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92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5

에필로그 누나와 어머니는 의정부로 이사가셨어. 세째형이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로 했지. 큰누나는 인천에서 의정부를 매일 다녀가셔. 창신동보다 훨씬 멀어진 셈이니 얼마나 힘드시겠어. 나는 의정부로 가면 할 일이 없어서 창신동에 남아 오피스텔을 얻어 내 일을 계속 하고 있어. 사람 마음이란게 의정부에서 서울은 교정을 받으러 오는데, 서울에서 의정부로 오는 숫자는 적거든. 처음에는 일주일에 3~4회를 어머니께 들렸어. 그래도 두달 정도는 잘 지냈지. 친구들도 만나고 1박 정도는 여행도 가고.. 먹는것도 잘 차려 먹었어. 세달째 접어드니까 만사가 귀찮아지더라구.. 어머니께 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어. 한달에 한 두번 갈 정도야. 친구들도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 만나봤자 당구치고 술이나 마시고, 지나..

이형석 이야기 2022.10.19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4

작은누나네가 사업이 안풀리면서 빚을 지게 되었어. 어쩔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어머니가 살던 집도 누나네 집이였거든. 작은누나가 집을 두 채 사가지고는 한 채는 누나 부부가 살고, 한 채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거야. 거기에 나도 어머니랑 같이 있었던 것이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집을 두 채 사기는 어려웠어. 그렇다고 월세로 갈 수는 없는것이고, 전세나 집값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집을 사긴 해야겠지. 누나들과 형들이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을 알아봤지만 일단 서울에서는 불가능했어. 서울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서울근교를 알아봤지만 서울하고 별 차이가 없더라고.. 집이 팔리고 이사를 하게 되면 어머니를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 이사를 가는 곳에서 어..

이형석 이야기 2022.10.18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3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았어. 이제는 식탁까지 기어가서 식탁을 붙잡고 일어나는것도 어려우신가봐.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 드려야 했지. 어머니는 된장국에 밥만 있으면 잘 드셨어. 틀니도 잃어버려서 씹을 수가 없는거야. 그동안 보청기를 사드린 것만 해도 6~7개 쯤 될거야. 모두 잃어버렸지. 보청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어. 더우기 뭔가에 쌓서 어느 구석에 있으면 쓰레긴줄 알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틀니는 어머니 혼자 화장실에 가셨다가 변기에 빠뜨렸는데,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변기 물을 내려버렸대. 틀니도 다시 해드렸지만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프다고 하시더라구.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게 대략 8년은 된 것 같아. 그 중에서 2년 정도는 치매인줄 모..

이형석 이야기 2022.10.17

체육관 시절 1

1. 마지막 사범생활 1989년에 나는 서울의 사당동이란 곳에서 태권도사범생활을 했어. ㄴ체육관에 취직이 되고 첫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마지막 타임에 고등학생들이 10명 정도 있더라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일반인도 있었고.. 태권도 사범을 할 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은 그냥 가르쳐 주기만 하면 되. 중학생 중에는 어쩌다 한두명쯤 사범 말을 안듣는 아이들이 있을수도 있는데,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그냥 말로 해서는 안듣거든. 내가 자기들보다 더 강하다는걸 보여줘야 해. 강하다는걸 보여주는 방법은 1대1 겨루기를 하는거야. 아이들에게 내가 맞으면 실력없는 사범이 되서 아이들이 말을 안들어. 그렇다고 너무 때려 놓으면 반항심에 체육관을 그만두게 되지. 그러니까 한대도 안맞으면서 한대나 두대 정도만 기분 나쁘..

이형석 이야기 2022.10.16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2

앞서 말한것 처럼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우리나라에서 하면 안,강,최 라는 말이 있잖아? 1등 고집인 안씨성에 소띠 고집도 있거든. 우리 어머니는 아무도 못이겨. 거기에 이제까지 스스로 모든일을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일손을 놓지를 못하신다는거야. 어머니가 모든걸 다 하셔야 되는거지.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은 많이 짰어. 치매 때문에 미각을 잃으신건지, 연세가 있어서 잃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인가부터 음식이 싱겁다면서 소금을 왕창 넣으시더라구.. 누나들이나 내가 한다고 해도 어머니는 막무가내셨어. 자식들이 하는건 왠지 탐탁치 못했나봐. 그리고 어머니는 무서움을 많이 타셔서 혼자 계시지를 못해. 누군가는 항상 옆에 있어야 하지. 때문에 나는 여행이란걸 모르고 살았어. 어디든 가서 1박을 할 수가..

이형석 이야기 2022.10.14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1

참 많이 울었다. 멈추려해도 멈춰지지 않는... 어머니는 치매였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셨어. 처음엔 동네 마트에 가서는 매일 똑같은 메뉴들을 사오시더라구. 똑같은 메뉴들은 냉장고에 쌓이기 시작했고, 때로는 마트에 가서 반품처리를 하기도 했지. 수돗물 틀어놓고 잊어버리는건 그나마 다행이었어. 가스불을 켜놓고 잊어버리는건 아주 위험했지. 냄비를 태워서 버린게 하나 둘이 아니야. 우리는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했어. 그게 치매인줄 몰랐던거지.. 우리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1925년생 이시지. 북쪽에서 태어나셔서 어렸을때는 일본의 통치하에 고생하셨고, 1.4후퇴때 피난 내려오셔서는 갖은 고생을 다 하신 분이야.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네. 위로 딸 둘, 아래로 아들 다섯, 그 중에 ..

이형석 이야기 2022.10.13

어린이집에서...1

수년전 나는 어린이집에서 잠깐 동안 운전을 해준적이 있어. 어린이집은 1세의 간난아기부터 7세의 미취학 아동까지 관리를 하고 있지. 간난아기들은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데려오고 또 데려가지만 걸어다니는 아이들은 차로 이동을 하거든. 아이들을 상대한다는건 때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어. 그때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해. 1. 현장학습을 가던날 원장님이 나에게 부탁을 하더군. "기사님께서 원생 한 명 만 관리 좀 해주세요. 야외로 나가면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서요." 나는 그러겠다고 했는데, 제일 산만한 아이를 나에게 맡기더라구. 오전 10시경에 어린이집에서 소형버스 1대와 어린이집 차량으로 현장학습 장소로 이동했어. 도착해서 차에서 아이들이 내리는 순간부터 신경을 써야해. 출발할때는 까부는 ..

이형석 이야기 2022.10.11

활법 이야기 64

오랫만에 활법 선배를 만났다. "활법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나?" "열심히 하려곤 하는데 잘 안되네요." "어떤점이 어렵지?" "공부할건 너무 많은데 자료가 없어요. 예를들어서 골격근을 보면 광배근이니 승모근이니 하는 것들은 알겠는데, 속근육으로 들어갈수록 어느 근육이 먼저있고 어느 근육이 속에 있는건지를 모르겠어요." "그래, 그런게 아주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거야. 궁금한거 있으면 말해봐. 내가 아는대로 가르쳐 줄테니.." "정말요?" "그래, 우리나라 원로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는게 문제야. 나는 아는대로 알려줄테니까 나중에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되거든 나에게도 알려주길 바래." "감사합니다." "활법에서 주로 다루는 근육은 등과 허리근육들이지, 가슴과 ..

이형석 이야기 2022.09.21

다시 시작하자..

지난 3월에 집을 나와서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어. 어머니는 형이 모시기로 했지. 처음엔 자주 어머니를 뵈러 갔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뜸하게 되더군. 여러가지 핑계로 말이야. 혼자 생활하니까 너무 좋은거야. 모든게 자유로워졌지. 어머니와 함께 살 때는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거든.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1박 이상은 할 수 없었어. 당연히 여행이라는건 꿈도 꾸지 못했었지. 그러다가 자유로워지니까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1박이지만 짧은 여행도 할 수 있게 되더군. 먹고 싶은것도 사다 먹고.. 딱 두달 정도는 만사가 다 좋더라구.. 두달이 지나니까 모든게 귀찮아지기 시작하는거야. 음식을 먹다가도 은근히 외로워지더라구.. 혼자 먹는게 쓸쓸하기도 하고.. 별로 맛도 없더라구.. 어머니랑 같이 있을때는 ..

이형석 이야기 2022.09.20

천마산 산신제에서 생긴 일

50대 초반의 어느해 3월 우리는 몇명 안되는 인원으로 산악회를 하나 만들었어. 모두가 참석해야 6명, 그나마 누군가 일이 있어서 못나오면 산악회라고 부르지도 못할 인원이었지. 산행 장소를 천마산으로 정하면서 누군가 한마디 했어. "3월이면 산신제 지내는 달이잖아? 우리도 지내자." 대부분의 친구들이 찬성을 했고, 나 혼자 반대를 했다. "우리의 인원이 고작 6명이야, 산신제를 지내려면 여러가지 음식과 술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인원으로 준비하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크게 지낼 필요 없잖아? 그냥 과일 한두개씩 하고 떡 조금 준비하고 막걸리 가져가면 되지." "아니야, 이왕 준비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아니면 안하는게 좋아." "양 보다는 성의 아니야?" "신들은 원래 사람보다 질투가 많아. 애초에 ..

이형석 이야기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