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자존심은 지켜야 맞는가?

전통활법 2020. 6. 5. 02:14

오늘 친구들과 모처럼 한잔 했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모이면 술값은 1/n 로 게산하지요.

그래도 1차에서 끝나지 않고 2차까지 따라 가려면 기본으로 5만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모임에는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요.

평소에는 잘 참석도 안하던 친군데, 다른 친구들이 나오라고 사정사정을 해야 겨우 나오는 친구였지요.

그것도 회비는 내가 내줄테니 부담없이 나오라고 해야 겨우 나오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어렵다는건 모두가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그 친구가 1차 술값을 혼자서 계산 했어요.

화장실 가는듯 조용히 나가서 계산을 했기에 아무도 몰랐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된 친구들이 2차를 가자고 했지요.

물론 이 친구한테는 술값을 받지 않는 조건이었어요.

우리는 알고 지내던 동생의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정말 신나게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술좌석이 끝나고 계산을 하려니까 벌써 계산이 끝났다고 하네요.

그 친구가 2차 계산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1차 술값은 8만원 정도였어요.

없는 살림에는 부담이 갈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서는 2차의 35만원의 계산도 해버린겁니다.

이건 아니지요.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30만원 정도의 돈을 친구에게 주었지만 안받습니다.

그동안 자기에게 베풀었던 친구들에게 한번쯤은 사고 싶었답니다.

친구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이럴줄 알았다면 2차를 가지도 않았을겁니다.

친구는 가난합니다.

이 친구에게 40만원이란 돈은 굉장히 큰 돈입니다.

기분좋게 술은 마셨지만 뒤끝이 영 개운하질 못합니다.

나머지 친구들이 모여서 한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친구들끼리 돈을 조금씩 보태서 50만원을 보내주자는 의견이였지요.

돈을 보내려고 계좌를 부탁했지만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이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할까요?

아니면 힘들게 사는 친구를 도와줘야 할까요?

마음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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