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잊혀져가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사실 잊혀져 가는 사람은 아니고, 그는 나에게 가끔씩 연락을 했는데, 나는 연락을 안했던 거에요.
그는 1986년도에 합기도 체육관에서 만난 사람입니다.
당시 나는 사범이었고 그는 관원이었어요.
알고보니 운동은 오래 했는데 체육관에서 인정을 안해줘서 관원으로 다녔던 것이였어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도 체육관을 운영했고 나도 체육관을 운영했지요.
나이도 3살 정도 어렸고, 고등학교 후배라서 그때는 친하게 지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서로가 체육관을 접은 상태고 하는일이 다르다보니 자주 만나기는 어렵더군요.
친구라면 자주 만났을지도 모르지만 후배잖아요?
간단하게 호프 한 잔 했어요.
요즘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후배는 4월이 들어서면서 생활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운동이야기,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옛날로 잠깐 돌아갔지요.
무엇보다도 후배가 요즘 괜찮다고하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후배가 전화를 합니다.
그러더니 나를 바꿔주네요.
같은 1986년에 만난 후배였습니다.
보고 싶은 후배였지요.
그녀석은 내가 후배인줄 알고는 <형님>이란 단어를 쓰더군요.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니가 언제부터 나에게 형님이란 단어를 썼냐?"
그가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나를 알아봅니다.
얼굴본지 20년은 지났음에도 바로 알아보다니... 기분은 좋습니다.
"아~, 관장님이시군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냐?"
"송파에서 개인사업 하고 있습니다."
"개인사업 어떤거?"
"다음주에 형님하고 관장님하고 한번 뵙죠?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럴까? 다음주 홀수날 중에 한번 만나자구."
"알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보고 싶은, 연락이 끊어졌던 후배와 연락이 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까칠했던게 아닐까 후회되네요.
그녀석도 50대고 나도 50대인데...
합기도라는 운동에서 사범과 관원으로 만났기 때문에 생긴 의식일까요?
아니면 나에게도 내가 몰랐던 권위의식이란게 있었을까요?
다음주에 만나면 이뻐해줘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