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정직 하다는 건..

전통활법 2022. 9. 14. 17:37

나는 60년을 살아오는 동안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정직함에 성실함까지 갖추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리 성실하지는 못했던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은 언제나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으니까..

정직함의 결과는 무었이었던가..

"쟤는 유도리가 없어, 너무 고지식해."

"때로는 선의의 거짖말도 필요한거야, 거짖말 좀 해봐."

이런 말을 들어본건 셀 수 없이 많다.

하긴 예전에 체육관을 할 때도 어느 학부형이 선물을 가져 왔다고 해서 그 아이를 좀 더 이뻐해준 기억도 없다.

누구든 똑같은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했고, 오히려 뭔가를 가져오는 사람들을 멀리했다.

평생 직업인 활법을 하면서도 정석의 길을 걷다보니 남들보다 고객이 적었다.

"좀 천천히 해주면서 시간좀 끌어봐. 수입을 생각해야지."

하지만 난 그런게 되지 않았다.

누가 오던지 열심히 했고, 불가능한 사람은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들도 나처럼 정직한건 아니었다.

"근육을 풀어봤으니 내일쯤이면 근육통이 올거에요. 아프다고 잘못된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당분간 무거운 물건 들지 마시고, 뭔가를 하다가도 힘들다 싶으면 그만 하세요. 몸에 무리가 가면 안됩니다."

이 고객을 나에게 3회를 받고 나서 벌초를 다녀왔다고 한다.

몸이 조금 괜찮아지는듯 싶으니 밀렸던 일을 한것이다.

"그 후유증이 좀 길게 갈 수도 있어요. 힘든일 하지 마시라니까.."

대부분의 고객들은 처음에는 시인을 한다.

"벌초를 안했어야 되는데 몸에 너무 무리가 갔나 봐요."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면 결국 나를 탓한다.

"활법을 괜히 한것 같아요. 더 아프기만 하고.."

"그러니까 벌초를 왜 하셨어요. 다른사람을 시키시지.."

"나는 구경만 했어요. 다른사람들이 일하고 나는 앉아서 쉬기만 했다니까요?"

처음과는 말이 다르다.

이쯤되면 나도 더이상 하기가 싫어진다.

 

오래전에 한 청년이 허리디스크로 왔었고,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다.

어느날 청년이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섹스해도 되요?"

젊은 사람이 그런 단어를 나에게 서슴치 않고 말하는것에 놀랐었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하지마, 허리가 잘못될 수도 있어."

"그럼 여자친구가 안만나줄텐데요?"

결국 청년은 여자친구와 섹스를 했고 나에게 기어와서는 통증을 호소했다.

나는 응급처치를 해주면서 말했다.

"그것봐, 내가 하지 말랬지? 처음이니까 응급처치가 된거야, 두번째는 어려워. 수술해야 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다시 허리가 좋아지자 청년은 또 섹스를 한것 같았다.

두번째 나에게 기어왔을때 내가 말했다.

"지난번에 말했잖아, 이젠 내 능력 밖이야. 수술해야 할거야."

결국 청년은 수술을 했다.

수술후 그의 말은 180도로 달라졌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운동을 한것밖에 없어요. 선생님 때문에 수술한 거니까 환불해주세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운동을 하면 디스크가 터질수 있단 말인가?

내가 가르쳐준건 몸을 바르게하는 체조같은 운동들 뿐인데..

 

나는 믿는다.

그래도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 좋은날이 올거라고.

나에게 거짖말을 해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언젠가 그에 맞는 죄를 받을거라고..

인생사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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