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다리에 힘이 없는것 같아 예전 운동할때 사용하던 납주머니를 다시 착용해보기로 생각했다.
예전에는 납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걷고 뛰는것은 물론 또끼뜀, 오리걸음도 했었는데..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옆을 가면 아직도 몇몇 체육사들이 남아 있어서 납주머니를 구입하는건 어려운게 아니었다.
납주머니를 착용하고 길을 걸으니 다리가 묵직하다.
각 1kg밖에 안되지만 오랫만에 착용해서 그런지 발걸음이 부드럽지 못하다.
이렇게 동네에서 왔다갔다 할때마다 발목에 항상 차고 다녔다.
"운동해요?"
"네, 다리에 힘이 빠진것 같아서.."
만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묻는다.
"그거 차고 다니면 다리에 힘이 정말 늘어요?"
"안 차는거 보다 낮겠죠."
청계천을 걷고, 낙산공원을 갈 때에도 항상 차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납주머니를 착용한채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내가 탔을때는 빈자리가 많아서 앉을수가 있었는데 조금 지나자 서서 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꼬마 녀석이 나를 보더니 엄마로 보이는 여성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듯 한데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여성은 나를 보더니 꼬마를 데리고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을 한다.
잠시후 여성이 있는 자리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하면서 뭔가 수근거린다.
기분이 찜찜해진다.
나는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내 앞에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음에도 내가 자리 양보를 안한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일일까 궁금해진다.
아무런 죄도 없는데 앉아있는 자리가 영 불편하다.
아직 목적지는 멀었는데, 일어나서 다른자리로 갈까 하다가 그냥 앉아 있었다.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선생님 발목에 그게 뭐에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납주머닌데요?"
나는 바지를 올려 걷으며 납주머니를 보여 주었다.
"아하~, 운동하시는건가 봐요?"
"네, 요즘 운동량이 적어서 이거라도 하고 다니는 겁니다."
"선생님 오해 받으시겠어요?"
"왜요?"
"저쪽에서 수근거리는 소리 못들었어요?"
"수근거리는것 같기는 하던데 무슨말인지는 모르죠."
"발목에 찬게 전자발찌 아니냐고 그러던데..."
나는 그제서야 사람들이 내 곁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았다.
"에이~ 전자발찌를 양쪽발에 다 차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래서 제가 실례인줄 알면서 물어봤습니다. 인상이 그런 파렴치한으로 보이지가 않아서요."
"아뭏튼 선생님 덕분에 오해가 풀렸겠네요.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수근거림이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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