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3

전통활법 2020. 3. 28. 09:14

스승님에게 찾아 오는 환자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스승님은 나를 옆에 오라고 하시고는 스승님께서 시술하시는 모습을 보라고 하시면서 가끔은 설명도 해주셨다.

어느날인가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환자가 아들의 등에 엎혀서 방문한적이 있었다.

환자는 혼자서 움직일수 없는 상태였고, 스승님께서 시술을 해주셨는데 웬지 이때 만큼은 나를 들어오지 못하게 교정실 문을 닫고서 시술을 하셨다.

안에서는 스승님의 기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쉽지 않은 시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고친다는게 쉽진 않겠지만..

환자는 매일 방문을 했고, 나는 궁금 했지만 어쩔수 없이 스승님의 시술 모습은 볼수가 없었다.

딱 보름만에 환자가 지팡이를 잡고서는 혼자 걸었다.

일반인 처럼 자연스러운 걸음은 아니었지만 움직이지 못했던 사람이 지팡이를 의존하여 혼자서 걸을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기술을 직접 할수 있는 날들이 오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행복했다.


"활법이란 사람을 살리기 위한 모든 방법을 말하지. 옛날에는 병원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서민들이 약을 지어 먹는다는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비법들을 알고 있어야 했어. 예를들면 상처난곳에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아문다던가, 체했을때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서 피를 내면 소화가 된다던가.. 이런 방법들도 모두 활법에 속하지. 어떤 사람들은 활법을 그저 단순한 운동법이나 호흡법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절대 아니야. 활법은 생활의 지혜야."

"활법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살리는 법이잖아요? 그럼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수 있나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수는 없지. 활법의 뜻을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인체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건강한건데 어느 순간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어딘가가 제대로 활동을 못하지. 그럼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곳을 죽었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다시 활동을 제대로 할수있게 만들어주는걸 살린다고 보는거야."

"........"

"이해가 잘 안되나?"

"예."

"체했을때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지. 체하면 어떤 증상이 나지?"

"가슴이 답답하고 뭔가 막혀있는 느낌이 나고, 허리와 가슴을 쫙 펴기도 어려워지고, 식은땀도 나고... 뭐 그렇지요?"

"그렇지, 그럼 어디에 문제가 있겠어?"

"일단은 위장에 문제가 있는건가요?"

"그래, 위장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말해서 위장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활법에서는 위장의 기능이 죽어 있다고 보는거야. 바늘로 엄지손가락을 따서 피를 나오게 함으로써 위장의 기능을 살려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거지."

"엄지손가락에서 피를 내면 왜 위장이 살아나나요?"

"그건 나도 몰라, 아직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활법에는 이렇게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한 기술들이 많이 있어."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거라면 안믿는 사람들도 많겠네요?"

"믿고 안믿고는 자유지. 굳이 안믿는 사람들에게 믿어 달라고 할 필요는 없어."

"그런데 왜 사람들은 활법을 잘 모르지요? 저도 어머니가 다치시기 전에는 몰랐거든요."

"활법은 무인(武人)들에게 전수된 비법이야. 일반사람들은 잘 모를수도 있지. 예로부터 무술에는 활법(活法)과 살법(殺法)이 존재 했는데, 처음에는 살법부터 배우게 되지."

"이왕이면 활법을 먼저 배우는게 좋은게 아닐까요?"

"그럴수도 있겠지만 살법을 배우는 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되는지를 알게 되지. 원인을 알고 치료를 한다면 더 확실하게 고칠수 있지 않겠어?  치료법을 알고서 원인을 찾는것 보다 빠르겠지."

"그렇겠네요."

"활법은 척추를 통해서 인체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학문이기도 하지. 그래서 일단은 척추에 대한 구조와 기능이 어떤지를 아는것이 중요해. 각 척추 마디마디마다 그에 해당하는 영역이 있거든."

나는 스승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일단 두개골 밑으로 경추가 7마디, 흉추가 12마디, 요추가 5마디가 있는데, 요추는 간혹 4개가 있거나 6개가 있는 사람들도 있어."

"허리만 그런건가요? 아님면 경추나 흉추도 갯수가 다른 사람이 있나요?"

"아니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경추나 요추에 대해서는 뼈마디가 더 있다던지 덜 있다던지 하는 보고는 없어."

"허리뼈의 갯수가 다르다는건 기형이라는 건가요?"

"엄격히 말하자면 기형이겠지. 하지만 그걸 기형이라고 말하지는 않아."

"갯수가 다르면 다른 특별한 문제가 있나요?"

"허리뼈가 6마디인 사람이 X-ray를 찍어보면 허리뼈 중에서 어느 한마디가 위의 척추보다 작은뼈가 있는 경우가 많지."

"......."

"허리뼈 마디가 작다는건 그만큼 아래에서 받쳐주는 힘이 모자르다고 볼수도 있겠지. 그럼 통증이 나타나지 않겠어?"

"척추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뼈마디가 큰가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그래야 앉아있거나 걸어다닐때 무리가 가지 않겠지."

"허리뼈 마디가 작아서 통증이 오는건 어떻게 고칠수 있나요?"

"고칠수 없어. 다만 허리뼈마디를 잡아주는 근육을 강화시킴으로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할수는 있겠지."

"통증을 가라앉힐수는 있지만 원인을 고칠수는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하지만 통증만 사라진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는것 아니겠어? 더이상 악화 되는것도 막을수 있고.."

"고칠수 없다는게 좀 아쉽긴 하네요."

"척추와 척추 사이에는 추간판이라고 하는 섬유질이 있는데 둥글게 생긴것이 디스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디스크라고도 하지."

"디스크는 LP판을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그런데 이런 추간판이 모든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건 아니야. 두개골과 경추1번, 경추1번과 경추2번 사이에는 추간판이 없어. 엉치뼈라고 하는 천골과 꼬리뼈 사이에도 추간판은 없지."

"추간판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질문이 너무 앞서가는것 같아. 척추 마디의 생김새도 알아야 하고, 척추가 하는 역할도 알아야 하고.. 그렇게 중간에 질문을 하면 설명하는게 순서를 잃어버릴수 있으니까 하나씩 끝날때 질문을 받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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