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52

전통활법 2021. 11. 26. 09:43

누나의 무릎 상태도 좋아졌고, 한신체육관 부녀회장님도 봐드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머니를 봐드릴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를 봐드리기로 했다.

"엄마, 여기 엎드려보세요."

흉추의 시작점부터 진단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등근육은 많이 굳어 있었고, 예전에 장독대에서 떨어져서 다쳤던 요추4번은 눈에 띄게 왼쪽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굳이 촉진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시가 났다.

그래도 상대가 어머니인지라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다른 부분은 근육을 풀기만 하고, 교정은 요추4번만 하기로 마음 먹었다.

"좀 아프구나."

예전 합기도스승님에게 지압을 받으실때도 참다가 끝나고 나서야 아프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근육을 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아프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손바닥을 근육에 대고 빠르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피부에 열이나면 조금씩 조금씩 근육을 풀어 나가면 되니까..

근육을 풀면서 핫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핫팩을 끓는물에 넣어서 같이 끓이다가 빼서는 수건으로 감싸서 굳은 근육 위에 올려 놓으면 겉근육 정도는 좀 부드러워지니까..

"힘들겠다. 이제 그만해라."

어머니는 본인이 아픈것보다 아들이 힘드는게 마음 아프신지 연신 그만하라고 말씀하신다.

"조금만 더 하면 되요."

어머니가 아파하시므로 오늘은 근육 푸는것으로 끝을 낸다.

교정은 좀 더 근육이 부드러워지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침 일찍 장충동으로 향했다.

오늘은 합기도장 새벽부를 맡기로한 첫날이다.

맑고 신선한 새벽 공기를 한웅큼 들여마시면 마음도 상쾌해진다.

어차피 내가 지도할 부분은 정해져 있다.

발차기와 낙법만 가르쳐 주면 되는 것이다.

호신술은 체육관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조관장님이 따로 가르쳐줄 것이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남성 둘, 여성 둘이 도복을 입은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하고는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시간이 되어 줄을 맞추라고 하고는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운동식이기보다는 장난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장난하지 마시고, 운동합시다."

여성 둘이 서로 장난기 섞인 눈빛을 주고 받으며 미소를 띤채 발차기를 한다.

어린 아이들도 아닌 성인들이 이렇게 운동을 하는것을 보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또 한소리 했다.

"회비가 아깝지 않으세요? 체육관에 왔을때는 뭔가 배울려고 온게 아닌가요? 이렇게 장난스럽게 해서 운동 실력이 늘겠어요?"

관원들이 조용해졌다.

운동하는 분위기는 좋아진것 같은데 재미는 하나도 없는 표정들이다.

불과 10년 정도의 차이 속에서 체육관의 무도정신은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무술이 장난처럼 바뀌겠지.

합기도라는 운동은 정말 좋은 운동인데..

 

 

 

부녀회장님의 세번째 교정날이다.

"좀 어떠세요?"

"많이 부드러워 졌어요. 그런데, 오늘도 아플까요?"

"오늘도 아플겁니다. 그러나 어제 만큼은 아닐거에요. 원래 두번째 날이 가장 아프다고 배웠거든요."

"그럼 다행이네요. 좋아지는건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근육풀때 아픈건 좀 그러네요."

"엎드려보세요."

등부터 허리, 골반을 다시 체크해본다.

어제와 크게 달라진건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체크하는건 기본이다.

어깨부터 근육을 풀기 시작한다.

어제처럼 깜짝 놀라지는 않는다.

"어제보다 괜찮죠?"

"그러네요. 어제는 정말 아팠었는데... 그런데 어제는 왜 그렇게 아팠던 거에요?"

"회장님의 근육이 몇일 사이에 갑자기 굳은게 아니잖아요? 굳기 시작한게 1년이 됐을수도 있고, 5년이 됐을수도 있겠죠?"

"아마 오래 되었을 거에요."

"쉽게 1년동안 굳었던 근육이라고 생각을 해보세요."

"네."

"1년동안 조금씩 굳었던 근육을 마찬가지로 1년에 걸쳐서 풀어준다면 굳이 근육을 안풀어도 됩니다. 그냥 스트레칭만 열심히 해도 풀어지겠죠. 그러나 잘못된 척추나 골반을 바르게 교정하기 위해서는 그런 뼈들을 잡아주고 있는 근육부터 풀어야 하는데, 1년에 걸쳐 푼다면 통증은 없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죠. 그럼 치료의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겠군요."

"그래서 근육을 빨리 풀어야 교정도 빨리 끝날텐데, 근육을 빨리 푸는 과정에서 근육들이 반항을 하는거에요."

"근육이 반항을 해요?"

"자기들은 가만히 있잖아요. 1년동안 서서히 굳어지는 동안에 이제는 굳어져 있는 상태가 정상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거죠. 자기가 가만히 있는데 근육을 풀려고 건드리니까 근육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겠죠. 그래서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반항을 하는겁니다. 주인에게 통증을 주면서 말이죠."

"하하하, 사범님이 말씀도 잘하시네요. 그럼 오늘은 왜 안아픈거죠?"

"근육이 주인에게 반항을 해봤자 계속 풀잖아요. 너희들은 지금 정상이 아니야. 내가 정상으로 만들어줄게. 하고 말이죠."

"그래서 근육이 반항을 포기한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또 근육이 정상으로 회복이 됐으니까 안아프기도 하구요."

"사범님은 근육하고 친하신가봐요. 근육의 생각도 알고 있구요.."

등근육이 끝나고 허리와 골반근육을 풀어준다.

"거기는 아직 좀 아프네요."

"여기는 좀 더 굳어 있었던 것이겠죠. 아직 덜 풀려서 아플거에요. 여기도 좀 있으면 안아파질겁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과 아이 하나가 들어온다.

아이를 보니 얼마전 이사 간다면서 체육관을 그만 둔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리 성원이가 사범님이 보고싶다고 해서 이동네 온 김에 들렸어요."

"네~.. 성원이 오랫만에 왔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운동하고 갈래?"

"아유,, 그럴 시간은 없구요, 그냥 잠시 들린거에요."

잠시 들렸는데, 친구들과 같이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그럼 뭐하러 왔지?

운동을 중단시키고 아이들끼리 놀게 해야 하나?

아니면 아이들은 자율수련 시켜놓고 내가 놀아줘야 하나?

"사범님 봤으니까 이만 갈게요."

"네, 안녕히가세요."

성원이가 가고나서 수련이 끝난뒤 잠시 생각했다.

나는 왜 아이들을 좋아하면서도 부모가 옆에 같이 있으면 말을 못할까..

그냥 요즘은 어디 다니냐고, 사범님이 많이 보고 싶었냐고, 한번 안아주던지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형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활법이야기 54  (0) 2021.12.04
활법 이야기 53  (0) 2021.11.29
뇌로 가는 혈관 - 경동맥  (0) 2021.08.20
유튜브 광고  (0) 2021.08.15
활법교육  (0)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