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장충동을 지나다가 합기도 간판을 보았다.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차에서 내려 합기도장에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나요?"
"지나가다가 합기도 간판이 보이기에 들어와 봤습니다."
"합기도를 배웠나요?"
"네, 10년쯤 했습니다. 다시 하고도 싶구요."
"그럼 시간이 되면 여기 아이들 중에서 새벽부를 하나 봐주면서 운동을 할수 있나요?"
뜻밖이었다.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 새벽부를 맡아서 운동을 가르쳐 주라고 하니 말이다.
사범직을 구하려고 온것도 아닌데..
"새벽부는 몇시에 하는데요?"
"아침 6시부터 한시간 합니다."
괜찮은 조건이었다.
어차피 태권도체육관은 오후에 나가므로 아침에 운동을 하는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조관장님은 나를 복도 끝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그곳에 있는 두 원장님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한다.
"삼법원이라고, 여기서 활법을 하시는 분들이셔. 인사 드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자 40대로 보이는 두 원장님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권했다.
"우리는 활법을 하는 사람들이네. 혹시 활법을 아는가?"
"네, 배웠습니다."
"누구한테 배웠어?"
"국제연맹한국합기도의 명재옥스승님께 배웠습니다."
"아~, 재옥이? 재옥이 한테 배웠구만."
순간 기분이 나빴다.
누가 더 선배인지, 누가 더 연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자 앞에서 스승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건 아니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다.
기분 나쁘다는걸 눈치 챘는지 나에게 말을 한다.
"아, 재옥이가 우리보다 후배야. 나이도 우리가 더 많고.."
그 말이 나를 더 기분 나쁘게 했다.
그냥 나갈수도 없고, 화를 내기도 그렇고 해서 얼굴만 찌푸린채 서있는데 나에게 또 말을 건다.
"목교정 어떻게 하는지 한번 해봐. 그리고 우리가 하는것도 경험해보고.."
그는 다짜고짜 침대에 눕더니 나에게 목교정을 하라고 한다.
나는 진단을 하기 전에 목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목을 다 풀기도 전에 일어나면서 한마디 했다.
"교정이 아니라 안마구만."
그러더니 나에게 누우라고 권해서 내가 자리에 눕자 어떤 경고나 말도 없이 목을 좌우로 확확 돌려서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교정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교정을 진단도 안하고 근육도 풀지 않고 이렇게 강하게 한단 말인가..
이는 그동안 내가 배웠던 활법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내 목이 잘못되는건 아닌가 화가 나기도 했다.
"우리들은 교정을 이렇게 한다네. 어땠는지 느낌을 말해봐."
그는 자신이 대단한 기술을 보인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좋은 답이 나올것을 기대하고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 재차 답을 권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그냥 편하게 말해봐."
"교정을 너무 무식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너무 강하게 한다는 표현을 써도 되겠지만 이미 나의 스승님에 대한 언짢은 태도를 보였기에 고운말을 하기는 싫었다.
"뭐? 무식?"
원장은 발끈하며 나에게 버르장머리 없는놈이라며 화를 내기 시작했고, 조관장은 옆에서 나에게 사과하라고 말을 했다.
"버르장머리 없는건 내가 아니고 원장님이지요."
"뭐? 버르장머리?"
원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듯 했다.
자신의 잘못은 모르고 남을 탓하는 꼴이라니...
이사람들은 활법에 대하여 논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한신체육관을 가는 길에 부녀회장님을 만났다.
여전히 골반은 틀어져 있는 상태로 걸음을 걸으신다.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지금 출근하시나봐요?"
"네."
"지금도 골반이 잘못된것 같나요?"
"네, 틀어져 있는데요? 왜, 안아프세요?"
"아니, 아파요. 이제 다 배우셨나요?"
"네, 졸업했습니다."
"어머, 잘됐네요. 그럼 언제 봐주실수 있어요?"
"오늘 운동 끝나고라도 봐드릴수 있지요."
"그럼 이따 끝나고 저희집으로 오세요."
"네, 이따 뵙겠습니다."
가슴이 뛴다.
내가 고칠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스승님에게 배운대로 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이 번갈아 든다.
남을 고치려고 시작하는 첫손님을 만난 것이어서 마음이 흥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