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44

전통활법 2020. 10. 28. 13:02

약사님이 떠나셨으므로 새로 도움을 주실분을 찾아야 한다.

활법을 배우는 노량진에서 찾아볼까, 체육관이 있는 잠원동에서 찾아볼까 생각했다.

잠원동은 한신아파트단지가 있고, 내가 근무하는 115동 앞으로는 뉴코아가 건설중이었고, 옆으로 한양아파트와 현대아파트도 건설중이었다.

새로 건설하는 중이니 아직 동네는 휭 하다.

잠원동보다는 노량진에서 찾아보는게 좋을듯 싶었다.

협회에서 나와 노량진역 쪽으로 걸어갔다.

이 지역은 요즘 학원가이다.

여기저기 길마다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약국이 보여서 가보았더니 손님들이 너무 많다.

약을 사지 않는 내가 질문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조그만 내과의원을 들어갔다.

간호사가 나에게 묻는다.

"처음 오셨어요?"

"네, 저는 아파서 온게 아니구요. 의학상식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서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뭐가 궁금한데요?"

"인체 해부학이나 여러가지 질병에 관한 내용들이요."

"그런건 여기서 일일히 설명해줄 시간이 없어요. 환자들 보기에도 바쁜데요?"

"그냥 가끔 한가지씩만 알려주면 안될까요?"

간호사는 이내 다른일을 하면서 나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바쁜 사람을 붙잡고 말할수는 없어서 그냥 나왔다.

몇몇 약국을 지나쳤지만 모두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질문을 하려면 좀 한가한 곳을 찾아야 할텐데..

 

버스를 타고 반포터미널에 왔다.

여기서 체육관까지는 대략 1.5km.

천천히 걸어가면서 약국이나 병원을 찾을 생각이었다.

터미널 지하상가에 약국을 있었는데 손님이 없기에 들어가 보았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뭘 드릴까?"

"뭘 사러온건 아니구요, 활법을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필요한 의학상식을 좀 여쭤봐도 될까하구요."

"활법? 어느대학 다니는데?"

"대학은 아니구요, 그냥 활법을 공부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모르는 의학상식이 너무 많아서요."

"그럼 책을 사서 보던가, 공부해서 의대를 가면 되는거 아닌가?"

"책을 살 능력은 없구요, 의대를 갈 머리도 안되고 해서요."

"허허.. 어떤 의학상식이 궁금한데?"

"인체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 싶어요. 우선 인체의 뼈나 근육에 대해서 알고 싶구요, 여러가지 질병에 대해서도 왜 생기는지, 어떻게 예방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런걸 가르쳐주면 나는 뭐가 좋은거지?"

".........."

"내가 그런걸 가르쳐주면 나한테 뭘 해줄건데?"

"뭘 해드리면 되는데요?"

"책을 살 돈도 없다는 사람이 뭘 해줄수 있을까?"
"점심시간에 두시간 정도는 일을 도와드릴수 있어요."

"나머지 시간은 바쁜가?"

"오전엔 활법을 배우러 다니구요, 오후엔 태권도 사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시간이 두시간 정도 밖에 없다는 말인데, 그 시간 중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다보면 남는 시간도 없겠네. 결국은 그냥 도와 달라는 말이잖아?"

"죄송합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나는 사람을 안믿어. 잘해주고 나서도 뒤에 욕먹거든. 그게 사람들의 습성이야."

"그럼 안될까요?"

"그래, 사범 월급타서 책을 사서 봐. 공부해서 의대를 가던지.."

"그럴 형편은 안되서요.."

"그거까지 내가 뭐라고 말할수는 없고, 어쨋던 바쁘니까 다른곳을 가보던지.."

약국을 나오는데 뭔지 모를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아무런 댓가 없이 바라기만 했으니..

떠나간 약사님이 더욱 그리워졌다.

 

 

"태권!!"

아이들이 한명씩 체육관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언제봐도 귀엽고 예쁘다.

여기에 운동까지 잘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예쁘다.

아이들을 정렬시키고 수련을 시작한다.

오늘은 단전호흡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나도 같이 호흡에 임한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양손은 양쪽 무릎 위에 살며시 올려 놓고 가슴을 펴고 턱을 약간 당긴 상태에서 눈을 지그시 감으라 하고 호흡을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의 앞에서 마주보는 자세로 앉아서 역시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한다.

숨을 코로 천천히 들여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쉰다.

마음속으로 3초를 세면서 들여마시기와 내쉬기를 반복한다.

이내 아이들의 조곤조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않고 숨만 쉬는 단전호흡은 재미가 없을것이다.

눈을 뜨고 아이들을 일어서라고 한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그만 하고, 내일부터는 3분씩 단전호흡을 할거야. 알았지?"

 

이기대사범님에게 기(氣)에 대해서 들은 후에 여러가지가 생각났다.

언젠가 쿵후도장을 운영하시는 김시환관장님께서 TV에 출연하신적이 있다.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였는데 땅에 벽돌 두장을 양쪽으로 세워 놓고 그 위로 기와장 30장을 올려 놓고 제일 위에는 두부 한 판을 올려 놓고는 위에서 손바닥으로 두부를 내리쳤다.

두부에는 손가락 자국만 났을뿐 깨지거나 부서진곳이 없는데 그 밑에 있던 기와장은 30장이 모두 박살이 났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무협지에서 나오는 장풍의 일종이었을까?

하긴 예전의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에서는 여러가지 신기한 모습들이 방송되었었다.

차에 줄을 걸어놓고 줄의 다른 한쪽끝을 입에 물고는 입으로 차를 끌던 장면.

30알이 든 계란 판을 일렬로 길게 놓고는 그 위로 뛰어가는데 계란이 안깨지는 모습.

깨진 유리조각 위를 맨발로 걸어다니는 사람.

어깨에 줄을 매달고 비행기를 끄는 모습 등등

차력이라는 기술도 언젠가는 한번 꼭 접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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