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15

전통활법 2020. 5. 16. 11:16

"오늘은 척추의 변형에 대해서 공부하고, 척추에 대한 실기를 한가지씩 가르쳐 주기로 하지."

"네."

"경추부터 요추까지의 척추는 전방변형, 후방변형, 좌우 측만변형, 회전변형 등으로 구분할수가 있는데, 보통 한가지 방법으로 변형되기보다는 두세가지 변형으로 나타난다네. 예를들어 좌측으로 변형되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이 되었다던지, 전방으로 변형되면서 좌측으로 측만변형도 되고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변형도 되었다던지..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아, 네..."

"자네 혹시 압박골절이 뭔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압박을 받아 골절이 되는, 부러지는 상태를 말하지. 팔이나 다리뼈가 부러지는것과 달리 뼈가 예측할수 없는 상태로 부러진다네. 순간적인 강한 충격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지속적인 충격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골다공증이 있어도 발생할수 있지. 척추에 압박골절이 생기면 활법으로는 방법이 없네."

"골다공증은 뭔가요?"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뼈에 구멍이 많이 생기는거야.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뼈가 약해져서 쉽게 부러지기도 하지."

"골다공증이 심한지 약한지를 어떻게 알수 있나요?

"병원 진단을 참고 해야겠지."

"네...."

"골반은 척추와 조금 달라서 상하변형, 좌우 측만변형, 회전변형 등이 있고, 골반이 안쪽으로 오므라지듯이 변형되기도 하고, 바깥쪽으로 벌어지듯이 변형되기도 하고, 좌우가 엇갈려서 변형되기도 하지. 골반은 모든 척추를 받쳐 주는 뼈이므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지. 골반이 변형되면 경추부터 요추까지의 척추가 정상적일수가 없거든."

"주간 잡지에서 척추는 인체의 대들보라고 하는걸 봤어요."

"골반이 대들보가 아니고?"

"근데 대들보가 뭐에요?"

"건물구조에서 수직방향으로 작용하는 기둥들을 떠받치는 수평으로 된 지지대라고 보면 될거야."

"아~, 그럼 골반이 대들보겠네요."

"아뭏든 척추의 변형을 자세히 진단할수 있어야 하네. 진단이 잘못되면 교정도 잘못될수밖에 없거든. 진단 연습은 열심히 하고 있나?

"네, 매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진단해봐."

스승님께서는 사범님에게 엎드리라고 하시고는 나에게 진단해보라고 하셨다.

스승님이 보는 앞에서 진단을 한다는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잘못된 척추를 느껴보려고 열심히 반복적으로 진단했다.

그동안 아이들을 상대로 연습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잘못된 척추들이 느껴졌지만 이것이 바른 진단인지는 의문이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좌측으로 전방변형이 된것 같구요, 여기는 좌측방변형이 된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 안되고, 거기가 어딘지를 알아야지, 가령 흉추 몇번이냐 또는 요추 몇번이냐 등등 말이야."

나는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신 이정표에 대하여 생각을 하면서 다시 말했다.

"흉추 3번부터 8번까지는 전방변형이 된것 같구요, 요추 4번은 좌측만변형이 된것 같습니다."

"골반은?"

"오른쪽이 상향변형 된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디가 불편할까?"

"흉추3번부터니까 폐, 담, 간, 위, 췌장 등에 문제가 있을것 같구요, 요추4번은 하지순환에 문제가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 이사람은 안아픈데가 없겠네?"

"..........."

"이정도 변형으로 그에대한 모든 증상이 오는건 아니라고 말했던것 같은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거나 소화쪽에 문제가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게 맞는지 이사범에게 직접 물어봐."

"사범님, 그런 증상이 있나요?"

"가슴이 답답한건 맞는것 같아. 그런데 소화쪽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나는 한가지를 맞추었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하지만 흉추의 문제가 있음에도 소화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좀 의문이 생겼다.

스승님께서는 사범님의 척추 상태를 직접 진단을 하시고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반은 맞췄고 반은 못맞췄네."

"틀린건가요?"

"틀린건 아니고 아직 감각이 없는거지. 좀 더 연습을 해야 되겠네. 하지만 이정도 맞춘것도 대단한거야."

대단하다는 스승님의 말씀에 괜히 어깨가 우쭐해졌다.


"척추에 대한 교정은 경추교정이 제일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니까 나중에 하기로 하고, 흉추교정부터 가르쳐주지."

"경추가 제일 위험한가요?"

"요추가 최고로 잘못 되었을때는 하반신마비가 오지만 경추는 전신마비가 올 수 있지. 교통사고가 났을때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보다 목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네. 좀 더 보상을 받고 싶은 욕심이겠지만.."

"네.."

"흉추가 후방변위 되었을때의 방법이야."

스승님은 엎드려 있는 사범님의 등 위로 두 손바닥을 펴서 올려 놓으신다.

"두 손바닥을 펴서 엄지손가락의 두번째 마디가 서로 닿도록 하고 손가락을 붙인 상태로 바깥쪽으로 벌리듯 해서 양쪽 엄지손가락 밑의 도톰한 살이 등에 밀착되도록 하고서는 흉추를 약간 위쪽으로 한계점까지 밀어 올린다음 순간적으로 누르면서 교정을 하는거야."

"그냥 누르면 되는건가요?"

"방향은 수직방향에서 30도 정도 위를 향해 누르는거야. 힘의 세기는 5cm 깊이를 누를 정도면 되지."

"힘은 항상 일정하게 주어야 하나요?"

"아니야, 상태에 따라서 힘의 세기를 조절해야 하지. 지금은 어느정도의 힘을 줘야 하는지 모를테니까 5cm를 말하는것이고 나중에 느낌이 생기면 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하지."

"교정은 한번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건가요?"

"예를들어 1mm 정도 측만변형이 있는 사람이라면 0.5mm 정도만 교정이 되도록 힘을 주어야 하네. 감각이 아주 월등하게 좋은 사람이라면 1mm의 힘을 가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mm의 힘을 준다는 것이 자칫 1.5mm의 힘을 줄수도 있거든. 만약 좌측만변형인 사람에게 너무 강하게 교정을 했다면 척추는 반대로 우측만변형으로 나타나겠지?"

"아~, 반대로 잘못될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다시 교정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교정을 해야겠지. 그러나 이런 상태가 몇번이고 반복이 된다면 그사람은 교정이 불가능 해질수도 있어."

"불가능하다구요?"

"척추도 자기의 원래 자리를 찾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 그런데 잘못된 교정으로 척추가 좌우로 여러번 반복 변형되면 척추는 자기 자신의 원래 위치를 잊어버리게 되지. 그럼 교정이 안되는거야."

"아하~, 힘의 조절을 잘 해야되겠네요."

"느낌을 안다는게 가장 중요하지."





체육관을 들어가려는데 관장님이 입구에서 주민과 대화를 하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응, 어서와~, 지난번엔 잘 먹었어."

생각하기 싫은 일을 떠올리게 되자 관장님이 보기가 싫어진다.

관장님은 육군 상사로 만기 전역을 하셨다고 했다.

월남전에도 참전하셨으니 연금도 받을텐데 아들뻘인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할까..

간단하게 인사만 드리고는 체육관을 들어갔다.


운동 시간이 되기 전에 아이들 둘이서 싸움이 일어났다.

몇마디 말싸움도 없이 순식간에 주먹을 휘두르며 엉겨 붙었다.

"그만!!"

그러나 아이들은 들은체도 하지 않고 바쁘게 주먹만 휘둘렀다.

"그만 하라고 했다~!"

싸우느라 듣지를 못한걸까, 못들은척 하는걸까..

아이들 옆으로 가서는 둘을 떼어 놓았다.

서로가 노려 보면서 씩씩댄다.

"왜 싸웠어?"

"쟤가 내말을 무시 하잖아요."

"형이 나를 약올리잖아요~."

"형이면 동생을 사랑스럽게 대해줘야지, 약올리면 되나? 그리고 동생이 화난다고 형에게 주먹질을 하면 되겠어? 둘 다 잘못이 있으니까 서로 사과해."

아이들은 계속 서로를 노려 보면서 사과를 할 생각을 안한다.

서로가 먼저 사과를 하기 싫은 모양이다.

"니가 먼저 사과 해."

"형이 먼저 해."

계속 서로를 노려만 보고 있었으므로 내가 서로의 머리에 알밤을 한대씩 때려 주었더니 그제서야 마지못한듯 사과를 한다.

하지만 운동시간이 끝날때까지 서로는 눈도 안 마주친다.

운동이 끝나고 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데 한 학부형이 들어 오신다.

"어떻게 오셨어요?"

"ㅇㅇ이 엄마에요."

ㅇㅇ이는 좀 전에 싸웠던 아이중에 한명이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일로 오셨어요?"

"사범이 우리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면서요?"

"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요.."

"필요 없구요, 집에서도 안때리는 아이를 사범이 뭔데 때리냐구요?"

어이가 없다.

체육관에 아이를 왜 보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요, 아이들이 싸웠는데 서로가 고집을 피워서 한대씩 때렸어요."

"사범이면 아이들 태권도나 잘 가르치면 되지, 사범이 아이들 패는 사람이야?"

"그럼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로 해야지요."

"그러니까 말을 안들을때 말이에요."

"뭐 이런 사람이 있어? 태권도장이 여기만 있는줄 알어?"

"그럼 다른데 보내세요."

"안그래도 다른데 보낼거다."

아이의 엄마는 문을 쾅 닫으면서 씩씩대며 돌아갔다.

역시 강남은 다르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강북쪽에서는 이정도가 아닌데..

앞으로 무술이란건 사라질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운동 시간에 관장님이 들어 오신다.

"아까 무슨일 있었어?"

"ㅇㅇ이 말입니까?"

"응, 그래."

자초지종을 들은 관장님이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사범이 잘못한게 아니구만, 얘나 엄마나 똑같네.. 난 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줄 알았네."

알밤 한대에 말이 부녀회장님을 거쳐 관장님에게 들어갔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예전에 내가 운동을 배울때의 상황을 지금 전개했다가는 감옥에 갈 일 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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