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들어서면서 원장쌤이 부릅니다.
다행히 기사를 구했다면서 5일까지 있는것으로 하잡니다.
예상은 했지만 몇일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확실한 말을 해주네요.
11월 말일에 환갑이 되어서 정년퇴직을 하는 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쌤이 들어왔지요.
서로간에 인수인계는 없었습니다.
정년퇴직하는 쌤은 11월 29일자로 그만두고, 새 쌤은 12월 2일자로 출근을 했습니다.
원장쌤은 무슨죄가 그리 많은지 인수인계 조차도 쌤들끼리 말하는걸 원치 않습니다.
원감쌤이 나에게 새로 들어온 아이가 집이 멀어서 일단 등원 2호차와 3호차 사이에 데리러 가보랍니다.
새로온 쌤이 담당하는 아이여서 그런지, 다른쌤들은 바빠서 그런지 새로온 쌤에게 차를 타라고 하더군요.
새로온 쌤과 간단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할만 하세요?"
"정신 없어요, 왜 인수인계를 못하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경력이 좀 많은 편인데도 힘이드네요."
"새로운 곳이라서 그럴거예요."
이야기를 하면서 원감쌤이 말한 시간에 새로온 아이의 집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나오질 않네요.
5분 정도 기다리다가 쌤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지요.
전화를 받고 내려온 엄마와 아이가 차를 타려는데 원감쌤이 새로온 쌤에게 전화를 합니다.
스피커폰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원감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서 내 귀에도 들리네요.
"지금 어디쯤이세요?"
"지금 막 ㅇㅇ이 태웠어요."
"지금 태웠다구요?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 안했어요?"
"그런말 안했잖아요? 그럼 미리 말을 하셨어야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놓고 3호차를 운행하기에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머피의 법칙이랄까.. 다른날에 비해 차도 밀립니다.
원감쌤으로부터 전화가 또 왔습니다.
"원에 들어오지 마시고 바로 3호차의 ㅇㅇ이를 태우러 가세요."
"알았어요."
3호차의 첫번째 아이를 태우러 갔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큰길까지 나와 주셨네요.
아이를 태우고 두번째 아이를 태울 장소를 갔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데려갔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냥 갈수는 없어서 또 기다립니다.
차량은 점점 늦어지고, 원감쌤으로부터 전화도 자주 옵니다.
"지금 어디세요?"
"지금 ㅇㅇ이 기다리고 있는데, 안나오네요?"
"그아이는 엄마가 원에 데려다 주셨어요. 자매네 가세요."
"원에 도착했으면 알려 주셔야 하는것 아닌가요?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로온 쌤도 슬슬 열받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어린이집 쌤들끼리 이렇게 소통이 안되서 어떻게 일을 해요?"
"하하하,"
그냥 웃고 말지요..
자매를 데리러 가기 전에 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합니다.
속력을 내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 앞에 원장쌤 차가 있습니다.
어디 가는중인가보다 하고 지나쳐 가는데 김쌤에게서 나에게 전화가 옵니다.
"지금 ㅇㅇ이 데리러 가는거에요?"
"네."
"원장님 차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럼 나에게 말을 해줬어야지요. ㅇㅇ이네 가지 말라고.. 지금 차 시간이 엄청 늦었는데, 무슨 일을 그렇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사실 나하고 통화한 쌤이 죄송할 필요 까지는 없었습니다.
괜히 화를 냈나 싶은데 새로온 쌤이 한마디 하네요.
"이런데서 앞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 앞이 캄캄하네요. "
"원에 들어가면 원장쌤이 부를거에요. 나하고 무슨 이야기 했나 무척 궁금할겁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 안해요, 기사님과 한 말도 없잖아요? 그리고 그런걸 물어보는 사람이 이상한거 아니에요?"
신호가 바뀌어서 차를 멈추었더니, 뒤에 있던 원장쌤 차에서 김쌤이 내려 어린이집 차로 달려옵니다.
"제가 이차 탈테니까 선생님이 원장님차 타고 들어가세요."
지금 가는 아이를 태우고 원에 들어가는 길에 자매를 태우면 끝입니다.
이제와서 굳이 쌤이 바꿔 타는 이유가 뭘까요?
원장쌤의 성격일겁니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엄청 궁금하겠지요.
쌤이 바꿔 타고 결국 어린이집 차량으로 모든 구간을 다 돌았습니다.
오전일이 끝나고 오후에 출근을 하니 새로온 쌤이 그만 두었다는 말이 들리네요.
새로 올 차량기사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지막 12월 5일이 되었습니다.
차를 타는 쌤들이 나에게 잘가라고 한마디씩 합니다.
원장쌤이 새로 오는 기사에게 각자 알아서 차량 코스를 알려 주라고 했답니다.
쌤들은 자기들도 길을 잘 모른다면서 어떡해야 하는지 걱정을 합니다.
새로 오는 기사에게 차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 해주어야 할텐데 인수인계를 못하게 하니 어쩔수가 없네요.
스페어 타이어는 파스가 난 상태여서 없는것과 같고, 뒷바퀴 두개는 마모가 되어서 빨리 교체해야 하고, 밧데리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마도 원장쌤은 그런것들을 새로운 기사에게 말하지 않을것으로 보입니다.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예고된 사고였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앞으로 눈도 올거고, 길도 미끄러울테고, 골목길을 다니는 어린이집 차량인데 말입니다.
이런걸 학부형들이 안다면 차를 태우겠습니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학부형들에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학부형들이 말을 한다면 새로 교체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나가는 마당에 어린이집을 욕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원장쌤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거라는 약간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원장쌤이 부릅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의 마지막 대화가 될듯 합니다.
월급을 다 주었다고 말을 하네요.
아니라고, 다시 말을 했습니다.
다시 계산을 하더니 내말이 맞다고 하네요.
마지막까지 정이 안갑니다.
지난해의 12월26일부터 말일까지, 그리고 11월 급여를 받은 후의 일에 대한 계산을 하더니 지금은 돈이 없으니 월급날 주겠다고 해서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나에게 참 많은 배려를 했다고 하면서 퇴직금도 자신이 백번 배려를 해서 주는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옵니다.
마지막날 싸울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그냥 참습니다.
사직서를 주면서 싸인을 하라고 합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써있습니다.
내가 왜 사직이냐고 했더니 모두가 하는거라면서 그냥 싸인하면 된답니다.
다른 그만두게되는 쌤들에게 이렇게 했나 봅니다.
문구를 추가로 집어넣고 싸인을 했습니다.
<상기 본인은 어린이집 수입 부족으로 인한 급여 삭감으로 인하여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원장쌤은 마지막까지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안합니다.
나도 잘 계시라는 말을 안하고 그저 고개만 약간 숙이고는 원을 나왔습니다.
마지막 차량 운행입니다.
"씩씩하게 예쁘게 자라라~"
나와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에게 한마디씩 해주었습니다.
"차량선생님 내일부터 안나와요?"
"그래, 다른 차량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아~ 내일이 오는게 너무나 싫어~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
내가 예뻐했던 여섯살짜리 여자아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더니 꽤 슬픈 표정을 하는군요.
괜히 울컥해지네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나쁘게는 보이지 않은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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