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8

어머니께 다녀와서..

어제 어머니께 다녀왔어. 후라이드치킨을 사가지고 들렸지. 어머니는 작은누나와 함께 계셨어. 작은누나가 어머니에게 나를 가르키며 물었어. "이사람이 누구에요?" 어머니가 나를 자세히 보시더니 그저 웃음만 지으시더라구. 작은누나가 다시 말했어. "이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어머니는 나를 보시면서 생각하시는것 같았어. 그러더니 한마디 하시더군. "요새 일 다니니?" "네." "그래, 니가 일 안하고 쉴 사람이 아니지." 어머니는 나를 큰형으로 생각하시나봐. 나도 일 안하고 놀았던 시간은 거의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건 큰형이거든. 볼 일 보러 나갔던 세째형도 오고 큰누나도 오셨어. 큰누나가 짜장면을 사와서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했어. 내가 사간 치킨으로 세째형과 술한잔 했지. 작은누나가 말했어...

이형석 이야기 2023.05.29

어머니께 다녀오면서..

고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 아마 이라는 글이었을거야. 오늘따라 왜 그 구절이 자꾸 생각나는걸까.. 내용을 좀 바꿔서 로 말이야. 오늘 어머니한테 다녀왔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 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계시더군. 얼굴은 검버섯으로 화장을 하고, 구부러진 허리 때문에 옆으로 누워 주무시더군. 엊그제 꿈에 어머니를 보았었지. 그 꿈을 꾸고 나서 어머니께서 예전에 나에게 하시던 말이 생각났어. "나는 너만을 의지하며 사는데.." 너무 부담되는 말이였지. 누나도 두분, 형들도 네분이나 있는데 왜 하필 나를 의지하냐고.. 제일 철딱서니 없고 인생을 대충 살아가는, 왜 나냐고.. 몇일전에서의 통화에서도 "너무 보고싶다,"며 우시던 모습이 떠오르네.. 가야지 가야지 하면..

이형석 이야기 2022.11.09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5

에필로그 누나와 어머니는 의정부로 이사가셨어. 세째형이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로 했지. 큰누나는 인천에서 의정부를 매일 다녀가셔. 창신동보다 훨씬 멀어진 셈이니 얼마나 힘드시겠어. 나는 의정부로 가면 할 일이 없어서 창신동에 남아 오피스텔을 얻어 내 일을 계속 하고 있어. 사람 마음이란게 의정부에서 서울은 교정을 받으러 오는데, 서울에서 의정부로 오는 숫자는 적거든. 처음에는 일주일에 3~4회를 어머니께 들렸어. 그래도 두달 정도는 잘 지냈지. 친구들도 만나고 1박 정도는 여행도 가고.. 먹는것도 잘 차려 먹었어. 세달째 접어드니까 만사가 귀찮아지더라구.. 어머니께 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어. 한달에 한 두번 갈 정도야. 친구들도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 만나봤자 당구치고 술이나 마시고, 지나..

이형석 이야기 2022.10.19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4

작은누나네가 사업이 안풀리면서 빚을 지게 되었어. 어쩔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어머니가 살던 집도 누나네 집이였거든. 작은누나가 집을 두 채 사가지고는 한 채는 누나 부부가 살고, 한 채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거야. 거기에 나도 어머니랑 같이 있었던 것이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집을 두 채 사기는 어려웠어. 그렇다고 월세로 갈 수는 없는것이고, 전세나 집값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집을 사긴 해야겠지. 누나들과 형들이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을 알아봤지만 일단 서울에서는 불가능했어. 서울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서울근교를 알아봤지만 서울하고 별 차이가 없더라고.. 집이 팔리고 이사를 하게 되면 어머니를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 이사를 가는 곳에서 어..

이형석 이야기 2022.10.18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3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았어. 이제는 식탁까지 기어가서 식탁을 붙잡고 일어나는것도 어려우신가봐.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 드려야 했지. 어머니는 된장국에 밥만 있으면 잘 드셨어. 틀니도 잃어버려서 씹을 수가 없는거야. 그동안 보청기를 사드린 것만 해도 6~7개 쯤 될거야. 모두 잃어버렸지. 보청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어. 더우기 뭔가에 쌓서 어느 구석에 있으면 쓰레긴줄 알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틀니는 어머니 혼자 화장실에 가셨다가 변기에 빠뜨렸는데,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변기 물을 내려버렸대. 틀니도 다시 해드렸지만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프다고 하시더라구.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게 대략 8년은 된 것 같아. 그 중에서 2년 정도는 치매인줄 모..

이형석 이야기 2022.10.17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1

참 많이 울었다. 멈추려해도 멈춰지지 않는... 어머니는 치매였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셨어. 처음엔 동네 마트에 가서는 매일 똑같은 메뉴들을 사오시더라구. 똑같은 메뉴들은 냉장고에 쌓이기 시작했고, 때로는 마트에 가서 반품처리를 하기도 했지. 수돗물 틀어놓고 잊어버리는건 그나마 다행이었어. 가스불을 켜놓고 잊어버리는건 아주 위험했지. 냄비를 태워서 버린게 하나 둘이 아니야. 우리는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했어. 그게 치매인줄 몰랐던거지.. 우리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1925년생 이시지. 북쪽에서 태어나셔서 어렸을때는 일본의 통치하에 고생하셨고, 1.4후퇴때 피난 내려오셔서는 갖은 고생을 다 하신 분이야.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네. 위로 딸 둘, 아래로 아들 다섯, 그 중에 ..

이형석 이야기 2022.10.13

어머니의 배웅

오래전 고등학교를 다닐때 내가 살던곳은 창신동 꼭대기의 낙산아파트였다. 총 28개동으로 이루어졌던 아파트 중에서 내가 살던 19동에서 창문 밖으로 보면 꼭대기를 향해 올라오던 사람들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이었다. 내가 학교를 가려고 밖을 나서면 어머니는 항상 창가에 서서 내가 안보일때까지 손을 흔들며 잘다녀 오라면서 웃음을 지어 주셨다. 20대 후반이 되어 산에서 내려와 창신2동의 평지에 살았을때에도 어머니는 골목 귀퉁이까지 나오셔서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셨다. 30대 후반에 지금의 창신1동 두산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하여 밖으로 나오면 그곳에는 항상 어머니가 서 계셨다. 역시나 차가 사라질때까지 어머니는 손을 흔들면서 그자리에 계셨다..

이형석 이야기 20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