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골반의 회전변형에 대해서 알려주지."
"네."
"골반이 시계방향으로 회전되었을때 몸의 왼쪽 부분이 땅에 닿도록 옆으로 누우라고 하고 오른쪽 다리는 앞으로 위치하도록 하는거야. 상대방의 왼쪽 손목을 잡고 상체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밀어 주고 하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도록 팔꿈치로 골반의 오른쪽에 놓고 밀어주는거지. 이렇게 상체와 하체를 서로 반대쪽으로 회전시키고는 상체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팔꿈치로 골반의 오른쪽을 순간적으로 당기면서 교정을 하는거야."
"요추의 회전변형하고 비슷한데요?"
"그래, 비슷하지. 그러나 요추는 손으로 가능하지만 골반은 손의 힘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팔꿈치를 사용한다네. 그리고 장골을 교정하기도 하지만 팔꿈치를 내려서 좌골을 교정하기도 하고, 상태나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변형에 대한 교정이 가능하다네."
"아~.. 네."
"좌우 모두를 다 연습해 보고... 아령 운동은 시작 했나?"
"아니오, 체육관에 아령이 없어서..."
"그냥 하나 사면 되지, 얼마나 한다고.."
"알겠습니다."
스승님이 나가시고 이기대사범님이 말씀하신다.
"원래 합기도를 하는 무술인들은 세가지에 대한 전문가가 되야해."
"세가지요?"
"자기가 수련하는 합기도에 대한 전문가가 되야 하고, 무술을 했으니 누군가 다치면 해결해줄수 있는 활법에 대한 전문가가 되야 하고, 상대방의 성격이나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점술에 대한 전문가가 되야 하지."
"배워야 할게 많네요."
"이 세가지에 대한 전문가가 되었을때 비로소 무도인이란 말을 할 수 있는거야."
"사범님은 모두 아세요?"
"나도 점술에 대해서는 아직 몰라. 합기도나 활법도 아직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고.."
"네..."
"자, 연습해봐."
"네."
사범님이 자리에 누우려고 할 때 지난번에 보았던 중풍에 걸린 남자와 그의 아들이 들어섰고, 뒤를 따라 스승님이 들어 오시면서 교정실로 들어 가셨다.
그리고 문이 닫친 교정실에서는 스승님의 기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야압~~~!!"
나는 연습을 멈추고 교정실을 바라 보면서 도대체 안에서는 어떤 교정을 하시길래 기합소리가 나올까 무척 궁금했다.
기운을 넣어 주시는 것일까..
굳이 기합소리를 내야만 교정이 되는 것일까..
"사범님, 왜 스승님이 기합소리를 내실까요? 전에 다른 사람들을 하실때는 기합소리가 없었는데요."
"기합을 왜 넣는지 몰라?"
"솔직이 모릅니다. 기합소리를 안낸다고 교정이 안되는건 아니잖아요?"
"모르는구나. 기합을 지르면 순간적인 힘, 즉 집중된 기운이 더 많이 발생을 하지. 이소룡 영화를 본 적이 있어?"
"네,"
"이소룡의 기합소리는 좀 다르지?"
"네, 체육관에서 아이들에게 시키는 기합소리와는 다르죠."
"기합소리에는 여러가지가 있어. 누군가 힘에 겨운 상대를 만났을때는 아주 큰 소리로 기합을 내야 하지. 이것은 상대방에게 기선제압을 하려는 의미도 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겁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도 있지. 이럴때는 맹수가 포효를 하는 듯한 큰 소리를 내야 하는 거야."
"네..."
"이소룡의 기합소리는 순간 순간적인 공격이나 방어를 할 때 순간 집중을 하기 위한 기합이고, 이런 기합소리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중된 정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고, 공격을 할 때 순간적으로 힘을 강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지."
"아이들의 기합소리는요?"
"그건 여러가지 기합소리를 내기 위한 기초 단계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그런 기합도 순간적으로 힘이 실리기는 하지. 가령 격파를 할 때 격파를 하기 위한 집중과 격파를 할 때의 힘, 두가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거지."
"지금 스승님의 기합소리는요?"
"상대가 중풍이잖아, 반신불수로 스스로 걸음도 못 걸으시고... 걸음을 못 걷는다는건 뇌신경에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반신불수 이후의 운동부족으로 근육의 힘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지. 그런 힘을 살려내기 위한 움직임을 지금은 스스로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기운을 넣어 주시는거야."
"기운을 넣어 준다는게 정말 가능한 건가요?"
"자네에게는 어렵겠지만 스승님 정도면 가능하시겠지."
"내 기운을 상대방에게 넣어 준다는 건가요?"
"그럴수도 있고, 자연의 기운을 넣어 줄 수도 있겠지."
"무협소설을 읽는것 같아요."
"무협소설의 내용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 만은 아니야, 실제로 가능한 부분도 있지."
"정말요?"
"그럼, 기(氣)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기꾼들도 많지만 고수들도 많아."
"기라는 것을 체험해 볼 수는 없나요? 다른사람에게 받는것 말고 내 스스로에게도 기(氣)가 있다는 걸요."
"있지. 사람은 누구나 기운을 가지고 있어, 다만 활용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지."
"그러니까 저한테도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아는 방법이 있어요?"
"가르쳐 줄게, 단, 조건이 있어."
"뭔데요?"
"긍정적인 마음. 이게 과연 될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은 하지 말아야 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해야 하지."
"알겠습니다."
"손바닥을 똑같이 붙여봐. 손목 주름을 맞대서 기도하는듯이 두 손바닥을 붙이는 거야."
"이렇게요?"
"그래, 제일 긴 가운데 손가락의 길이를 봐봐, 어느손이 길어?"
"오른손이 조금 더 긴데요?"
"그러면 이제 짧은 왼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마음 속으로만 세번째 손가락이 길어 진다고 생각을 해봐."
"만지지는 말구요?"
"그래, 기라는 것은 손대지 않고 하는거야. 지금부터 1분 동안 손가락이 길어질 거라고 생각만 해봐."
나는 1분 동안 손가락이 길어진다고, 길어질거라고 생각을 했다.
부정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길어질거라고 생각을 고쳤다.
시간을 재던 사범님이 그만하라고 말을 하기 까지의 아무말 없는 1분은 꽤나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1분이 지났고, 처음처럼 두 손바닥을 붙여본 나는 길어진 가운데 손가락을 보고 매우 신기했다.
만진 것도 아니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손가락이 길어진단 말인가..
기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안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