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어린이집 1년의 경험<1>

전통활법 2019. 12. 9. 11:09

지난 2018년 12월 6일부터 서울 강북구에 있는 어린이집에 차량기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로 입사를 했어요.

처음 들어갔을때의 어린이집은 원장쌤과 원감쌤, 8명의 쌤들, 조리사쌤이 있었습니다.

운행을 시작하고 2~3일 후에 처음 주유를 할때가 생각납니다.

"원장님,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기름이 왜 그렇게 빨리 닳아요?"

차를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운행이 끝나면 차키를 원에 반납하고 퇴근하는데 처음 기름을 주유해야할 상황에서 이런 답변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지요.

두번째 기름을 넣어야 할때의 대답도 비슷했습니다.

"요즘 기름값도 내렸다고 하는데, 기름이 너무 빨리 소모되네요?"

그때부터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일지를 썼습니다.

매일 주행하는 Km수를 체크하고 주유할때의 Km수도 체크했습니다.


운행은 오전 등원시 3바퀴, 오후 하원시 3바퀴를 돌았어요.

오전1호차는 박쌤이, 오전2,3호차는 최쌤이, 오후1호차는 강쌤이, 2호차는 최쌤이, 3호차는 김쌤이 어린이들의 등,하원을 도와주었습니다.

쌤들과 대화를 하면서 어린이집이라는 것에 대하여 조금씩 알게 되었고, 여러가지 좋고 나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내가 들어가기전 몇달 사이에 운전기사가 7명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차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이나 학부모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아이들이 차에서 오르내릴때에는 안아주거나 손을 잡고 도와주었지요.

몇몇 학부모들은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나의 인사를 무시하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나도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때 키가 큰 나를 호기심으로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악수를 하고 두손으로 번쩍 들어서 잠깐씩 안아주기도 했더니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습니다.

"차량선생님은 할아버지에요?"

머리가 하얗고, 그나마 얼마 없으니 할아버지로 보였겠지요.

사실 그만한 손주가 있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요..

"아니다, 차량선생님은 할아버지가 아니고 오빠란다."

모습은 할아버진데 오빠라고 하니 아이들의 머리가 복잡해진 모양입니다.

그후로 가끔은 사탕을 주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는 나에게 가끔은 차량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차량오빠 아니에요, 차량선생님이라고 하세요."

그러나 원감쌤만은 아이들이 차량오빠라고 말할때마다 단어를 정정해서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보면 뛰어오면서 내품에 안깁니다.

두손으로 안아서 높이 번쩍 들어주면 아이들이 좋아서 까르르 웃지요.

어쩌다 교실에 들어가면 우르르 나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장난을 치며 놀자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본 원장쌤이 나를 불러 한마디 합니다.

"아이들 안아주면 안되요, 웬만하면 교실에 들어가지 마세요."

아이들을 안아주는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성추행이 될수도 있다고 합니다.

나에게 안기는 아이들은 대개 3~4세 아이들입니다.

5세만 되더라도 안기지 않아요.

그런 아이들을 안아준다고 성추행 운운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변해가는 사회가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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