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3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손을 대지 않았어.
이제는 식탁까지 기어가서 식탁을 붙잡고 일어나는것도 어려우신가봐.
누군가가 밥상을 차려 드려야 했지.
어머니는 된장국에 밥만 있으면 잘 드셨어.
틀니도 잃어버려서 씹을 수가 없는거야.
그동안 보청기를 사드린 것만 해도 6~7개 쯤 될거야.
모두 잃어버렸지.
보청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어.
더우기 뭔가에 쌓서 어느 구석에 있으면 쓰레긴줄 알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거야.
틀니는 어머니 혼자 화장실에 가셨다가 변기에 빠뜨렸는데, 어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변기 물을 내려버렸대.
틀니도 다시 해드렸지만 잇몸이 많이 상해서 아프다고 하시더라구.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게 대략 8년은 된 것 같아.
그 중에서 2년 정도는 치매인줄 모르고 지냈고, 치매를 알고부터 대략 6년 정도 흐른셈이지.
시간이 흘러감에 자식들도 지쳤어.
자연스럽게 <요양원>에 모시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
"요양원 들어가면 오래 못살고 곧 돌아가신다는데.."
"그럼 니가 평상시에 좀 잘하던지."
이런 말을 들을때면 정말 짜증이나.
누나들은 매일 와서 어머니가 드시도록 밥도 해놓고 국거리도 만들어 놓고 하지만 잠시 왔다가 가는 것이고, 그걸 차려드리거나 밤새 잠 못자고 어머니와 함께 있는건 나거든.
나도 환갑이야.
집에서야 막내지만 젊은 나이가 아니라고..
나에 대해서 공은 없고 잘못만 있는듯 말하는건 기분이 나쁠수밖에..
그러나 어쩌겠어?
누나들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드시겠지. 연세들이 있으니까..
어쨋건 요양원 말이 나오면 모두가 침울해졌지.
그러나 어머니 때문에 일을 하기가 어려운건 맞아.
가끔 내가 출장일이 생기면 누나들과 먼저 상의를 하고 누나들이 시간이 된다고 해야 일을 잡을수 있으니까..
거기에 내가 저녁시간엔 아르바이트를 했거든.
그러니까 저녁시간에는 누나들 중에서 한사람은 집으로 와서 어머니와 함께 있어야 했지.
누나들도 가정이 있고 자기들의 일이 있는데 쉬운일은 아니지.
어머니는 모든 일에 관여를 하시려고 했어.
하찮은 일이라도 어머니는 자신도 알고 싶어 하시는거야.
말을 해도 금방 잊어버리시곤 다시 물었지.
말을 안하면 <내가 늙었다고 너희들이 나를 무시하는구나>하고 섭섭해 하시고, 말을 하면 그 말에 자신의 생각을 합쳐서 엉뚱하게 생각하시는거야.
어머니는 항상 자신을 어디다 버리고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것 같았어.
그런 생각에 모든걸 그런쪽으로 연결시켜서 생각하셨지.
자식들이 어머니께 바라는건 이런거였어.
그냥 가만히 계시다가 뭔가 드시고 싶은게 있으면 사오라고 하고, 언딘가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모시고 다녀올텐데..
누나들이 국거리를 사들고 들어오면 뭘 사왔냐, 얼마주고 샀냐, 어디서 샀느냐 말하고, 국을 끓이면 소금은 넣었냐, 양념은 뭘 해라, 어떤 냄비에 해라 등등 말씀이 많은거야.
그런데 그런 말들이 한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이 되니까 자식들이 피곤한거지.
한번은 내가 출장을 다녀와서 정말 피곤했던 날이 있었어.
그냥 자고만 싶었지.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 어머니와 함께 있던 누나가 일어났어.
"피곤하겠구나, 쉬어라. 난 가볼게."
누나가 가고나서 자리에 누웠어.
어머니가 내 옆으로 오시더니 한마디 하시는거야.
"아까 누나들이랑 무슨말 했니?"
"아무말 안했는데요?"
"그러지 말아라. 내가 뭐 눈치도 없는줄 아니? 니네들이 무슨말을 했는지 엄마도 알아야 할게 아니냐?"
"난 지금 들어왔잖아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내가 늙었다고 너도 날 무시하는구나. 내가 널 얼마나 의지하고 사는데."
"엄마, 나 피곤해요. 일하고 들어왔잖아요? 내일 이야기 해요."
"그러지말고 무슨 말을 했는지 나에게 말해라."
어머니는 내 옆에 앉아서 계속해서 나에게 말하라고 했어.
뭘 알아야 말을 하지.
잠을 잤으면 좋겠는데 잠도 못자게 하지..
나는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한대 피웠어.
그냥 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지.
다시 들어가니 어머니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어.
"아까 무슨말 했니?"
"아무말도 안했다구요. 잠 좀 자게요~."
나는 어머니께 짜증을 내기 시작했지.
어머니 혼자 놓고 밖에 나갈수도 없고, 집에 있자니 잠을 잘 수도 없고, 정말 힘들었어.
이래서 사람들이 요양원에 보내고 살인사건이 나고 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