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는 문득 내가 부럽다는 말을 하더군요.
나 같은게 부러울게 뭐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친구가 그럽디다.
친구는 대학에서 강의도 해보고, 책도 출판했고, 이 계통에서 오래 일을 했으니 경험도 많을것이고, 사주 공부를 하여 운명도 점칠줄 알고..
제가 말했습니다.
책을 출판했지만 아직 경비도 못 뽑았고, 대학에서의 강의는 운이 좋았던 것이지만 돈이 되는건 아니었고, 이 계통에서 오래 있다보니 못볼것도 많이 보게 되고, 사주를 공부한건 가끔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했지요.
친구가 보기에는 내가 부럽게 느껴졌나 봅니다.
친구는 시각장애자 입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출판할 엄두도 못내고, 사주를 공부했지만 일일히 외워서 하다보니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점자로 된 책이 그리 많은것도 아니겠지요.
저는 항상 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버는것도 아니고, 모아논 재산도 없고, 나이는 들어가고..
오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느껴지는게 생기더군요.
현재의 내 처지에서 한두 단계만 내려다보면 세상이 편한것을..
항상 나보다 잘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생각들이 바보스럽게 느껴집니다.
친구가 요즘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합니다.
아버님의 구순잔치, 딸의 상견례, 그리고 결혼준비 등등
시각장애자로 살다 보니까 수입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일들로 돈 쓸 거리는 많은데, 가진건 없고..
없친데 덮친격으로 사는 집까지 재개발로 인해 방을 빼줘야 하는데, 다른곳에 구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후에 떠나야 할텐데.. 라는 말을 합니다.
이렇게 사는 아들로써, 이렇게 사는 아버지로써 아버님과 딸에게 미안한 모양입니다.
친구가 웁니다.
친구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네요.
도와줄 힘은 없고..
이럴땐 크게 소리라도 질러 보라고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노래를 하는게 아니라 악을 쓰는군요.
요즘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헤어지면서 우리가 언제나 다시 볼수 있을까? 라는 말을 합니다.
힘내라고 말하고는 10월에 다시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나도 힘든데.. 친구를 보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한번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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