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14

전통활법 2020. 5. 9. 08:25

체육관에 앉아서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어제 오셨던 할머니가 한 젊은 여성을 데리고 들어오신다.

"우리 손녀딸인데 참 괜찮은 아이야. 서로 대화좀 해봐."

손녀딸이라고 하는 여성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적당한 키, 그런데 얼굴 모습이 마치 동남아 사람인듯한 인상을 풍겼다.

한국말을 잘하는것을 봐서는 한국사람인데.. 할머니의 손녀딸이라고 했으니 한국사람이겠지.

그러나 딱히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답례로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했다.

"우리 손녀딸은 지금 열아홉이야. 두사람이 나이가 적당하게 딱 맞아."

나는 그냥 멀뚱히 바라만 보다가 아이들이 와서 운동을 시작했고, 할머니와 손녀딸은 한쪽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옆에서 바라보고 있다는건 나에게 부담감을 주었다.

한타임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할머니께서도 가신다면서 일어나셨다.

"우리 아이하고 이야기도 좀 하고 친하게 지내봐~."

할머니가 나가시는데 손녀딸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라는건지..

결국 손녀딸이란 여성은 모든 운동이 끝날때까지 구경을 하면서 앉아 있었고, 그때까지 나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중간 쉬는시간이면 서로 멀뚱히 쳐다만 보기가 민망해서 나는 사물함 정리를 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결국 모든 운동시간이 끝날때까지 그녀와 한것은 처음과 헤어질때의 인사뿐이었다.



약국에 가면서 뭘 사갈까 생각하다가 100% 오렌지쥬스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좀 괜찮아졌어?"

"네, 약사님 덕분에 괜찮아졌어요."

"뭘 이런걸 사와? 건강 음료는 여기에도 많은데.."

"그러네요? 다른걸로 사올걸 그랬나봐요?"

"아냐 아냐~ 잘 먹을게."

"약사님도 혈자리 같은것 많이 아시나요?"

"혈자리? 글쎄.. 간단하게 인중이나 명치정도? 우리하고는 계통이 달라서 잘 모르지."

"요즘 활법을 배우는데 혈자리가 가끔 나와서요."

"그렇구나, 한의사한테 물어보면 좋을텐데.."

한의사라는 말에 중학교 동창이던 김현이란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지금 한참 경희대 한의과를 다니고 있으니까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대의학에도 집에서 간단하게 할수 있는 치료법이 있나요?"

"현대의학은 과학적 입증을 통해서 발달하는 학문이니까 활법에 비해서 그런건 별로 없을거야. 예를들어서 아기가 배가 아프면 엄마나 할머니가 배를 쓸어내려 주면서 엄마손은 약손~ 이라고 하잖아? 그럼 배가 안아파. 그런데 이걸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어. 그냥 심리적인 효과로만 보는거지. 심리적이라는게 과학으로 입증하기는 어렵고 현대의학에서 풀어야할 숙제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과학적 입증이 안됐다고 안믿지는 않아. 세상엔 불가사의한 것들이 많거든."

"네.. 오늘 토하려고 하는 사람을 등을 두드려 주는것 있잖아요? 그게 흉추6번을 두드리는건데 활법의 이론상 흉추6번이 위장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래서 거길 두드려 주는 거라고.. 선조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래? 대단하네.. 난 처음 들어 보는 말이지만 신기하네."

"활법하고 현대의학 하고는 많이 다른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병을 고친다는 의미에서는 같겠지. 그러기 위해서 인체를 알아야 하는건 현대의학이나 같지 않겠어?"

"그러네요."

"오늘은 별로 시원한 답을 못주네. 뭐 다른거 궁금한거 없어?"

"중풍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중풍이란 한의학에서 말하는 용어이고, 양의학에서는 뇌졸중이라 하고 , 뇌출혈, 뇌경색 등으로 구분을 하지."

"이름이 다르네요?"

"한의학에서의 중풍은 좀 넓은 범위를 말하고, 양의학은 좀 세분화 시켰다고 보면 되는거야."

"아~."

"뇌로 가는 혈액이 막히는걸 뇌경색이라 하고, 혈액이 혈관 밖으로 터진걸 뇌출혈이라고 하는데 그로인해 뇌가 손상되는걸 뇌졸중이라고 하는거야. 그에대한 증상은 여러가지가 있지.  일단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는 사지가 마비 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편마비라고 해서 한쪽만 마비가 되는데 뇌의 반대쪽으로 나타나지. 가령 뇌의 왼쪽이 잘못 되었다면 마비는 오른쪽으로 나타나는거야."

"무섭네요."

"말이 어눌해지거나 못할 경우도 있고, 상대방의 말을 못알아듣기도 하지, 글을 못읽거나 못쓸수도 있고, 마비가 없는 쪽이라도 내맘대로 사용이 어렵게 되는수도 있어. 의식을 잃을 정도의 두통이 오기도 하고 구안와사가 오기도 하고 음식물을 삼키지 못해 침을 흘리기도 해. 또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

"구안와사가 뭔가요?"

"구안와사(口眼喎斜)란 입과 눈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병을 말해."

"네. 양의학에서 중풍을 고칠수가 있나요?"

"완전히 정상적으로 고칠수는 없고, 마비가 와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사람을 혼자서 지팡이를 집고 걸을수 있는 정도 까지는 가능한걸로 알고 있어."

"혼자서 걸을수 있는 정도라도 대단하네요."

"정상인들처럼 걷는건 아니고 마비가 됬었던 다리를 끌면서 걷던지, 아니면 바깥쪽으로 C자 형태를 그리며 걷는 정도지."

"그 이상은 힘든건가요?"

"아직까지 뇌질환의 경우는 고칠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앞으로 몇십년이 지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암(癌) 같은 존재네요?"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암보다 뇌질환이 더 심각할걸?"



"우리가 느끼는 통증에도 수치라는게 있어. 보통 어디가 아프다가도 몇일이 지나면 자연히 안아파지는 경우가 있지. 아무런 치료도 안했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다 낳은거라고 말할수 있을까?"

"안아프면 낳은것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지. 다 낳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치료나 대책을 세우지 않지. 그러나 이런 경우에 정말로 낳은 경우는 별로 없어."

"그럼 안낳은건데 통증이 없는건가요?"

"그게 통증의 수치라는거야. 제일 가벼운 통증을 1이라고 하고, 제일 높은 통증을 10이라고 생각할때 처음 통증을 느낄때는 1이란 통증이 온것이겠지. 그런데 사람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통증에 익숙하게 돼. 익숙하게 되면 통증을 못느끼는거야.  질병에 대한 잠복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다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면 그때는 2라는 수치의 통증이 온거야.  질병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하지."

"네...."

"감기에 걸린 사람이 처음에는 한 알의 약으로 감기가 해결되지만 자주 감기가 걸리게 된다면 나중에는 한 알의 약으로 해결이 안된다네. 두 알을 먹어야 해결이 되고, 또 나중에는 두 알로도 해결이 안될수도 있지."

"아~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질병이 왔을때 마땅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안아프다고 하더라도 정상이 된거라고 생각하면 안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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