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와서 김현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통화 가능하니?"
"그래 무슨일인데?"
"뭐 하나 물어보려구."
"뭘?"
"금침이라고 알아?"
"알지. 근데 왜?"
"금침을 맞으면 활법교정이 안된다고 하길래 금침이 뭔가, 무슨 역활 때문에 교정이 안되는건지 알고 싶어서.."
"그건 나도 모르지.. 무슨 역활을 하는지.."
"금침에 대해서 안다며?"
"금침이란게 뭔지만 아는거지.. 한의사들은 금침을 사용하지 않아."
"그럼 누가 사용하는데?"
"한의사자격증은 없으면서 나름 공부한 사람들이 금침을 사용한다고 들었어. 스님들이 금침을 놓는다는 말도 있고.."
"그렇구나.."
"그리고 언제 우리집에 한 번 와서 우리 형좀 한 번 봐줘."
"왜? 형이 어떠신데?"
"요즘 허리가 이프시다네.."
"아직은 내가 모르는데?"
"그냥 좀 봐줘, 나한테 기초 이론도 좀 알려주고.."
"알았어. 일요일 밖에 시간이 안되는데?"
"그럼 이번 일요일 저녁쯤에 집으로 와."
"알았어, 그때 보자구."
한의사가 아닌데 어떻게 침을 놓는다는 거지..
금침에 대해서 알려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까..
"맹장이 어디 있습니까?"
협회에 도착하자마자 스승님께 질문을 드렸다.
"왜? 그 약사님이 안기르쳐 주시던가?"
"아니요, 약사님은 맹장이 오른쪽에 있지만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아주 드물게는 맹장이 왼쪽에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또 물어보는거야?"
"다른 병원 원장님에게도 여쭤봤는데, 그분은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있다고 하셨거든요? 답이 서로 다르니까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알기로도 맹장은 오른쪽에 있어. 드물게 왼쪽에 있는 경우가 있다는건 나도 처음 듣는데? 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스승님의 말씀으로 나는 맹장은 오른쪽에 있는것으로 정리하기로 생각했다.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이라는 말을 들으니 남좌여우(男左女右)라는 단어가 떠오르는군."
"남좌여우가 뭔가요?"
"남자는 왼쪽이고 여자는 오른쪽이라는 말이야. 예를들어 새해가 되어 어른들께 세배를 드릴때를 보면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올려서 하고,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리고 하지. 돌아가신분들께는 반대가 되고.. 우리가 입는 옷을 봐도 남자의 옷은 단추가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단추를 채우면 왼쪽이 오른쪽 밖으로 나가는 형상이 되고, 여자의 옷은 단추가 반대쪽에 있어서 오른쪽이 앞으로 나가는 형상이 되지. 중풍이 올때도 남자는 왼쪽 뇌가 잘못되서 오른쪽에 편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오른쪽 뇌가 잘못되서 왼쪽으로 편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
"처음 알았어요. 신기하네요?"
"원래 사람의 몸은 신비한거야. 너무 과학적으로 생각하다보면 답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지."
"남좌여우에 대한 또다른 예는 없나요?"
"궁금한가?"
"재미있습니다."
"음양으로 보면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란건 알지?"
"네,"
"그럼 좌우를 생각하면 어느쪽이 양이고 어느쪽이 음일까?"
"네? 좌우도 음양이 있어요?"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향하면 좌측이 동쪽, 우측은 서쪽이 되지. 동쪽은 해가 뜨고 밝음이 오는 곳이니 양이되고, 그러니까 좌측이 양이 되고, 서쪽은 해가 지면서 어둠이 오는 곳이므로 음이되고 따라서 서쪽이 음이 되는거야."
"네.."
"남좌여우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경우고 죽은 사람은 반대가 되지."
"왜 그런가요?"
"살아있는 경우를 양으로 보고 죽은 경우를 음으로 보는데, 음양이 바뀌었으니 남좌여우도 바뀌어서 남우여좌가 되는거야. 제사를 지넬때 지방을 쓰잖아?"
"네."
"그때 아버지는 서쪽에, 어머니는 동쪽에 모시고, 돌아가신 부모를 합장(合葬)할 때에도 남편이 서쪽이고 아내를 동쪽에 모시는거지. 결혼식장에 들어갈때 남자는 어디에 서야 할까?"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동쪽에 서야겠네요?"
"그렇지. 금방 아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향하는게 기준이 되서 동쪽이 양이 되었을까요? 남쪽에 앉아서 북쪽을 향하면 반대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헣다면 자연의 법칙이 깨지겠지.. 어차피 해가 뜨는곳이 양이래야지, 음이 될 수는 없잖아? 궁금하다면 나중에 따로 공부해 보고, 이제 활법 진도를 나가자구."
"모든 치료는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해지지. 스스로가 포기를 하면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 주려고 해도 필요가 없게 되는거야. 그래서 노력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어떻게 도와 주나요?"
"희망을 갖도록 도와주고, 절망적인 말은 삼가하고, 현재 척추 상태에 맞는 운동법과 자세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거야."
"어려운데요?"
"지금은 그렇겠지. 여태껏 해왔던 운동들, 몸풀기운동이나 근육이완운동, 혹은 취미적인 운동이나 격한 운동까지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어떤 운동은 어떤 근육에 도움이 되고, 어떤 자세는 척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
"종류가 너무 많은데요?"
"그런걸 모른다면 운동이나 자세에 대한 처방을 내릴수가 없겠지. 하지만 아무리 가르쳐줘도 환자의 입장에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치료는 되지 않아. 세상의 모든 이치는 나쁜쪽이 쉬운것이거든, 재미도 있고.. 우리몸도 좋아지는것 보다는 나빠지는게 더 쉬운거야. 좋아지려면 노력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고,, 어떻게 보면 귀찮지. 그러나 나빠지는건 가만히 있어도 나빠지거든, 아주 쉽지.."
"아~.."
"10이라는 치수 만큼 안좋은 사람을 잘 관리해서 9라는 치수로 좋아졌다고 가정해봐. 9라는 치수에서 다시 10으로 원상복귀 되지 않으려면 노력이 필요하지. 이 부분은 환자의 몫이야. 활법으로는 어쩔수가 없어. 단지 나빠지지 않는 방법만 가르쳐 주는거지. 그게 운동처방이고 자세처방인거야. 그런데 환자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10이라는 치수로 오게 되겠지. 활법으로 9란 치수를 만들어 놓아도 노력을 안해서 10이라는 치수로 자꾸 돌아가게 한다면 어떻게 관리가 되겠어?"
"이해가 됩니다."
"간혹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누워서 쉬라는 말을 하는 의사들이 있어. 이건 병을 방치하는거야. 흐르는 물은 살아 있지만 고여 있는 물은 시간이 지나면 썪게 되지. 사람 몸도 똑같아.아프다고 누워만 있다면 고여 있는 물과 같은 것이지."
"운동이나 자세관리가 중요하겠네요?"
"그렇지. 그러나 잘못된 처방이라면 더욱 나빠지겠지. 잘못된 처방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
"운동이나 저세와 척추의 상관관계를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오우 케이. 사람이 누워 있으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지지. 모든 질병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지는거야. 반대로 신진대사가 원활하고 면역력이 강하다면 어떤 질병도 몸에 침범을 못하지. 이제 오늘의 실기 진도를 나가야지. 지난번에 뭘 했지?"
"요추가 전방변형 되었을때에 대해서 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요추의 회전변형에 대해서 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