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6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5

에필로그 누나와 어머니는 의정부로 이사가셨어. 세째형이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로 했지. 큰누나는 인천에서 의정부를 매일 다녀가셔. 창신동보다 훨씬 멀어진 셈이니 얼마나 힘드시겠어. 나는 의정부로 가면 할 일이 없어서 창신동에 남아 오피스텔을 얻어 내 일을 계속 하고 있어. 사람 마음이란게 의정부에서 서울은 교정을 받으러 오는데, 서울에서 의정부로 오는 숫자는 적거든. 처음에는 일주일에 3~4회를 어머니께 들렸어. 그래도 두달 정도는 잘 지냈지. 친구들도 만나고 1박 정도는 여행도 가고.. 먹는것도 잘 차려 먹었어. 세달째 접어드니까 만사가 귀찮아지더라구.. 어머니께 가는 횟수도 많이 줄었어. 한달에 한 두번 갈 정도야. 친구들도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 만나봤자 당구치고 술이나 마시고, 지나..

이형석 이야기 2022.10.19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4

작은누나네가 사업이 안풀리면서 빚을 지게 되었어. 어쩔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 어머니가 살던 집도 누나네 집이였거든. 작은누나가 집을 두 채 사가지고는 한 채는 누나 부부가 살고, 한 채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거야. 거기에 나도 어머니랑 같이 있었던 것이고.. 집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집을 두 채 사기는 어려웠어. 그렇다고 월세로 갈 수는 없는것이고, 전세나 집값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집을 사긴 해야겠지. 누나들과 형들이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집을 알아봤지만 일단 서울에서는 불가능했어. 서울을 단시간에 올 수 있는 서울근교를 알아봤지만 서울하고 별 차이가 없더라고.. 집이 팔리고 이사를 하게 되면 어머니를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 이사를 가는 곳에서 어..

이형석 이야기 2022.10.18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3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았어. 이제는 식탁까지 기어가서 식탁을 붙잡고 일어나는것도 어려우신가봐.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 드려야 했지. 어머니는 된장국에 밥만 있으면 잘 드셨어. 틀니도 잃어버려서 씹을 수가 없는거야. 그동안 보청기를 사드린 것만 해도 6~7개 쯤 될거야. 모두 잃어버렸지. 보청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어. 더우기 뭔가에 쌓서 어느 구석에 있으면 쓰레긴줄 알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틀니는 어머니 혼자 화장실에 가셨다가 변기에 빠뜨렸는데,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변기 물을 내려버렸대. 틀니도 다시 해드렸지만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프다고 하시더라구.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게 대략 8년은 된 것 같아. 그 중에서 2년 정도는 치매인줄 모..

이형석 이야기 2022.10.17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2

앞서 말한것 처럼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우리나라에서 하면 안,강,최 라는 말이 있잖아? 1등 고집인 안씨성에 소띠 고집도 있거든. 우리 어머니는 아무도 못이겨. 거기에 이제까지 스스로 모든일을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일손을 놓지를 못하신다는거야. 어머니가 모든걸 다 하셔야 되는거지.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은 많이 짰어. 치매 때문에 미각을 잃으신건지, 연세가 있어서 잃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인가부터 음식이 싱겁다면서 소금을 왕창 넣으시더라구.. 누나들이나 내가 한다고 해도 어머니는 막무가내셨어. 자식들이 하는건 왠지 탐탁치 못했나봐. 그리고 어머니는 무서움을 많이 타셔서 혼자 계시지를 못해. 누군가는 항상 옆에 있어야 하지. 때문에 나는 여행이란걸 모르고 살았어. 어디든 가서 1박을 할 수가..

이형석 이야기 2022.10.14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1

참 많이 울었다. 멈추려해도 멈춰지지 않는... 어머니는 치매였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셨어. 처음엔 동네 마트에 가서는 매일 똑같은 메뉴들을 사오시더라구. 똑같은 메뉴들은 냉장고에 쌓이기 시작했고, 때로는 마트에 가서 반품처리를 하기도 했지. 수돗물 틀어놓고 잊어버리는건 그나마 다행이었어. 가스불을 켜놓고 잊어버리는건 아주 위험했지. 냄비를 태워서 버린게 하나 둘이 아니야. 우리는 어머니를 나무라기만 했어. 그게 치매인줄 몰랐던거지.. 우리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1925년생 이시지. 북쪽에서 태어나셔서 어렸을때는 일본의 통치하에 고생하셨고, 1.4후퇴때 피난 내려오셔서는 갖은 고생을 다 하신 분이야.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네. 위로 딸 둘, 아래로 아들 다섯, 그 중에 ..

이형석 이야기 2022.10.13

데이케어 이야기

"안녕하십니까?" 아침에 데이케어센타의 차량에 탑승하시는 어르신들에게 하는 인삿말이다. 요즘은 날씨가 추우므로 댁에 도착하기 2~3분 전에 전화로 나오시라는 연락을 드린다. 어르신들은 각자의 보호자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보호자와 잘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면서 차에 오른다. 어르신들은 대개 말씀이 없으시다. 센터에 도착할때까지 그저 묵묵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정도다. 함께 동승한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묻는다. "어르신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몰라.. 허허." "어디 가는지 모르면서 차를 타신거예요?" "마누라가 타고 가라니까 탔지." "그럼 저는 누군지 아세요?" "몰라.. 허허.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런거 자꾸 묻지마. 허허허." 또 다른 어르신께 묻는다. "어르신, 오늘 날씨가 좀 흐렸어요."..

낙서장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