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보행용 수레를 잡고서는 동네 마트에 다녀오시겠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걷지 못하십니다.
그러나 본인은 걷지 못한다는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휠체어라도 타면 가시고 싶은곳 어디든지 모시고 갈텐데 휠체어 이야기만 하면 내가 다리 병신이냐면서 화를 내십니다.
그러니 자식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외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보행용 수레를 꺼내서 문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마트를 가는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왜 또 저러시나.. 어차피 다시 들어 오실걸..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답답하시면 그러실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차를 타고 동네라도 한바퀴 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십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차가 지하주차장에 있으니까요.
어머니는 수레를 잡고 나는 어머니 뒤에서 허리를 잡습니다.
혹시라도 넘어질것에 대비하는 것이지요.
어머니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가 누구라도 보이면 내손을 뿌리치십니다.
남들 보기에 자신이 병신같이 보인다면서 부축을 받는것도 거절합니다.
이럴때 가장 어렵습니다.
어머니를 잡지는 못하고 넘어지지 못하도록 케어는 햐야겠고..
차에 수레를 싣고 그 옆에 어머니가 앉습니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되네요.
"이왕 나온김에 오랫만에 외식이나 하고 들어가자."
돈까스집으로 갈까 냉면집으로 갈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냉면을 최고로 좋아 하시니 제기동으로 가는게 좋겠다 싶습니다.
보문사를 지나갑니다.
"보문사에 들어가 보실래요?"
"아니다, 오늘은 그냥 가자. 아무렇게나 하고 나왔는데..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이 깔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누구를 만나지 않습니다.
아마 식당으로 가도 안들어 가실겁니다.
낙산이나 한바퀴 돌고 전에 살던 집터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낙산으로 향합니다.
낙산공원은 참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지요.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부분 뿐이지만 말입니다.
"내려서 서울 시내를 한번 내려다 보시겠어요?"
"아니다. 내 꼴이 얼마나 우습겠니? 다음에 다시 오자."
차를 돌려 예전에 살았던 낙산아파트 19동 자리를 갔습니다.
"옛날 19동 자리에요."
"19동 이라구?"
"내려서 한번 보실래요?"
"그래도 좋구... 아니다. 다음에 다시 오자."
결국 어머니는 차안에서 내린적이 없네요.
내려오는길에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길이 꽤 가파르구나. 다음에는 이런길로 다니지 말아라."
그렇게 비탈진 길은 아닌데 걱정이 되시는 모양입니다.
결국 동네만 한바퀴 돌고 다시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어지럽구나. 왜 이렇게 어지럽지?"
"좀 앉아 계시다가 좀있다 내리세요."
어머니께서는 집으로 들어오실때까지 같은 말만 하십니다.
"어지럽구나. 내가 왜 이러지?"
어머니께서 밖에 나가지 못한 시간이 10개월입니다.
걷지를 못하시니 체력이 말이 아니겠지요.
오랫만에 차를 타셨으니,그 기분은 젊은 사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것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조만간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나들이를 가야겠습니다.
아주 천천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