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13

전통활법 2020. 5. 2. 10:23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부녀회장님이 들어 오신다.

"수고하시네요, 이것좀 전해드리려구요."

부녀회장님이 나에게 편지봉투를 건넨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면 될걸, 굳이 편지로 전할건 뭘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아이들을 모두 자리에 눕게 하고는 발목 각도에 대해서 살펴 보았더니 의외로 10살도 안된 아이들에게서도 각도가 다른 아이들을 찾을수 있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도 척추에 문제가 있다는건가..

스승님께 배운대로 아이들에게 해보았더니 신기하게도 발목은 정상 각도를 찾아갔다.

활법의 기술들이 신기해서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였다.

"여기봐봐 지금 발목이 이만큼 세워져 있지?"

그리고는 교정을 하고 발목이 달라진 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들도 신기해 한다.

한타임 운동시간이 지나고 책상 위에 두었던 편지봉투를 보았다.

무슨 말을 직접 하지 못해서 편지로 썼을까 생각하며 봉투 안을 보았더니 뜻밖에도 만원짜리 지폐 3장이 들어 있었고, 다른 내용의 글은 없었다.

사범생활을 처음으로 했던 나는 이런 봉투를 왜 주었을까 고민을 했고, 분명 다른사람에게 줄 편지봉투와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 나의 사범 월급이 12만원 이었으니 3만원은 상당히 큰 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파트 경비반장이며 한신태권도 관장 직책을 맡고 있던 정석호관장님께 갔다.

"부녀회장님께서 다녀 가셨는데요. 저한테 이런걸 주셨는데 아무래도 잘못 받은게 아닌가 싶어서요."

"얼마 들었는데?"

"3만원이요."

"그래? 오늘 운동 끝나고 그걸로 술이나 한 잔 하자."

"다시 돌려 드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어."

이런 큰돈을 돌려주지 않고 술을 먹어도 되는건가 생각을 하면서도 관장님의 말씀이라서 그러겠다고 했다.


관장님은 같이 근무를 하는 직원 한분을 대동하고는 나와 함께 아파트 밖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꼼장어와 오뎅국물, 그리고 소주를 주문했다.

관장님과 직원분과 꽤 많이 마신것 같다.

"우리 사범이 참 순진해요."

옆에 있던 직원은 관장님 말씀에 허허 웃었고, 나는 왜 순진하다고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술값으로 팔천원 정도를 계산하고 남은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2차로 생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하여 근처의 호프집으로 가서 또 한잔을 더했다.

관장님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날수도 없고, 따라주는 대로 술을 마셨더니 그만 취해버렸다.

관장님과 헤어진후 버스정거장으로 가는데 도로가 흔들린다.

정신은 말짱한것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전봇대 앞으로 가서 뒷차기로 전봇대를 맞추려고 발차기를 해봤지만 전봇대는 맞추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아.. 술이 취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다음부터는 이렇게까진 마시지 말아야지..`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를 타려고 손을 흔들었다.

"창신동 낙산아파트요~"

택시기사들은 창신동 꼭대기라는 말에 승차 거부를 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몇번을 거부 당하고 그냥 동대문까지만 가서 걸어 올라가자는 생각을 하고는 택시를 탔는데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택시기사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내렸는데 아까보다 더 취하는 느낌이어서 약국으로 들어가버렸다.

"어?  많이 취했네?"

"네, 약사님 죄송합니다."

"거기 있지 말고 일루 들어와."

약사님은 조제실 쪽으로 나를 부르더니 술 깨는 약이라며 마시게 하고는 자리를 깔아주며 한잠 자라고 한다.

금방 잠이든것 같았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더니 어머니와 형이 약국에 오신 것이었다.

기억은 없는데 아마도 집 전화번호를 약사님에게 가르쳐 드린것 같았다.

어차피 걸어서 올라갈 길인데 괜히 어머니와 형에게 힘든 걸음을 시켜 드려서 미안한 마음이다.

집으로 가면서 형에게 편지봉투 이야기를 했더니 형이 어이없어 한다.

"관장이란 사람이 나쁜사람이구나. 관장도 부녀회장에게 봉투를 받았을걸?"

설마 관장님도 받았을까 하는 생각과 정말 받았다면 좋은 사람은 아닐듯한  생각이 들었다. 



"경추는 모두 몇개의 마디로 되어 있다고 했지?"

"일곱마디요."

"그래, 경추 1번이 잘못되면?"

"편두통, 시력감퇴, 감기, 히스테리, 불안감, 공포심, 고혈압, 심하면 중풍이 올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경추 2번은?"

"시신경, 청각신경, 야맹증, 난청, 이명, 환청이 들릴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잘 외우고 있구나. 만약 어떤 사람의 경추 2번이 왼쪽으로 측만변형이 되었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 사람은 평소에 목에 대해서 어떤 자세나 행동을 할까?"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더니 스승님께서 답을 해주신다.

"목을 최대한 위로 들어서 좌우로 돌리는 행동은 경추1번의 영역에 해당되지. 정면을 바라보면서 움직인다면 경추4번, 목을 최대한 숙여서 움직인다면 경추7번에 해당되지..  목을 최고로 든 상태에서 정면을 보는 상태까지의 공간을 3등분하여 경추 2번과 3번의 위치를 정하고, 정면에서 최대한 숙인 상태까지의 공간을 3등분하여 경추5번과 6번의 위치를 정하는거야. 그렇다면 경추2번이 왼쪽으로 변형되었다면 고개를 최대한 든 상태에서 조금 숙인 정도의 위치가 되겠지. 이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자주 돌리는 동작을 하는 사람이겠지.  이런 각도들은 나중에 경추를 교정할때도 유용하게 쓰이니까 반드시 알아야 해."

"네."

"활법을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교정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야.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자세나 행동을 하는지도 유추해야 하고, 현 상태에 맞는 운동법이나 자세법들을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하지. 그럴려면 활법을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내용들은 너무나 많지.. 활법이라는 학문도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죽을때까지 공부를 한다고 해도 통달할수 없는 학문이라네."

"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어. 하나씩 알아가면 되는거니까.."

"알겠습니다."


"흉추10번이 어디인가를 찾기 위해서 경추부터 요추까지의 24마디를 위에서부터 한마디씩 짚어가며 계산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리겠지. 그래서 척추에도 마디를 쉽게 구별할수 있는 이정표가 있다네. 상대를 엎드리게 한 후에 척추를 관찰해보자구. 날개뼈라고 부르는 견갑골은 흉추2번에서 7번까지에 위치하지. 따라서 양쪽 견갑골의 가장 윗부분을 잇는 선과 척추가 만나는 지점이 흉추2번이 되는것이고, 양쪽 견갑골의 가장 아랫부분을 잇는 선과 척추가 만나는 지점이 흉추 7번이 되는거지. 양쪽 갈비뼈의 제일 아랫쪽의 끝부분를 잇는 선과 척추가 만나는 지점은 요추2번이 되고, 양쪽 장골능을 잇는 선과 척추가 만나는 지점은 요추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가 있는 지점이라네. 이렇게 중간 중간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지점이 있으므로 쉽게 척추 마디를 계산할수 있는 것이지."

"네.."

"체한사람을 토하게 하려고 등을 두드릴때 어디를 두드리는지 아는가?"

"등 위쪽을 두드리지요."

"정확히 말하면 양쪽 견갑골의 아래쪽을 잇는 흉추7번의 바로 위 지점인 흉추6번을 두드리는거야.  왜 여기를 두드리겠어?"

"음... 흉추6번의 영역이 위장쪽이라서 그런가요?"

"그래, 선조들은 그곳이 위장과 관계가 있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지?"

"그러네요."

"아까 목에 대해서 말한것처럼 허리도 각도로 알수 있는것이 있지."

스승님은 사범님에게 똑바로 누워보라고 말씀하신후 설명을 계속 하셨다.

"두 다리를 편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세우는 각도로 요추 다섯마디를 알아보도록 하지. 세운 다리의 발가락이 편 다리의 태충혈에 위치할때가 요추1번이 받는 영향이 제일 크다네. 이 상태에서 허리를 좌우로 돌리면 요추1번이 가장 영향을 받는다는거지. 세운 다리의 발가락이 편 다리의 복사뼈 위에 위치하면 요추2번, 슬개골 바로 아래 음릉천 혈에 위치하면 요추3번, 슬개골 바로 위에 위치하면 요추4번,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세운 다리의 뒤꿈치가 엉덩이 쪽에 최대한 가까워졌을때가 요추5번이 되는거야."

"태충혈, 음릉천혈, 복사뼈 등은 어딘지 모르겠구요, 어떻게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태충혈은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의 뼈가 만나는 지점을 말하고, 음릉천혈은 슬개골의 안쪽으로 슬개골이 끝나는 지점인 움푹 들어간곳을 말하지. 복사뼈는 발목 옆으로 툭 튀어나온 뼈를 말하는 것이야.  척추에 주는 영향은 나중에 요추를 교정하는 방법을 배울때 다시 설명하기로 하겠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다리에 심하게 쥐가 났을때의 방법을 알려주지."

"네."

"다리에 심하게 쥐가 나면 종아리가 엄청 땡기면서 움직이기가 힘들게되지. 이렇게 쥐가 났을때는 가장 먼저 쥐가 난 다리의 무릎을 펴주어야 하는데, 아파서 펼수가 없어. 이때 음릉천혈을 엄지손가락으로 강하게 누르면 무릎을 쉽게 펼수가 있다네. 무릎을 펴고 음릉천혈을 누른 상태에서 엄지발가락을 좌우로 둥글게 돌려주면 쥐는 바로 풀려버리지."

"간단한데요?"

"그래, 활법에는 이렇게 간단하고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들이 많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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