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호프집에서 현이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관심사로 이어졌다.
나의 관심사는 침술, 인체 해부학이나 질병에 대한 것들이었고, 현이는 활법이었다.
"아직도 침에 대해서 가르쳐줄수 있는 단계는 아닌가?"
"한의과에서 침을 배우는 시간은 사실 얼마 안돼."
"한의과에서 침을 안배우면 뭘 배우는거야?"
"인체에 대해서 배우고, 약에 대해서 배우지."
"하긴 침은 놓아줘도 얼마 못받잖아? 한약을 처방해야 돈을 벌겠지."
"어떤 사람은 일부러 약을 잘못짓기도 한다네."
"무슨말이야?"
"예를들어 간이 나쁜사람이 찾아왔다고 해봐, 간에 좋은 약을 처방하면서 거기에 살짝 위장이 나빠지는 약을 섞어서 준다는거지."
"그게 말이 되냐?"
"글쎄, 내말 들어봐. 그렇게 약을 처방하면서 고객에게 한마디만 하는거야."
"뭐라고 말을 해?"
"이 약을 먹으면 간은 바로 좋아질텐데, 위장이 좀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하는거지."
"그러면?"
"고객이 약을 복용하면 정말 피곤도 사라지고 혈색도 돌아오고 간이 좋아지는걸 느끼겠지. 하지만 소화가 안된다거나 속이 쓰리다던가 하는 증상이 나타나겠지."
"그럼 고객이 거길 또 가겠냐?"
"그건 약을 아는 사람일테고, 대부분은 모르거든. 그러면 한의사는 명의가 되는거야."
"속인건데 명의가 돼?"
"고객은 모르지. 다만 간을 좋아지게 하면서 위장이 나빠질거라는것도 알아맞췄잖아?"
"말도 안된다."
"그럼 고객은 그 한의사를 명의로 생각하는거야. 무슨말이던 다 듣게되지."
"그리고 위장에 대한 약을 또 팔아먹나?"
"그렇지. 모든 한의사가 그런건 아니고,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하네."
"부자되겠네."
"사실 한약이라는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거든. 모든 식물, 동물들이 다 한약의 재료가 되지. 때로는 돌도 약이되고, 동물의 변도 약으로 쓰는 경우가 있어."
"그래?"
"일반사람들은 뭐가 어디에 좋은지 모르잖아? 우리가 그런걸 배우는거지."
"돌이 약이 된다는것고 놀라운데, 동물의 변도 약으로 쓰인다는게 정말 대단하군. 손님들도 그런걸 알고 먹는건 아니겠지?"
"물어 보지 않으면 말을 안하는 경우도 있겠지. 그러나 알고 먹는 사람들도 많아. 다른 약이 없다면 비위가 상해도 먹어야겠지."
"아뭏튼 너는 환자를 속이는 의사는 되지 말아라."
"한약은 정가제가 아니야. 정해진 가격이 없다는거지. 예를들어 재료가 만원이 들어간 약이 있다고 해보자. 너 같으면 손님에게 얼마를 받겠어?"
"만원이라... 그럼 한 2만원 정도 받으면 되는거 아닌가?"
"한의원을 운영한다고 생각해봐. 집세 내야지. 온갖 공과금 내야지. 혼자 할 수는 없으니까 직원이라도 쓰면 월급줘야지. 나도 먹고 살아야지, 이런게 2만원 받으면 해결이 되겠어?"
"그러네.. 그럼 얼마를 받아야 하는거야?"
"그런 모든걸 계산해서 가격을 정해야지. 동네 수준도 알아야 하고.. 옆 한의원에서 만원 받는걸 내가 2만원 받을순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렇게 계산해서 만원짜리 재료를 5만원 받는다고 생각해봐. 그럼 손님에게 사기친건가?"
"그걸 사기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럼 만원짜리를 10만원 받는다면?"
"애매하네.."
"그건 그렇고, 넌 언제 나한테 활법을 가르쳐줄거야?"
"서로 시간이 잘 안맞잖아."
"오늘같는 날도 술집에서 만나지 말고 우리집으로 왔으면 되잖아?"
"그러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자."
"신경성이라는게 뭐야?"
"말 그대로 신경적인 것이라는거지. 왜?"
"요즘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신경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것 같아서.."
"그렇수도 있겠지. 검사를 해도 뚜렷한 병명은 밝히기 어렵고, 환자는 아픔을 호소하고.. 그럴때 신경성이라는 말을 하는것 같아."
"그럼 의사도 모른다는거야?"
"의사가 모든걸 알 수는 없겠지. 다만 내가 아프다고 생각을 하면 진짜 아픈것 같거든. 그런게 신경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꾀병이네?"
"꾀병은 본인이 알면서 속이는것이고, 신경성은 일종의 자기최면 같은거야."
"그럼 정신병인가?"
"꼭 정신병이라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
"무슨 답이 그래?"
"신경성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 원인이 되는 대상을 싫어하게 되고, 싫어지는게 심해지면 믿음이 사라지면서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잖아? 이런걸 내 몸에 비교해봐, 예를들어 가슴이 답답한 사람이라면 답답한 가슴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점점 시간이 흐르면 혹시 내가 심장병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게 되지. 거기서 더 심해지면 난 심장병일거야 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구.. 심장에 이상이 없더라도 말이야."
"그건 과학적인 설명이 안되는거잖아. 현대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그런걸 믿는다구?"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시하지도 않아."
"오늘 대화는 모두 정확한 답이 없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래, 나도 공부하다보면 답답할때가 있어. 그러나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가 밝혀낼거야."
"그럼 너는 축지법, 장풍같은것을 믿니?"
"그건 말도 안되는거지. 무협소설에서나 나오는 얘기 아냐?"
"옛날에 사명대사도 축지법을 했다고 나오잖아?"
"그럼 너는 정말로 박혁거세나 주몽이 알에서 태어났다고 믿는거야?"
"역사가 그렇게 가르치잖아?"
"그건 일종의 설화지, 정말 그런건 아니지."
"그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과장이라는거야?"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알겠냐? 혹시 다 배우고 나면 모를까.."
"어쨋던 한편으론 어이가 없고, 한편으론 재미도 있네."
"그래, 오늘은 술이나 마시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