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법(活法) : 무술의 고단자가 되면 수련하는 사람을 살리는 법.
무술은 크게 살법과 활법으로 분류하며, 처음에는 상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 상대를 제압하는 법 등을 수련하고, 고단자가 되면 상대를 살리는 활법을 수련한다.
살리는 법이라고 해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며, 인체의 어느 부분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죽어 있다고 보고, 다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원상복구 해주는 방법을 살리는 법이라고 한다.
내가 활법을 처음 접했던 1982년에는 활법이란 단어도 생소했고(사실 무술을 하는 사람들도 고단자가 아니면 활법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어디서 가르쳐주는지도 찾기 어려웠다.
교보문고로 기억되는데, 우연히 <합기도 활법교본>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고, 책을 통해서 국제연맹 한국합기회를 찾아가게 되었다.
활법스승님께서는 나에게 활법의 기법들은 가르쳐 주셨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때 나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질문도 못할만큼 내성적인 성격이었기에 그저 가르쳐 주시는 것에 대해서만 암기하고 수련했다.
1983~1984년 쯤에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터미날로 가던 길에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기억되는 <오중환 건도도장>이 있었다.
그리고 1985년 쯤에 나의 합기도 스승님 사무실에서 오중환선생님께서 집필하신 <동방활법>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비매품이었다.
합기도 스승님은 활법 보다는 지압을 하셨었다고 생각되는데, 내가 국제연맹에서 활법을 배웠다는 말을 듣고 엄청 화를 내셨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동방활법 책을 빌려달라고 하였으나 거절 당했다.
비매품이었기에 어디서 구입할 수가 없어서 스승님이 안계실때 사무실에서 몰래 읽어보고는 했었다.
국제연맹에서 접한 활법과는 또 다른 내용들이어서 자주 봤던 것이 생각난다.
활법에 대한 1960년대의 기억은 없지만, 1970년대의 기억은 그런대로 있는 편이다.
197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서울운동장(훗날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에서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으로 바뀜)에 가면 <약장수>들이 있었다.
그사람들은 증명되지 않은 약들을 판매하면서 중간중간에 차력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쩌다 한번쯤은 수기법 교정을 보여주기도 했다.(활법을 배우고 나서 그것이 활법의 기법들인 것을 알았다)
1970년대 후반의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에서 자주 차력을 보여주시던 송재철선생님께서 하시던 것도 활법이었다.
오중환선생님이나 송재철선생님은 모두 나에게는 합기도 쪽으로 대선배님들이시다.
나의 활법스승님도 계시고 합기도 원로님이신 이태준선생님도 활법에는 모두 대가들이신 분들이시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합기도라는 무술을 수련하셨다는 점이고, 무술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이 자신들의 선후배에 대해서 말씀들을 하지 않으셨기에 활법의 맥락은 나도 알 수가 없다.
나의 스승님도 그러셨고, 이태준 원로선배님께서도 자신들은 활법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는지 말씀해주지 않으셨다.
또한 무술계의 선배는 하늘이었으므로 감히 그런 질문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내나이도 50을 훌쩍 넘겼고,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칠 나이가 되다 보니 활법의 역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게 생각할 뿐이다.
2016년 7월에 이 형 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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