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동창녀석 개업식에 참석했다.
같이 있어야 할 제수씨와 딸들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후 동창녀석의 어머니가 오시길래 인사를 드렸더니 아는체도 안한다.
어이가 없다.
참석할 생각도 없던걸 문자가 왔기에 다른 동창들과 함께 참석했던건데..
꼭 1년 전이다.
동창녀석이 자신의 어머니가 갑자기 걷지를 못한다면서 나에게 봐줄것을 부탁했었다.
집으로 가서 상태를 봤더니 다시 걸을수는 있는 상황으로 느껴졌지만 연세가 높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것 같았다.
몇번이나 관리를 해야 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횟수에 관계없이 3개월을 이야기 했다.
처음엔 매일 관리를 해야 하고, 좀 낳아지면 격일로 관리를 하자고 했고, 선불로 100만원을, 걷게 되면 추가로 100만원을 달라고 했다.
물론 3개월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걷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알았다는 동창녀석의 말에 관리를 시작 했지만 선불은 받지 못했다.
몇번이나 관리를 하면서 동창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이 없어서 관리를 중단 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안갔더니 어머니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그만한 돈은 자신에게도 있으니 어머니가 주시겠다면서 나를 불렀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집으로 찾아 갔지만 관리만 받고는 다음에 주겠다고 한다.
다음에 왔을때 안주시면 그만 오겠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다.
다음번에 갔을때 관리먼저 해달라고 하고서는 어머니가 봉투를 하나 나에게 주셨지만 생각보다 얇았다.
내용을 보려고 하니 20만원을 넣었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그만 하자고 했다.
다음에 오면 30만원을 더 주겠다고 해서 처음과 약속이 틀리고, 이런 기분으로 어떻게 좋은 관리를 할 수 있겠냐고 하고는 20만원의 봉투를 놔두고 나왔다.
그러나 그후에 나는 몇몇 동창들에게 나쁜놈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동창녀석이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녀석이라면 애초에 돈을 안받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는 몇배나 낳은 녀석이었고, 노래방을 거의 매일 가서 돈을 쓰는 놈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동창이라는 인연으로 저렴하게 말한 것인데. 그것마저도 아까운 모양이었다.
친구들이 봉투에 제각각의 이름을 써서 고사상 앞에 놓는다.
나는 준비했던 봉투를 꺼내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개업식의 주인인 동창녀석이 처음 보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는 우리에게 인사를 시킨다.
이번에 결혼한 새 마누라라고 한다.
새 마누라 앞에서 전 마누라 말을 하지는 못하겠어서 그냥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했다.
제수씨와 딸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부부사이야 부부들만 아는 일이니 겉모습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누구 하나 제수씨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털털하고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기에 남편의 여자 동창들에게도 언니 언니 하면서 가깝게 지냈던 사이였다.
밖으로 나와서 동창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1월달에 이혼했다던데?"
"전 와이프는 강원도 쪽에서 사나봐. 친정이 그쪽이래."
"근데 새로 결혼한 여자가 왠지 어디서 본것 같은데?"
"딸들도 엄마 따라서 강원도로 강원도로 갔나봐?"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각각 한마디씩 한다.
한 친구가 한마디 한다.
"저새끼 얼마 못살고 벌 받을거야. 원래 조강지처를 버린놈 치고 잘되는 놈을 못봤어."
다른 친구도 한마디 거든다.
"지가 일없어서 돈을 못벌때 제수씨가 돈벌어서 생활했었는데, 헤어질때 한푼도 안줬대."
또 다른 친구가 한마디 한다.
"새로 결혼한 여자가 어디서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노래방에서 본것 같아."
계속 있으면 사실과 거짖의 혼동된 이야기들이 나올것 같아서 먼저 간다고 하고는 나와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꼭 개업식을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만 즐겁고 동창들은 하나도 즐겁지 않은 개업식인데..
아직 코로나도 조심해야 하는 시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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