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님이 ㅇㅇ반 선생님과 할 말이 있다면서 나에게 5분만 아이들을 봐달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 교실에 들어서니 7세 어린이들이 여러명 있었고 각자의 놀이에 열중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한 아이가 묻는다.
"할아버진 누구세요?"
헐~
환갑도 되기 전에 할아버지라니..
한편으로 이 아이들에겐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서운하다.
결혼을 안한 나로서는 <아저씨>소리를 들어본것도 손가락에 꼽을 정돈데..
그동안 관장님, 사범님, 원장님 등의 여러가지 호칭을 들어왔지만 할아버지는 아닌것 같아서 내가 한마디 했다.
"난 할아버지가 아니야."
"그럼 누구세요?"
"난 형님이야."
형님이라는 단어를 말해놓고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뭐 형님이라는 단어를 꼭 송해선생님만 들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형님?"
아이의 눈에도 내가 형님 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니게 보이는듯 했다.
다른 아이가 나의 뒤로 다가와 모자를 벗긴다.
얼마 안되는 머리카락마저도 하얗게 보이는 머리..
"에이~ 할아버지 맞네.."
벗겨진 모자를 보며 황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화를 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염색한거야. 그래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보이는거야.."
왠지 궁색한 변명같다.
"그럼 머리는 왜 얼마 없어요?"
"속상해서 다 뽑아버렸어."
"왜 속상한데요?"
"너희들같이 말 안듣는 어린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하하하."
나의 웃음소리에 아이들도 덩달아 웃는다.
"거짖말, 할아버지 맞지요?"
"아니야,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형님이야."
아.. 나는 형님인데, 어느사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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