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노는곳, 먹는곳에는 항상 참석하면서도 한번도 돈을 쓰는적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같이 참석한 사람들에게서 차비 명목으로 용돈을 받아가는것을 본적도 있습니다.
나이가 적은것도 아닙니다.
일정한 직업도 없습니다.
처음엔 친구에게 동네 형이라고 소개를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하여 그 동네 형을 ㅇ이라고 하겠습니다.
같이 당구장에서 만났지요.
당구를 같이 치다 보면 약속은 없었어도 게임에서 진 사람이 당구비를 지불하는게 당연시 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니 ㅇ이 졌습니다.
그런데 게임비를 지불할 생각은 전혀 없는듯 보였고, 친구가 대신 내준 게임비를 당연하다는듯이 생각하는것 같았습니다.
친하게 보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언젠가 여러사람이 모여 단란주점에 갔었습니다.
한사람이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차비하라고 팁을 주었는데, 그것을 본 ㅇ이 자기에게도 차비를 달라면서 손을 내밀더군요.
농담이 아니라는걸 알고는 뭐 저런사람이 있나 싶었습니다.
ㅇ이 전화를 받고는 상대방에게 술자리로 오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술값을 지불할 사람에게 ㅇㅇ도 이리로 오라고 했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자신은 애초에 술값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도 이런 비싼 술집에 사전 동의도 없이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다른 단란주점에서 한사람이 자신이 산다면서 양주를 들고는 우리 테이블로 왔습니다.
우연히 단란주점에 들어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난것이지요.
우리 테이블에는 마시던 양주가 아직 반병은 남아 있었는데, 만난 친구가 더 마시라면서 새 양주를 한병 가지고 온것입니다.
아직 양주가 남아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ㅇ이 일어나더니 새 양주의 포장된 마개를 뜯는것이었어요.
마시라고 주는데 왜 안받느냐면서 천천히 다 마시자고 하더군요.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다른사람들은 그냥 웃고 말더군요.
그러고보니 단란주점을 참 많이도 갔었나 봅니다.
친구 동네를 가면 ㅇ형 말고도 ㄱ형이 있는데, ㄱ형은 자신이 계산하는걸 좋아합니다.
나도 몇번을 얻어 먹었고, 두번을 샀습니다.
갈때마다 이런 비싼곳은 가지 말자고 말을 하지만 오늘만 가자면서 팔을 당깁니다.
ㄱ형이 간단하게 한잔하고 끝내려 할때는 어김없이 ㅇ형이 단란주점에 가자고 꼬드깁니다.
술 잘마사고, 친구들 오라고 해서 술값이 더 나오게 만들고, 술값은 커녕 오히려 차비를 받아 가는 형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ㅇ형을 찾는걸 보면 인기가 매우 좋은듯 생각됩니다.
비결이 뭘까요?
어떻게 돈한푼 없이 와서는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고.. 그럴수 있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