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이런 사람도 있네요, 1

전통활법 2022. 10. 3. 13:25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소개로 한 사람이 왔어.

처음부터 나에게 살갑게 대하더군.

"형님에게 말씀 많이 들었어요. 대단하신 분이라구요."

"그래요? 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후배가 말을 잘해주었나 보네요."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원장님하고 형님 동생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어.

이런 사람치고 오래 가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형님 동생을 하자니 말이야.

하지만 고객인데 편하게 지내고 싶은가 보다 하는 마음에 그러자고 했지.

말도 놓으라고 해서 말도 놓았어.

수유리 쪽에 산다고 하더라구.

 

몇일후 전화가 왔어.

"형님, 지금 바쁘세요?"

"아니 지금은 괜찮아."

"오늘은 몇시쯤 끝나세요?"

"일곱시 반에 예약이 있으니까 여덟시 반쯤 끝나겠지."

"알겠습니다."

고객은 전화를 끊더니 정확히 여덟시 반 쯤에 다시 전화가 왔어.

"형님 나오세요."

"어딘데?"

"사무실 앞에 있어요."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밖으로 나갔지.

술 한 잔 하자고 하더군.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하는데 입이 좀 거칠더라구.

형님 형님 하면서도 대화중에 see8을 달고 말하는거야.

"원래 말이 거칠어?"

"왜요?"

"말을 할 때 꼭 see8이란 단어를 끼워 넣어야 되나?"

"에이~ 형님, 그거 욕 아니란거 아시잖아요. 나쁜 마음이 없이 말하는건 욕이 아니죠."

"그래도 듣기가 좋지는 않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나는 간단하게 한 잔을 하고 헤어졌어.

일 외에는 안만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잠을 자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리는거야.

그 고객이더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더라구.

무슨일이 있나 싶어서 전화를 받았지.

"형님, 형님 동네에 왔다가 술 한잔 마셨는데요, 형님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그래? 술 많이 마셨구만, 빨리 들어가서 쉬어."

"에이~, 형님 보고 싶어서 전화 했는데 그건 아니죠. 나오세요. 제가 한 잔 대접해 드릴게요."

"아니야, 지금 자다가 일어났어. 내일 오전에 예약 손님이 있어서 자야돼."

"그럼 잠깐만 나오세요. 할 이야기도 있구요."

"지금 나가면 잠이 깨서 내일 일이 망가져. 다음에 한잔 하세."

 

그로부터 몇일후 또 새벽 1시쯤에 전화가 왔어.

그 고객이 말이야.

어이가 없더군.

다음에 만날때 이야기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전화는 안받았어.

다시 잠이 들었을까 싶었는데 또 전화가 온거야.

새벽 3시가 넘어서 말이지.

이건 고객이 아니라 양아치 수준인거지.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쾌했지만 전화는 안받았어.

 

다음날 오후에 전화를 했지.

새벽까지 마셨을테니 오전에는 잠을 잤을거잖아.

"예, 형님."

"새벽에 나한테 전화한거 기억하나?"

"네,"

"무슨일 있었어?"

"아니요, 그냥 형님이 보고 싶어서 전화 했어요."

"술 마셨나?"

"네."

"지금은 좀 깼어?"

"아뇨, 머리아파 죽겠어요."

"머리 안아플때 전화좀 해."

"괜찮아요, 그냥 말씀하세요."

"아우는 일 안하나?"

"노가다 뛰니까 일이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어요."

"그런데 자꾸 새벽에 전화를 하면 나보고 백수가 되라는 말이야? 뭐야?"

"혹시 안주무실까 해서 전화한거에요."

"내가 안잔다 해도 그건 예의가 아니지. 새벽이라면 밤일을 하는 사람 아니라면 잠자는 시간이잖아?"
"알았어요. 다음부터 새벽엔 전화하지 않을게요."

"그래, 밤 11시가 넘으면 전화 하지마."

"네."

 

나는 이 고객이 내 말을 알아들은줄 알았어.

그런데 그 고객을 소개시켜준 지인이 나에게 말하더군.

"형님, 그녀석에게 뭐라고 했기에 형님을 까칠하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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