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8

어머니께 다녀와서..

어제 어머니께 다녀왔어. 후라이드치킨을 사가지고 들렸지. 어머니는 작은누나와 함께 계셨어. 작은누나가 어머니에게 나를 가르키며 물었어. "이사람이 누구에요?" 어머니가 나를 자세히 보시더니 그저 웃음만 지으시더라구. 작은누나가 다시 말했어. "이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어머니는 나를 보시면서 생각하시는것 같았어. 그러더니 한마디 하시더군. "요새 일 다니니?" "네." "그래, 니가 일 안하고 쉴 사람이 아니지." 어머니는 나를 큰형으로 생각하시나봐. 나도 일 안하고 놀았던 시간은 거의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건 큰형이거든. 볼 일 보러 나갔던 세째형도 오고 큰누나도 오셨어. 큰누나가 짜장면을 사와서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했어. 내가 사간 치킨으로 세째형과 술한잔 했지. 작은누나가 말했어...

이형석 이야기 2023.05.29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4

작은누나네가 사업이 안풀리면서 빚을 지게 되었어. 어쩔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어머니가 살던 집도 누나네 집이였거든. 작은누나가 집을 두 채 사가지고는 한 채는 누나 부부가 살고, 한 채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거야. 거기에 나도 어머니랑 같이 있었던 것이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집을 두 채 사기는 어려웠어. 그렇다고 월세로 갈 수는 없는것이고, 전세나 집값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집을 사긴 해야겠지. 누나들과 형들이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을 알아봤지만 일단 서울에서는 불가능했어. 서울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서울근교를 알아봤지만 서울하고 별 차이가 없더라고.. 집이 팔리고 이사를 하게 되면 어머니를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 이사를 가는 곳에서 어..

이형석 이야기 2022.10.18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3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았어. 이제는 식탁까지 기어가서 식탁을 붙잡고 일어나는것도 어려우신가봐.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 드려야 했지. 어머니는 된장국에 밥만 있으면 잘 드셨어. 틀니도 잃어버려서 씹을 수가 없는거야. 그동안 보청기를 사드린 것만 해도 6~7개 쯤 될거야. 모두 잃어버렸지. 보청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어. 더우기 뭔가에 쌓서 어느 구석에 있으면 쓰레긴줄 알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틀니는 어머니 혼자 화장실에 가셨다가 변기에 빠뜨렸는데,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변기 물을 내려버렸대. 틀니도 다시 해드렸지만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프다고 하시더라구.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게 대략 8년은 된 것 같아. 그 중에서 2년 정도는 치매인줄 모..

이형석 이야기 2022.10.17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1

참 많이 울었다. 멈추려해도 멈춰지지 않는... 어머니는 치매였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셨어. 처음엔 동네 마트에 가서는 매일 똑같은 메뉴들을 사오시더라구. 똑같은 메뉴들은 냉장고에 쌓이기 시작했고, 때로는 마트에 가서 반품처리를 하기도 했지. 수돗물 틀어놓고 잊어버리는건 그나마 다행이었어. 가스불을 켜놓고 잊어버리는건 아주 위험했지. 냄비를 태워서 버린게 하나 둘이 아니야. 우리는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했어. 그게 치매인줄 몰랐던거지.. 우리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1925년생 이시지. 북쪽에서 태어나셔서 어렸을때는 일본의 통치하에 고생하셨고, 1.4후퇴때 피난 내려오셔서는 갖은 고생을 다 하신 분이야.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네. 위로 딸 둘, 아래로 아들 다섯, 그 중에 ..

이형석 이야기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