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동호회

전통활법 2022. 10. 26. 17:20

세상에는 여러가지의 동호회가 있어.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여러가지 소모임이 있는데, 산악회도 있고 당구모임도 있어.

골프모임도 있고 바둑모임도 있지.

또 동호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번개를 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도 해.

그런데 이런 여러가지 모임의 공통점이 뭐냐하면 말이야.

바로 술이야.

산을 타고 내려와서도 술자리, 당구를 치고 나도 술자리,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처음부터 술자리..

술을 마시다보면 자연스럽게 2차로 이어지는게 대부분이야.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런 사람들은 조용히 떠나더라구..

 

그렇게 조용히 떠난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든 모임이 있어.

일명 <레크레이션>모임인데, 내용은 도박이야.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판을 벌이는데, 가끔은 야외로 나가서 판을 벌리기도 해.

야외로 나간다는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구..

야외로 나간다는건 바람도 쏘이고 풍경도 감상하고 뭐 그런거 아니겠어?

그런데 이들은 야외로 나가서 서울 근교의 백숙집을 가서는 백숙을 주문해놓고 판을 벌리는거야.

야외로 나간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해.

 

일반 동호회는 만남이 있고 어떤 행사(?)가 있고, 술자리가 있잖아?

사실 그런 만남에서도 나는 재밌다거나 즐겁다 라는 기분은 느끼지 못했어.

서로의 직업에 대해 도움이 된다거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거나 하는건 보지 못했어.

그냥 사회적인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지는거지.

경조사는 참여 하더라구..

 

그런데 이 도박모임은 언제나 희비가 갈리는거야.

도박을 하다보면 따는 사람도 있지만 잃는 사람도 있게 되잖아.

딴 사람은 금액을 줄이고, 잃은 사람은 금액을 늘리는거야.

당연히 계산이 맞을리가 없잖아?

처음엔 조금씩 개평도 주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평의 개념이 사라졌어.

<안주고 안받기>라는 말이 생겼어.

이 모임은 더이상 <친선>이 아닌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잃는 사람은 많이 잃게 되었지.

사실 어떤 집에서 자기 아들이, 혹은 자기 남편이 도박을 하는걸 좋아하겠냐구?

집에서 전화가 오면 의례 거짖말을 하는거야.

<술 먹고 있다.>

<누가 죽어서 상갓집에 와 있다.>

<금방 출발 할거야.>

돈을 잃었는데 금방 출발을 할 수 있겠냐구?

 

도박은 <패 떠먹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초짜이거나 아니면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야.

초짜들은 자기가 운이 없어서 돈을 잃었다고 생각해.

언젠가 자기도 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그러나 도박은 절대로 <패 떠먹기>가 아니야.

좋은 패를 가지고도 초짜들은 적은 돈을 먹게 되고, 잘하는 사람은 큰 돈을 먹게 돼.

실력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는거야.

이걸 초짜들은 모른단 말이야. 

누군가 이야기를 해 줘도 인정을 안하지.

도박은 말이야..

백만원을 잃고 후회를 하다가도 십만원을 딴 날은 기분이 좋은거야.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따면 언젠가 큰 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도박은 절대로 중간에 멈추질 못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걸 모두 잃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곤 하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또다시 도박을 하게 되는거야.

중간에 도박을 끊는 사람이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지인 중에 하나가 이 모임에서 많이 잃었어.

내가 생각할때 수천만원은 될거야.

어쩌면 그 이상 잃었을지도 모르는것이고..

한때 잘 벌었던 사람이니까 아직 주머니에 돈은 있는것 같아.

그중에서 잘하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있는 나머지 돈을 따고 싶겠지.

나도 몇번 그 지인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적이 있어.

조언이란게 별게 있겠어?

"넌 걔네들한테 실력이 안되니까 이만 끊어라."

라고 했지.

이해를 못하더라구.

자기도 운이 좋으면 언제든지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나도 한때 도박을 했던적이 있었어.

수천만원을 잃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

도박은 패 떠먹기가 아닌 실력이라는걸 나는 깨달았어.

그리고 끊었지.

아주 끊었냐구?

정말로?

솔직히 아주 끊었다고 말은 못해.

1년에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만큼은 하지.

명절 전날이나 년말 같은때 말이야.

아는 친구들과 30만원씩을 내놓고 카드게임을 해.

단, 우리는 30만원을 잃었을때 또 돈을 꺼내는건 없어.

그자리에서 물러나는거지.

이렇게 다섯명 정도가 게임을 해서 두명이 물러나게 되면 판은 끝이야.

그리고 딴 돈의 절반을 내놓는거야.

30만원을 잃은 사람은 15만원을 받는거지.

그리고 딴 사람은 자기의 본전은 주머니에 넣어 두고 딴 돈으로만 쓰는거야.

무조건 30만원 이상은 나오거든?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거야.

크게 잃은 사람은 15만원을 잃게 된 셈이니까 그날 술값은 자신이 쐈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지.

계산을 하고 나서도 돈이 남으면 잃은사람들에게 나눠주는거야.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이 게임에서 말다툼을 한 적은 없었어.

계산이 틀린적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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