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쌤이 부릅니다.
"기사님이 지금 시간은 줄었는데 월급은 그대로 드린다고 했잖아요?"
"네."
"그래서 선생님들과 이야기 해봤는데 모든 선생님들의 의견이 기사님에게 청소를 부탁하면 어떨까 하고 나왔어요."
"청소요? 어디를요?"
"많이 하실 필요는 없구요, 어린이집 계단하구요, 각 교실에 짐 같은거 정리좀 해주시고, 화장실 한번 봐주시고, 건물 앞 뒤에 대충 깨끗하게 쓸어주시면 될것 같아요."
"그게 조금인가요? 그냥 한마디로 어린이집 모든 청소를 하라는거잖아요?"
"그런가요?"
"그리고 제가 여기 운전기사로 왔지 청소부로 온건 아니잖아요? 어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모든 선생님의 의견을 모은거에요."
결국 건물안은 손대지 않고, 건물의 밖, 앞과 뒤의 청소만 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차를 타는 쌤들에게 물어봤더니 자신들은 그런 내용을 들은적도 없고, 쌤들이 모인적도 없다는군요.
청소 문제는 원장쌤의 질문에 대한 원감쌤의 단독 생각인듯 합니다.
몇일후 원장쌤이 부릅니다.
"이제 날도 따뜻해지고, 화단에 여러가지 심어야 하는데 화단 정리좀 해주세요."
화단을 가꿀 비료도 섞고, 매일 물을 주고 여러가지가 자라면 관리를 해달라는 말입니다.
여지껏 그런일을 해본일이 없어서 한번 해보는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식물이 자라면 꼬챙이를 꼽아서 타고 올라가도록 해줘야 하고, 떨어진 잎사귀들은 매일 청소를 해줘야 하고,,
화분(?)이라고 하는건 모두 50개가 있고, 그 외에 꽃을 심은 화분도 있어서 물을 주는것도 쉬운일은 아니었어요.
원장쌤은 호스로 물을 뿌리면 된다고 하지만 거리가 있어서 물이 떨어지는 만큼 화분의 흙이 파이므로 식물이 제대로 자랄지 의문이 생겨서 물뿌리개를 따로 구입했어요.
물뿌리개 두개로 물을 주는데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서 물을 받아 오는걸 3회 반복해야 하구요, 금요일에는 공백시간이 길다고 퇴근할때에도 물을 한번 더 주라고 하는군요.
화단의 일을 나에게 시킨것도 원감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끔 새로운 원생이 들어왔습니다.
원생이 차량을 이용하는 어린이라면 나에게 한번쯤 상의를 하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원감쌤은 나와 전혀 상의를 하지 않고 통보를 합니다.
몇시에 어디로 가세요. 라는 말과 주소를 문자로 알려줍니다.
기존 운행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원감쌤이 말하는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이동 거리에 대한 시간을 인터넷 지도로 검색해서 시간을 통보하는 바람에 차가 밀리는 경우, 아이들이 내리고 타는 시간은 전혀 계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아이가 들어 오면 한번쯤은 시간에 대해서 상의를 합시다."
"그냥 제가 차타는 선생님과 결정해서 알려드릴게요."
그때부터 원감쌤과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지더군요.
원감쌤은 내가 자신의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운전기사에 비해서 원감이라는 직책이 꽤나 대단한걸로 아는것 같았어요.
초여름에 조리사쌤이 그만두었습니다.
인사만 하고 말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는데 나에게 말좀 하자고 하네요.
"실업급여를 타게 해달라고 했더니 기사선생님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데, 제가 왜 기사님 때문에 실업급여를 못받아야 하지요?"
"지난번 노쌤때도 그러더니 또 그러시네.. 아뭏튼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급여를 타게 해달라고 하세요."
"그럼 제가 실업급여 타는것과 기사님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요?"
"관계 없어요, 혹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받겠다고 하세요. 저때문에 손해보지 마세요."
결국 조리사쌤도 실업급여는 받지 못했습니다.
나가는 날까지 나에게 하소연을 했는데, 하소연까지 받아줄 입장은 아닌것 같아서 피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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