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40

전통활법 2020. 9. 24. 11:01

체육관으로 향하는데 저쪽에서 부녀회장님이 오신다.

그런데 걷는 모습에서 골반이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져 있는게 눈에 띄였다.

"안녕하세요?"

"아~, 사범님, 지금 출근하시나봐요?"

"네, 그런데 회장님 혹시 허리 아프세요?"

"어떻게 아세요?"

"걸으시는게 골반이 약간 틀어져 보이길래요."

"어머, 그런게 눈에 보여요?"

"제가 요즘 그런걸 공부하고 있거든요."

"그럼 저좀 고쳐주세요. 허리가 정말 아프거든요."

"아뇨, 아직 고칠줄은 몰라요, 좀 더 배워야지요."

"제가 둘째 낳고부터 허리가 아프거든요, 여기저기 치료도 많이 받아봤는데, 완전히 낮지는 않는가봐요."

"제가 다 배우면 고쳐드릴게요."

"정말이죠? 약속한거에요."

 

아직 누구를 고칠수 있는 실력은 없지만 걸음걸이를 보고 허리 아픈걸 맞췄다는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 모든게 명재옥스승님의 덕이다.

역시 스승은 잘 만나야된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태권도 체육관을 처음 다녔을때가 생각난다.

당시 합기도 2단을 가지고 태권도 체육관을 찾아 갔었다.

"도(道)는 다르지만 유단자이니까 여기서도 검은띠를 매고 운동해."

관장님의 말씀에 그냥 검은띠를 매고 운동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에게 태권도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유관장님은 성격이 유순하고 인자하셨으나 그의 친구인 임관장이 거의 매일 놀러오셨으므로 관원생들을 지도하는건 뒷전이었다.

체육관에 전문으로 지도하는 사범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수련생들은 각자 개인수련을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발차기는 그런대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품새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관원생들은 각자 수련을 한다기보다는 놀다가 이야기를 하다가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체육관에 회비를 내고 들어왔을까 후회가 되었다.

관장실에 들어가서 유관장님에게 말을 했다.

"관장님, 품새를 좀 가르쳐 주십시오."

유관장님 대신 옆에 있던 임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이분이 품새를 가르쳐 주려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서 번쩍 불꽃이 피었다.

임관장이 나의 뺨을 강하게 때린 것이었다.

"어디 싸가지 없이 가르쳐 주기도 전에 가르쳐 달라고 해?"

나는 왜 맞았는지 영문을 모르는체 사복으로 갈아 입었다.

`이런 체육관은 다닐 필요가 없겠다.`

체육관을 나서는 나의 뒤통수에 대고 임관장이 한마디 한다.

"야, 임마. 인사 안해?"

내가 뒤돌아서 그들을 바라 보았더니 유관장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한다.

"내일부터 품새 가르쳐 줄게~."

 

다음날부터 나는 품새를 배웠다.

유관장님이 다른 관원생을 보고 나에게 품새를 가르치라고 했던 것이다.

"빨리 연습해서 다음달에 있는 국기원 초단심사에 응시 하도록 해."

그때부터 매일 품새만 연습했고, 초단과정의 품새인 태극1장부터 태극8장까지를 보름만에 습득하고서는 국기원에 가서 초단심사를 봤다.

몇일후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단증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단증은 받지 못했다.

결국 관장실로 들어가서 유관장님께 말했다.

"단증은 안주시나요?"

그 말을 하고는 나는 임관장에게 또 한차례 뺨을 맞았다.

그후로 나는 단증을 포기한채 체육관을 다른곳으로 옮겼다.

새로 옮긴곳이 신설동에 있던 <창우체육관>이었다.

박창우관장님은 인자하신 성품에 직접 운동을 지도하셨다.

"나이 40이 넘어서 태권도의 모든 발차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

박창우관장님은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하시며 자화자찬(?)을 하셨다.

그러고보니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직접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았다.

합기도 스승님도 운동은 거의 안하셨고, 유관장님이나 임관장도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이때부터 나의 태권도스승님은 박창우관장님이라고 생각을 했다.

유관장님은 마음은 좋았지만 자신의 관원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아이들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태권!!"

아이들은 항상 귀엽고 이쁘다.

말도 잘듣고 태권도도 잘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이쁘다.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다가 문득 한 아이에게 옆차기를 해보라고 했다.

왼쪽 다리로 지탱하고 오른발로 옆차기를 한다면 어느쪽 다리가 더 발달이 될까..

지탱하는 쪽이 몸의 체중을 감당하고 있으므로 더 발달이 될까. 아니면 힘을 주어 차는 쪽이 더 발달이 될까..

발을 차는 시간은 아주 짧으니까 지탱하는 시간도 짧겠지.

그렇다면 힘을 주어 차는 다리가 더 발달이 될 것이고..

발을 차지 않고 들고 있는다면 어떨까..

발을 조금만 들고 있는다면 디딘 쪽의 다리가 발달할 것이고, 다리를 높이 든다면 어느쪽이 더 발달이 될까..

높이 든 상태에서 오랫동안 있는다면..

아이에게 벽을 잡고 서서 오른발로 옆차기를 차는 자세를 취해 보라고 했다.

아이의 다리를 만져 보니 옆차기를 찬 다리의 허벅지 근육이 단단하다.

지탱하는 쪽의 허벅지는 그만큼 단단하지 않다.

그러나 아이는 금새 힘들어 했고 다리를 내리라고 했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발차는 동작보다는 태권도의 자세를 살펴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앞서기의 자세로 시작해 보았다.

태권도에서 앞서기란 자세는 일반사람들이 걸음을 걷다가 멈춘모습이다.

양쪽 다리에 체중의 50%씩 나누어 싣고, 상체는 꽂꽂하게 편 자세이다.

이런 자세라면 두 다리의 발달은 비슷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 자세만을 많이 취한다면 골반의 회전변형이 발생할 것이고.그로인해 척추도 변형이 시작되겠지..

이때 허리근육은 좌우가 비슷하게 발달할까..

요추의 회전변형이 나타나려면 근육에도 문제가 생긴다는건데, 어떻게 생기는걸까..

아이를 세워 놓고 허리근육을 비교하며 만져 봤지만 특별하게 차이나는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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