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어린이집에서...1

전통활법 2022. 10. 11. 12:15

수년전 나는 어린이집에서 잠깐 동안 운전을 해준적이 있어.

어린이집은 1세의 간난아기부터 7세의 미취학 아동까지 관리를 하고 있지.

간난아기들은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데려오고 또 데려가지만 걸어다니는 아이들은 차로 이동을 하거든.

아이들을 상대한다는건 때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어.

그때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해.

 

1.

현장학습을 가던날 원장님이 나에게 부탁을 하더군.

"기사님께서 원생 한 명 만 관리 좀 해주세요. 야외로 나가면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서요."

나는 그러겠다고 했는데, 제일 산만한 아이를 나에게 맡기더라구.

오전 10시경에 어린이집에서 소형버스 1대와 어린이집 차량으로 현장학습 장소로 이동했어.

도착해서 차에서 아이들이 내리는 순간부터 신경을 써야해.

출발할때는 까부는 아이들은 안데려간다고 하면 조용하거든.

그러니까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지만 나름 생각들은 다 하고 있는거야.

자기가 언제 까불어도 되는지를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거지.

아이들을 줄을 세우는데 한 선생님이 나에게 말하는거야.

"기사님은 ㅇㅇ이만 봐주세요.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할게요."

나는 ㅇㅇ이에게로 갔어.

ㅇㅇ이는 나를 보자마자 뒤를 돌아 뛰어서 도망가는거야.

쫒아가서 안아가지고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내려 놓으면 또 뛰어서 도망가더라구.

그때부터 나의 뜀박질이 시작된거야.

학교 다닐때도 잘 안뛰었는데..

아뭏튼 이녀석은 그냥 가만히 있지를 않더군.

뛰고, 또 뛰고..

이렇게 한시간 정도를 뛰다가 점심시간이 되었어.

녀석도 배가 고팠겠지.

다른 아이들과 모여 앉아서 조용히 밥을 먹더라구.

나도 그 옆에서 김밥을 먹었어.

나에게 배당 된게 김밥 두줄과 커피 한잔이야.

아침도 안먹고 줄기차게 뛰었으니 김밥 두줄은 금방 사라졌지.

"기사님 이것도 좀 드세요."

나는 선생님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좀 더 먹고 있었어.

"ㅇㅇ이 뛰어간다. 쟤 잡아야 되요."

소리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엄청(?) 빠른 속도로 ㅇㅇ이가 밖으로 뛰어가는거야.

김밥을 먹는건 포기하고 나도 뛰어야지뭐.

한사람은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현장학습 장소에는 우리 어린이집 말고도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참석을 해.

어린이집마다 복장이 다르지만 비슷한 경우도 있거든.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일단 찾기가 쉽지는 않아.

그래서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붙어 다녀야 하지.

나는 또 뛰어다니기 시작했어.

아이는 안잡히려고 요리죠리 잘도 뛰더라구..

아이는 나하고 장난이라도 하려는듯이 대중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아이들만 들어갈수 있는곳에 들어가기도 했어.

다른 아이들도 있는 장소에 내가 들어갈수는 없어서 공간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사실 내가 그아이를 붙잡을 필요는 없어.

그저 다치지 않고 자유스럽게 노는걸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거야.

처음엔 우리원의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있게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구.

이렇게 또 두시간 정도를 뛰고 또 뛰고 하면서 그 아이를 지켜봤어.

오후3시가 조금 넘어서 정리를 했지.

어린이집으로 갔다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주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오래 놀지는 못해.

아뭏튼 엄청 뛰어다닌것 같아.

또 배가 고프더군.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원에 들여보내면 끝이야.

집에 보낼때는 선생님들이 알아서 하거든.

나는 운전만 하면 되는거지.

정말 많이 뛴 하루였어.

 

 

2.

어린이들과 나는 대화를 할 장소가 차 안 밖에 없어.

가끔 어린이집 교실 안으로 들어가면 원장님이 쫒아내더라구.

"기사님이 교실에 들어가면 안되요. ccTV 때문에 나중에 말이 나올수도 있어요."

원장님이 없을때는 가끔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장난도 치지만 잠깐일뿐이야.

6세 여자 어린이들이 있어.

한명은 정말 이쁘게 생겼고, 한명은 너무 귀엽게 노는 아이가 있거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일때도 있고, 아이들의 표현에 깜짝 놀랄때도 있어.

한 아이에게 내가 말을 했어.

"고은이는 정말 이쁘게 생겼어."

"저 남자친구 있거든요?"

헐~, 그저 이쁘다고 말했을 뿐인데 남자친구가 있다니..

좀 놀랐지만 다시 이야기 했어.

"기사선생님도 고은이 남자친구하면 안될까요?"

"싫거든요?"

"왜요?"

"전 남자친구가 있다구요~."

"남자친구가 있으면 어때요? 남자친구가 두명 있으면 안되나요?"

"남자친구가 어떻게 두명이 될수 있어요? 그리고 기사선생님은 할아버지잖아요."

"헉! 할아버지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오빠에요~."

"하하하~, 기사선생님이 오빠래~, 얘들아 기사선생님이 오빠랜다~."

다른 아이들이 나를 바라본다.

그 중 한 아이가 나를 보며 말한다.

"할아버지오빠야."

그날이후 나는 여자 이아들에게 <할아버지오빠>라는 호칭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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