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돈의 가치

전통활법 2020. 4. 7. 02:42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모두들 힘들어 합니다.

자영업은 자영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힘든 세상이네요.


파트 타임으로 다른일이라도 해볼까 하고 면접을 보러 갔어요.

유치원의 39인승 버스운전기사를 구한다는 곳에 가봤지요.

오전 8시반부터 등원을 시키고, 마지막 하원은 오후6시랍니다.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을 넘는데,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기 때문에 8시간으로 인정한답니다.

중간 휴식 시간 중에도 유치원에 상주하고 있어야 하니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할수는 없겠지요.

월급은 190만원에 하루 1식을 준다고 합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요즘 세태도 궁금하고 해서 가봤지요.

그런데 아이들 등, 하원만 시켜주는게 아니랍니다.

마당 청소도 해야 하고, 나무들 관리도 해야 하고, 원내 모든 시설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군요.

"전문적 기술을 요하는건 아니겠지요?"

원장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우리 친구중에 조경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월급이 400만원 정도 된다고 하던데요.."

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네요.

"가을이면 이 넓은 마당의 낙엽도 쓸어야 할테고, 눈이 오면 눈도 청소해야 할거고.. 봄이되면 화초도 관리해야 되는거죠?"

"네, 여기서는 그런 분을 원합니다."

"거기에 원내의 망가진 기구에 대한 보수도 하구요?"

"네."

"그냥 청소만 해도 그정도 월급은 받지 않나요?"

"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네요."

"어울리지 않는게 아니라 너무한거 아닌가요?"

"다른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가요?  이정도면 차라리 마을버스를 하는게 더 낳을듯 합니다만..."

원장은 더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더군요.

일반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내가 생각이 잘못된건지, 세상이 바뀐건지, 세상을 잘못 생각한건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사범생활을 할때는 아이들 관리만 잘하면 되었었습니다.

운전기사 따로 있었구요, 체육관내 청소는 아이들끼리 돌아가면서 했었구요..

1990년대 중반에 유치원 운전기사를 잠깐 했을때도 그저 운전만 잘하고, 차량관리만 잘하면 됐었는데, 요즘의 유치원 운전기사는 맥가이버처럼 모든걸 잘해야 되는 모양입니다.


190만원의 댓가가 이렇게 큰것인줄 몰랐습니다.

친구들과 술한잔 먹으면 5~6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당구를 한두게임 쳐도 1~2만원은 그냥 나가버리는데, 그렇게 힘들게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쉽게 쓸만한 돈이 아니었네요.

매달 지출해야만 하는 공과금과 보험료, 전화료 등등..이것만 해도 월 70~80만원은 나가야 하고, 교통비,부식비도 생각해야 하고, 가끔씩 나가는 이발비용, 목욕비용, 병원비용 등등...때가되면 신발도 사야지, 옷도 사야지..

그동안 내가 너무 쉽게 지출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깊이 반성을 해야겠습니다.

어제 유치원 면접은 지난날을 뒤돌아 보게 했으므로 잘 다녀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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