 나가는 거야." "수련생들 인원도 있고, 다른곳으로 갈 돈이 없어요." "음... 그럼 한 번 고사를 지내봐. 크게 차릴건 없고, 간단하게 매월 한번씩 지내도록 해." 고사를 지내는 날이면 기가 막히게 새로운 수련생이 한사람 등록을 했다. 그리고 한달 동안 다른 수련생이 한사람 그만두었다. 체육관 수련생은 항상 같은 인원수였다. 한사람이 그만두고, 새사람이 한명 들어오는 수입과 고사비용을 계산해보면 조금씩 손해였..

이형석 이야기 2022.06.14

내가 글쓰는 방법 4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는 50대가 되었습니다. 개미는 여전히 기러기아빠로 살고 있었어요. 여전히 가족이 그리웠지만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했어요. 얼마전 아들과의 통화에서 기분이 상했던 것이지요. 국제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아들이 대뜸 영어로 말을 하는거에요. "야, 아빤 영어 몰라. 한국말로 해." "에이, 아빤 영어도 몰라? 무식한 아빠네." 개미는 마음이 무척 상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유학도 보내고 생활비에 학비를 매달 송금했는데, 이렇게 아들에게 무시를 당하니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후회가 되었어요. 아내도 어떻게 지내는지 자주 연락도 안하고, 귀국할 생각도 하지 않고.. 개미는 이렇게 외로울때면 혼자서 술을 마시면서 지냈어요. 베짱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베짱이가 다가서면 ..

이형석 이야기 2022.06.12

체육관 귀신 1

1989년에 서울에서 합기도체육관을 개관했다. 합기도 포스터를 만들어 전봇대에 붙이고, 현수막을 걸고, 간판을 걸면서 몇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련생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바빴던 시간이 조금 느슨해졌을 무렵 나는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다가 가위에 눌렸다. 그것도 대낮에 말이다. 손과 발이 마비가 되는듯 싶더니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으니 정말 난감했다. 체육관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후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분명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녹음을 해놓고 속도를 빠르게 틀어 놓은 것과 같이 말이다. 나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

이형석 이야기 2022.06.10

도인의 기질인가?

어렸을때의 나는 아주 조용한, 누구와도 말을 잘 안하고 혼자서 이생각 저생각으로 상상을 하는 아이였다. 학교를 들어갔을때도 짝하고도 한마디 안하는 아이였어. 혼자 책상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서는 또 멍하니 앉아 있는... 국민학교 2학년 어느날인가 비가온 다음날 밖에 나가니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었어. 빗물이 고인곳을 바라보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보였지. 나는 그곳을 밟는 순간 구름속으로 빠져 죽는줄 알고 고인물을 피해 다녔어. 누군가는 바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순수했다는 이야기지. TV 만화영화인 우주소년아톰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날아다닐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엄마없는 하늘아래 라는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 스무살 시절 활법을..

이형석 이야기 2022.06.07

내가 글쓰는 방법 3 <개미와 베짱이>

4. 글을 길게 쓰면서 상상력과 현실을 대비해본다. 옛날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았어요. 개미는 부지런하게 일을 하면서 알뜰살뜰 살았지요. 그러나 베짱이는 매일매일 빈둥대며 백수 건달로 살았어요. 개미는 하루종일 일만 했어요. 개미가 쉬는 시간이라고는 잠잘때와 식사시간, 그리고 화장실을 갈때 뿐이었어요. 누가 봐도 개미는 이었습니다. 베짱이는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비도 걸고, 싸움도 하며 거칠게 살았습니다. 베짱이가 남에게 해코지를 안할때는 기타치며 노래할때 뿐이었어요.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개미가 그늘에 앉아서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으려고 할때 베짱이가 왔어요. "어이~, 그거 이리 줘, 밥 좀 먹어야겠다." "이건 내 도시락인데? 그럼 난 뭘 먹으라구?" "넌 집에 가면 먹을거 많이 있잖아, ..

이형석 이야기 2022.06.05

내가 글 쓰는 방법 2

1. 짧게 써본다. 옛날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았어요. 개미는 열심히 일했지만 베짱이는 매일 놀기만 했어요. 추운 겨울이 오자 개미는 그동한 모아놓은 음식들로 아무 걱정 없었지만 베짱이는 놀기만 했기 때문에 먹을게 없었지요. 결국 개미의 도움을 받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베짱이는 지난 날들을 후회하며 열심히 살았답니다. 2. 조금 길게 써본다. 옛날에 개미와 베짱이가 살았어요.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해서 앞으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서 곡식을 차곡차곡 비축해 놓았어요. 그러나 베짱이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매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놀았답니다. "개미야, 너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니?" "겨울에는 식량이 없어, 지금 준비 안하면 안돼." "겨울은 아직 멀었어. 아직은 놀아도 걱..

이형석 이야기 2022.05.20

싸움은 힘으로 하는게 아니다.

1982년으로 생각되는, 내가 서초동 체육관에 태권도사범으로 있을때의 일이다.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S중학교에 다니던 1학년 학생 둘이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 있었다. 두사람을 갈라 놓고는 물었다. "왜 싸웠어?" 두사람은 서로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계속 싸우고 싶어?" "네." 두사람이 거의 동시에 약속이나 한듯 대답한다. "여기는 태권도장이야. 따라서 싸움을 해도 태권도식 겨루기로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거야?" 순간 두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한사람은 태권도 2품이었기 때문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다른 한사람은 이제 갓 시작한 노란띠였기 때문에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는 사라지기 시작한 태권도장에서의 선후배 문제도 해결하고 싶었고, 겨루기로 한다면 노란띠가 싸움을 ..

이형석 이야기 2022.05.18

내가 글 쓰는 방법 1

아주 어렸을때 누군가 나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책은 없었고, 책을 살 돈도 없었으며 도서관이라는게 존재하는지도 몰랐었다. 그러다가 내가 처음으로 접한 책이 장발장이었다. 그 책을 수없이 읽고 또 읽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오로지 주인공에게만 몰두하였기에 주인공이 아닌 그 외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장발장 외의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많이 읽었음에도 말이다. 어느날인가 형이 책한권을 들고 들어 왔는데 책의 제목이 이었다. 나는 그 책을 수십번 읽었지만 김두한 외에 다른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해서 다른사람과 이야기를 할때에도 김두한에 대해서 이야기 할게 없었다. "청산리 전투의 ..

이형석 이야기 2022.05.15

활법이야기 63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60대 초반의 여성이 방문했다. "요즘 너무 어지러워서요. 여기 오는데도 몇번을 쉬었다 왔는지..." 어지럽다는것은 목의 문제일 것이고 걸음을 오래 걷지 못하다는것은 허리의 이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전체적으로 척추에 대해 진단을 했으나 별다른 이상은 찾을수 없었다. 약간의 골반회전, 약간의 다리 길이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정도는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어지러운 증상과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했다. "척추에 대해서 크게 이상이 있는건 아닌데요. 이정도의 척추면 거의 정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척추에 이상이 없다는건 좋은 말인데, 저는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요?" 척추에 이상이 없다면 다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어지럽다는건 일단 머리를 의심해야 하는데 머리에 이..

이형석 이야기 202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