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저승사자 꿈

전통활법 2018. 2. 18. 17:44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날 새벽에 꿈을 꾸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의 손을 붙잡고는 `내 집으로 가자`하고 말씀하십니다.

낮은 언덕길을 향해서 가고 있었고, 길은 황톳길 이었습니다.

꿈속에서도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십니다.

생시에서 처럼 걷지도 못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 손을 붙자고는 한걸음 한걸음을 쉽지 않게 옮기고 있습니다.


`내 집으로 가자`라는 말씀이 전혀 생소하지 않았습니다.

생시에는 한집에 같이 살고 있었음에도, 꿈 속에서는 서로 다른집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전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이 길이 저승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어요.

언덕길을 올라가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셋이나 있습니다.

세사람은 각자 자신의 앞으로 온 사람에게 명부를 확인하고는 뭔가를 줍니다.

꿈 속에서도 그사람들이 저승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중 한사람이 저를 보고 한마디 합니다.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데가 아닌데, 어떻게 왔지?"

"어머니를 부축해서 왔습니다."

"관계가 어떻게 되는데?"

"아들입니다."

내 앞의 저승사자가 어머니와 저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다른 저승사자에게 건네는걸 중간에서 제가 받아서 제 이름이 적힌 종이는 감추고, 어머니의 명부만을 건넸습니다.

"자리가 하나 뿐인데, 어떻게하지?"

라는 저승사자의 말을 듣고서 건네주었던 종이를 보았더니 어머니와 저의 이름이 같이 적혀있습니다.


어머니가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못들어가고 입구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향해 하직인사라고 큰 절을 올렸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보니 눈가에 눈물이 흥건합니다.

꿈에서 하염없이 울었던 것이 생시의 눈에서도 눈물이 났었나 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에 가봤습니다.

어머니께서 아직은 주무시고 계십니다.

혹시라도 숨을 쉬시나 곁에 가서 확인을 해봅니다.

다행히도 아무일도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꿈해몽에 대한 검색을 해봅니다.

실제로 돌아가실 수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10여년전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내 명이 93세야. 따뜻한 봄날에 조용히 떠날거다."

올해 어머님 연세가 만으로 93세 이십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유명을 달리한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 누군가가 나의 가족이라면, 나의 어머님이라면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앞으로 어머니께 정말 잘해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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