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는 50대가 되었습니다.
개미는 여전히 기러기아빠로 살고 있었어요.
여전히 가족이 그리웠지만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했어요.
얼마전 아들과의 통화에서 기분이 상했던 것이지요.
국제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아들이 대뜸 영어로 말을 하는거에요.
"야, 아빤 영어 몰라. 한국말로 해."
"에이, 아빤 영어도 몰라? 무식한 아빠네."
개미는 마음이 무척 상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유학도 보내고 생활비에 학비를 매달 송금했는데, 이렇게 아들에게 무시를 당하니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후회가 되었어요.
아내도 어떻게 지내는지 자주 연락도 안하고, 귀국할 생각도 하지 않고..
개미는 이렇게 외로울때면 혼자서 술을 마시면서 지냈어요.
베짱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베짱이가 다가서면 모두가 피해다니기만 할 뿐 베짱이와 말을 나누는 사람도 없었지요.
베짱이도 외로웠어요.
몇일전 식당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여러명 모여서 떠들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거에요.
"야! 조용히 못해? 젊은 자식들이 술을 처먹기는..."
옆자리의 젊은이들은 베짱이를 보고는 조용해졌어요.
그러나 젊은 혈기에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이야기 소리가 커졌지요.
"이자식들이? 어른이 말하는데.."
베짱이는 마시던 소주잔을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던졌어요.
다행히 누가 맞지는 않았지만 소주잔은 벽에 부딪히며 깨져버렸어요.
식당 안은 조용해졌지요.
젊은이 중에 한사람이 베짱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뭘봐? 이자식아."
베짱이는 일어나서 젊은이에게 다가가서는 뺨을 한대 때렸어요.
젊은이들이 우르르 일어나서는 베짱이를 바라봤어요.
"이자식들봐라?"
베짱이는 젊은이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젊은이는 살짝 피했어요.
"얘들아, 그냥 가자. 사장님, 여기 계산이요~"
젊은이들은 식대를 계산하고는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나 베짱이는 분이 안풀려서 젊은이들을 따라 나갔습니다.
"야, 임마! 거기 서봐."
젊은이들은 그냥 가려고 했지만 베짱이가 뛰어 오면서 주먹을 휘두르고 발갈질을 해대는 바람에 돌아서서는 베짱이를 끌어 안았어요.
"그냥 가시죠?"
"어쭈? 니들 오늘 죽었어. 이거 안놔?"
베짱이는 손과 발을 마구 휘두르며 공격을 했어요.
참다못한 젊은이들이 베짱이를 넘어뜨리고는 마구 때렸습니다.
베짱이는 만신창이가 되어서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젊은이들이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쉽게 잡을수가 없었어요.
경찰들도 그동안 베짱이에게 괴로움을 당한걸 생각하면서 속으로는 고소해 했지요.
이렇게 한번 혼쭐이 난 베짱이는 기력을 잃고 멍~하게 살아갔어요.
예전처럼 동네에서 행패를 부리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베짱이 옆에 가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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