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으로 생각되는, 내가 서초동 체육관에 태권도사범으로 있을때의 일이다.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S중학교에 다니던 1학년 학생 둘이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 있었다.
두사람을 갈라 놓고는 물었다.
"왜 싸웠어?"
두사람은 서로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계속 싸우고 싶어?"
"네."
두사람이 거의 동시에 약속이나 한듯 대답한다.
"여기는 태권도장이야. 따라서 싸움을 해도 태권도식 겨루기로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거야?"
순간 두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한사람은 태권도 2품이었기 때문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다른 한사람은 이제 갓 시작한 노란띠였기 때문에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는 사라지기 시작한 태권도장에서의 선후배 문제도 해결하고 싶었고, 겨루기로 한다면 노란띠가 싸움을 하지 않을것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는데 노란띠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대답했다.
"그래도 싸우겠습니다."
"겨루기는 3분 3회전으로 하고 3분이 끝나면 1분 쉬는 시간이 있다."
두사람을 마주 보게 세우고 인사를 시키고는 시작을 알렸다.
시작과 동시에 2품의 현란한 발차기가 계속 되었고 약 1분 정도를 노란띠는 속수무책으로 맞기만 하더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는지 뒤로 도망가서는 2품의 발차기가 필요없는 거리를 만들고서는 2품의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했다.
"공격해봐~, 2품이 나를 맞치지도 못하냐? 병신~~."
노란띠는 2품의 주위를 돌면서 말로써 공격하기 시작했다.
2품이 달려들면서 발차기를 시도했지만 눈에 보이는 공격이기 때문에 노란띠는 충분히 피할수가 있었다.
"안맞았지롱~ 병신, 2품이 그것밖에 못하냐?"
태권도 겨루기에서 말로 싸우는건 금지사항이지만 두사람의 무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놔둬보기로 했다.
몇번의 공격이 시도됐지만 노란띠는 맞지 않았고, 그때마다 <병신>이라는 노란띠의 질책만 들렸다.
그렇게 1회전이 끝나고 2회전이 시작되었다.
노란띠는 여전히 2품의 주위를 돌면서 약을 올리고 있다.
약이 오른 2품은 곧 이성을 잃었고, 그의 발차기는 노란띠도 충분히 피할수 있는, 정확성이 떨어진 발차기로 변했다.
노란띠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2품과 거리를 좁히더니 돌려차기로 2품의 가슴을 정확히 공략했다.
단 한번의 성공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2품과 거리를 두고는 뱅뱅 돌기 시작한다.
"병신, 노란띠한테 맞냐? 2품 맞냐?"
2품은 더욱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 공격을 했지만 오히려 노란띠에게 한대 더 맞는 실수가 되었다.
"아프지롱~, 2품이 노란띠한테 맞았대요~~."
결국 3회전을 가기도 전에 2품이 울고 말았다.
아이들 싸움에서 운다는건 곧 패배를 뜻하기 때문에 시합은 거기서 끝이 났다.
점수제로 한다면 2품의 완벽한 승리지만 2품은 기권을 한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승리는 노란띠의 것이었다.
싸움에서 이성을 잃는다는건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싸움을 장난처럼 하면서 이성을 잃게 만든 노란띠의 계략(?)이 성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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