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어머니께 다녀오면서..

전통활법 2022. 11. 9. 14:44

고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아마 <청춘예찬>이라는 글이었을거야.

오늘따라 왜 그 구절이 자꾸 생각나는걸까..

내용을 좀 바꿔서 

<어머니,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 저린 말이다.>로 말이야.

 

오늘 어머니한테 다녀왔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 문을 열어보니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계시더군.

얼굴은 검버섯으로 화장을 하고, 구부러진 허리 때문에 옆으로 누워 주무시더군.

엊그제 꿈에 어머니를 보았었지.

그 꿈을 꾸고 나서 어머니께서 예전에 나에게 하시던 말이 생각났어.

"나는 너만을 의지하며 사는데.."

너무 부담되는 말이였지.

누나도 두분, 형들도 네분이나 있는데 왜 하필 나를 의지하냐고..

제일 철딱서니 없고 인생을 대충 살아가는, 왜 나냐고..

몇일전에서의 통화에서도 "너무 보고싶다,"며 우시던 모습이 떠오르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유로 못갔었어.

주무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울컥하더라구.

어머니한테 너무 죄송하고, 할 말도 없고..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갈까..

그동안 나는 인생을 왜 대충 살았을까..

몸은 조금씩 늙어가는데 모아놓은 돈도 없고..

누워계신 어머니 옆에서 눈물만 나오더군.

어머니가 깨나시면 더 많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아서 주무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어.

오는 길에도 내 자신이 너무 슬펐어.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어서..

어머니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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