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머니께 다녀왔어.
후라이드치킨을 사가지고 들렸지.
어머니는 작은누나와 함께 계셨어.
작은누나가 어머니에게 나를 가르키며 물었어.
"이사람이 누구에요?"
어머니가 나를 자세히 보시더니 그저 웃음만 지으시더라구.
작은누나가 다시 말했어.
"이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어머니는 나를 보시면서 생각하시는것 같았어.
그러더니 한마디 하시더군.
"요새 일 다니니?"
"네."
"그래, 니가 일 안하고 쉴 사람이 아니지."
어머니는 나를 큰형으로 생각하시나봐.
나도 일 안하고 놀았던 시간은 거의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건 큰형이거든.
볼 일 보러 나갔던 세째형도 오고 큰누나도 오셨어.
큰누나가 짜장면을 사와서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했어.
내가 사간 치킨으로 세째형과 술한잔 했지.
작은누나가 말했어.
"형제가 일곱인데, 한달에 한번씩만 와서 엄마랑 있어줘도 내가 좀 편할텐데 일곱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자주 오지 않는 형제, 아니 한번도 안오는 형제는 작은형과 막내형이야.
세째형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작은누나는 걸어서 2분 거리에 살고 있어.
큰누나는 인천에 사는데 거의 매일 어머니께 들리는거야.
인천에서 의정부 거리를 말이야.
"아무래도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야겠어. 매형 보기에도 미안하고 내 일도 하나도 못하고 있고..."
이때 술을 마시던 세째형이 한마디 했어.
"작은형이 죽일 새끼야. 한번도 오지도 않고.. 그새끼 언젠가 나한테 죽을줄 알어."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지.
싸늘하게..
작은형과 세째형은 두살 차이야.
작은형은 엄마의 치매가 시작하던 2016년경 부터 아예 발걸음을 끊었어.
연락도 안해.
우리집 형제들은 말을 조리있게 못하는 편이야.
작은누나 혼자만 말을 조리 있게 하지.
그러다보니 화가 나면 서로 극단적인 표현을 하곤 해.
서로가 극단적인 말을 하다보면 신경은 더 날카로워지지.
어머니의 치매가 길어질수록 형제들의 스트레스도 쌓여가고 결국 같이 노력하는 사람들끼리 말다툼을 하는거야.
큰누나와 세째형이 설전을 벌이다가 큰누나가 화를 내면서 일어났어.
"이젠 여기 안온다. 니가 혼자 잘 해봐라."
"오지 마세요. 여기 오는거 반갑지도 안아요."
큰누나가 가고 작은누나도 일어났어.
어머니는 나를 보며 존댓말을 하시네.
나를 <오래비>라고 불러.
어머니의 눈에는 내가 엄마의 오빠로 보이는가봐.
"바닥이 차요, 방석 깔고 앉으세요."
세째형을 보며 말했어.
"오래비가 배가 고픈 모습이다. 나가서 빵이라도 좀 사와라."
"배 불러요. 좀 전에 짜장면도 먹고 치킨도 먹었잖아요."
어머니는 귀도 안들리셔.
날이갈수록 더 심해지시네.
몇번 말을 하다가 차라리 글을 써서 보여드리면 몇번을 읽고는 내려 놓고, 조금 있다 내려논 종이를 다시 들고 또 읽으시고..
하던말 또하고 반복하시지.
인명은 재천이겠지.
엄마는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사실까..
치매가 있어도 순간순간 생각은 하실텐데.
돌아가시는것도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지.
우리 어머니 올해 99세.
한편으로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제 그만 가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머니가 재산이 있었다면 형제들의 생각이 달라졌을까..
엄마를 찾던 어린시절의 기억들..
엄마에 대한 모든 기억들..
그보다 못한 내자신을 생각하면 나의 노후가 막막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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