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서 그동안 배웠던 것들에 대해서 복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어제 만났던 현이에게서 들은 음양오행에 대해서 복습을 해야겠다.
가슴쪽이 음이고 등쪽이 양이라고 했으니.. 누군가 나를 공격할때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등으로 맞는것도 등쪽이 양이라서, 음을 보호하기 위한 동작이라 그런건가..인중혈에서 회음혈까지가 음이고 회음혈부터 등쪽으로 인중혈까지가 양이라고 했는데, 그럼 인중혈과 회음혈은 음일까? 아니면 양일까?
음은 음의 역할을 하고, 양은 양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역할이란게 어떤점을 말하는걸까?
음이 양의 기운을 받아야 조화가 되는걸까.. 아니면 음의 기운을 받아야 하는걸까..
처음 들어본 한의학의 이론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이런걸 알려면 뭔가 체계적으로 배워야 할텐데 한의과 대학을 들어갈수도 없고..
다음에 현이를 만나서 물어봐야 하는건가..
내일 스승님께 여쭤보면 답변을 해주시지 않을까..?
일단 음양은 접어두고 오행을 생각해보자.
오행상생으로 보면 목생화라고 했으니 나무는 불을 살려준다?
나무는 불에 잘 타니까 살려준다고 볼 수도 있겠군.
화생토는 불이 흙을 살려줘? 불이 어떻게 흙을 살려 준다는거지?
토생금, 흙이 쇠를 살려줘? 잘 이해가 안되네..
금생수, 쇠가 물을 살려준다.. 이것도 잘 모르겠고..
수생목, 그래 물은 나무를 살려주겠지.. 나무는 물을 먹고 자라니까..
오행상극으로 보면.. 목극토, 나무는 흙의 수분이나 양분을 먹고 자라니까 손해보게 하는건 맞는것 같고..
토극수, 흙은 물을 손해보게 한다.. 흙은 물을 받아들여 땅속으로 흡수하니까 그런건가..?
수극화, 그렇지, 물은 불을 꺼지게 하니까 불이 손해를 보는것이겠고..
화극금, 불은 쇠를 녹일수 있으니 손해보게 한다는 것도 이해는 가네..
금극목, 쇠로 만든 도구는 나무를 자를수 있으니까 나무가 손해를 본다는것도 이해는 되는군.
오행상극은 나름대로 이해는 되는것 같은데.. 상생이 문제네..
간이 청색이라.. 간이 나쁘면 파란색 음식이 몸에 좋다고 했는데, 파란색 음식엔 뭐가 있을까?
초록색도 파란색으로 봐야 하는걸까?
수박은 어떤 색으로 봐야 하는건지..
겉모습이 녹색이니까 간에 좋은 음식이 되는걸까.. 아니면 먹는 부분은 빨간색이니까 심장에 좋은 음식이 되는걸까..
아... 어렵다.. 이럴때 누군가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한의학 이론은 일단 접어두고서 활법에 대해서 복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한 메모했던 공책을 펴고 처음부터 살펴봤지만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뭔가를 공부한다는게 쉬운게 아니라는걸 느꼈다.
척추의 영역과 영향은 다 외웠고.. 인체의 뼈나 근육등 해부학에 관한 책이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걸 어떻게 공부할수 있을까..
요추1번이 잘못되면 변비나 설사가 온다고 했는데, 어떨때 변비가 되고 어떨때 설사가 되는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질병의 내용들도 알고 싶은데, 지금까지 아는건 고혈압, 저혈압, 중풍 정도..
이런 모든것들을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이에게 전화를 했다.
"인체 해부학에 대한 책을 좀 빌려 볼 수 있을까?"
"지금은 어렵지.. 나도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해야 되는 책인데.. 옆집에 살아서 가끔씩 보고 바로 준다면 모르지만 그게 어렵잖아?"
하긴 수업용 책을 빌려 달라는 자체가 문제일지 모르지..
내일 스승님께 여쭤봐야겠다.
스승님께 여러가지를 여쭤보면 답을 찾을수 있을것 같아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표정이 밝아 보이네? 뭐 좋은일이 있나봐?"
"그런건 아니구요, 스승님께 여쭈어 볼 말이 있어서요."
"뭔데?"
"인체에 대한 해부학, 또 어떤 질병들이 있는지.. 어제는 한의과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서 음양오행에 대해서 들었거든요? 그것도 많이 혼동되구요.."
"지금까진 어떤 방법으로 공부 했는데?"
"여기서 배운거 집에서 암기하고, 체육관 가서 아이들을 상대로 연습도 하고, 가끔 동네 약국에 가서 약사님에게 여러가지 질병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그랬어요."
"내 생각에는 우선 활법에 대해서만 열심히 하는게 좋겠어. 처음부터 여러가지를 배우면 더 혼동되기 쉬우니까. 약국에서 질문하고 배우는건 좋은일인데, 한의학은 활법을 배우고 나서 배우는게 좋을것 같네."
"활법에서 나오는 질병들도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너무 쉽게 배우는건 싸구려 기술이 될 수도 있어. 답을 찾아 다니면서 어렵게 배운것들이 소중하게 생각되고 오랫동안 잊어버리지 않는 기술들이 되는거야. 공부는 열심히 하되 조바심을 가지면 안되는거라고. 우리나라 의과대학이 6년제잖아? 6년 동안 공부를 하고 졸업하면 모르는게 없을까? 그래도 모르는건 많은거야.. 지금 활법 배운지 얼마나 되었어? 너무 조바심 같지 말고 천천히 하도록 해."
스승님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학교에서 국어를 다 배운 후에 수학을 가르치는건 아니지 않는가?
여러가지를 같이 배우면 비교도 할 수 있고 생각이 더 많아지는게 아닐까?
"오늘도 흉추측방변형에 대해 설명해주지."
스승님이 말씀하시자 이기대사범님이 자리에 엎드리신다.
"흉추5번 뼈가 좌측으로 변형되었다고 가정할때 오른손 손바닥으로는 흉추4번 뼈를 위로 밀어서 흉추4번과 5번 사이에 약간의 틈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고, 왼손 손바닥 새끼손가락 쪽의 도톰한 부분으로 오른쪽으로 밀어서 교정하는거지. 오른손은 수직 방향에서 45도 상향으로 밀고 왼손은 수직방향에서 45도 우측방향으로 밀어주는거야."
"오른손과 왼손의 미는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나요?"
"척추의 틈새를 벌리는게 먼저니까 위로 밀어주는 동작이 먼저고, 옆으로 미는 동작이 나중이지만 위로 밀고 있다고 계속 밀어져 있는 상태로 지속되는건 아니니까 곧바로 교정을 해야겠지."
"네.."
"흉추가 오른쪽으로 측방변형이 되었을때도 같으니까 좌우 모두를 연습하도록 해."
사범님을 상대로 연습을 반복했다.
한손은 위로 올리면서 다른손은 옆으로 민다는게 생각처럼 쉬운 동작은 아니었다.
두손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역방향으로 움직이는건 쉬운데..
스승님께서는 나에게 연습을 하라고 하시고선 밖으로 나가셨다.
스승님이 안계신 틈을 타서 사범님에게 물어봤다.
"왜 여러가지를 동시에 공부하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학교에서도 국어를 다 배우고 나서 수학을 가르치는건 아니잖아요?"
"다른쪽으로 생각해봐. 학교에서 여러가지 과목을 가르치긴 하지만 단계를 뛰어넘지는 않잖아?"
"그게 무슨말이에요?"
"가령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사람에게 미적분을 가르치지는 않지. 어차피 이해를 못하지 않겠어?"
"배우는데는 단계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내생각에도 활법을 어느정도 할 줄 안 다음에 한의학을 공부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지금 공부하면 이해도 안되면서 머리만 아플것이거든. 어서 교정 연습이나 더 해봐."
이기대사범님의 말씀이 이해가 될듯 하면서도 궁금증은 여전했다.
스승님이 들어오신다.
"연습좀 했나? 한번 해봐."
스승님 앞에서 방금 배운 교정 동작을 시연한다.
스승님 앞에서는 언제나 부담이 간다.
"앞으로도 많이 연습하고.. 흉추의 전방변형에 대해서 알려주지. 이사범은 앉아봐."
스승님께서 사범님에게 몇가지 주문을 하신다.
사범님은 스승님의 말씀에 따라 두 손을 깍지를 낀 후에 뒷목을 잡고 양쪽 팔꿈치를 모아서 등이 둥그렇게 보이도록 고개를 숙인 자세로 앉아 있다.
스승님께서는 사범님의 뒤에 위치하고는 두 팔로 사범님을 뒤에서 안으면서 두손을 깍지껴서는 사범님의 양쪽 팔꿈치를 아래쪽에서 떠받치듯 잡으신다.
"이 위치에서 상대의 등이 더 동그래지도록 팔꿈치를 몸쪽으로 최대한 당기는거야. 완전히 당긴 상태에서 빠른동작으로 팔꿈치를 가슴 방향으로 끌어 올리는거지. 이때 상대방의 팔꿈치가 최고로 당겨진 상태에서 10cm 정도 더 당겨지도록 순간적으로 당기는거지."
"주의할점은 없나요?"
"상대방의 몸이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거야. 또한 상대방이 힘을 주고 있을때는 교정하면 안되지."
"힘을 계속 주고 있으면 어떡하죠?"
"팔꿈치를 최대한 당긴 동작에서 그대로 멈춰 있는거야. 뭔가 다른 동작을 예상하고 힘을 주고 있는데 다른 동작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힘을 빼게 되거든. 그때 순간적으로 빠르게 교정 하는거야."
"아..."
그러나 교정은 좀 전의 흉추 측방변형의 방법보다 더 어려운것 같았다.
팔꿈치를 끌어 안아서 당긴다는것도 힘든데 멈추어 있는것은 더욱 어려운 동작이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당기는 동작은 몇번을 시도해도 서툴렀다.
"쉽지 않지?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 좀 더 연습하고 가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