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어머니 요양원 가시던 날 2

전통활법 2022. 10. 14. 10:16

앞서 말한것 처럼 어머니는 안(安)씨 성에 소띠야.

우리나라에서 <고집>하면 안,강,최 라는 말이 있잖아?

1등 고집인 안씨성에 소띠 고집도 있거든.

우리 어머니는 아무도 못이겨.

거기에 이제까지 스스로 모든일을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일손을 놓지를 못하신다는거야.

어머니가 모든걸 다 하셔야 되는거지.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은 많이 짰어.

치매 때문에 미각을 잃으신건지, 연세가 있어서 잃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인가부터 음식이 싱겁다면서 소금을 왕창 넣으시더라구..

누나들이나 내가 한다고 해도 어머니는 막무가내셨어.

자식들이 하는건 왠지 탐탁치 못했나봐.

그리고 어머니는 무서움을 많이 타셔서 혼자 계시지를 못해.

누군가는 항상 옆에 있어야 하지.

때문에 나는 여행이란걸 모르고 살았어.

어디든 가서 1박을 할 수가 없었거든.

한편으론 어머니가 부럽기도 했고, 그 부러운 마음이 질투라고 할까, 증오라고 할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지.

고생을 많이 하시긴 했지만 누나들 덕분에 해외여행도 여러곳 다니시고, 값이 꽤 나가는 옷도 입어 보시고, 금반지나 금목걸이 또는 보석도 가져보셨거든.

그런데 나는 결혼도 못했지, 그러니까 당연히 자식도 없지, 나이들어서는 어디 여행도 못다니지..

죽을때가 되더라도 내 옆에서 날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지..

이런 생각들로 인해 어머니께 짜증도 많이 냈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점점 심해졌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어머니는 혼자서 외출을 할 수 없었어.

혼자서 걷지를 못하셨지.

그래서 밖에 나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없었지.

방에만 계시는게 안타까워서 휠체어를 대여해서 바람이라도 쐬러 가자고 하면 

"내가 병신이야? 그런걸 타게."

하고 화를 내셨어.

어머니는 걸레와 행주를 구분하지 못하셨어.

행주를 빨아서 방을 닦는건 그런대로 괜찮은데, 걸레를 빨아서 그릇을 닦으면 아주 힘들었지.

어머니는 미각 뿐 아니라 청력도 나빠지고, 냄새도 못 맡으셨어.

"엄마 몸에서 냄새가 나요. 오늘은 목욕좀 합시다."

누나들이 와서는 말했지.

"내 몸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어머니는 화를 내셨어.

같은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 나는 냄새도 괴로웠고, 길게 못 주무시고 자꾸 나를 깨우는 바람에 낮에도 항상 피곤했었지.

 

"여기 돈 니가 가져갔니?"

어머니는 내가 도둑질이라도 한 것 처럼 나를 의심했어.

"얼마나 있었는데요?"

나는 적은 액수라면 그냥 드리려고 물어봤는데 어머니의 대답은 의외였어.

"가져간 사람이 얼만지도 몰라?"

기가 막혔어.

"엄마가 화 안낼테니까 바른대로 말해. 네가 가져갔지?"

나는 어머니 방을 구석구석 뒤졌어.

그리고는 20여 분 만에 찾아냈지.

어머니가 잃어버렸다는 돈은 신문지에 쌓인채로 비닐 봉지에 넣어서 조그만 가방에 넣은 뒤에 입은지 오래된 어머니의 코트 안주머니에 있었어.

어머니는 나를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이런 일들은 자주 반복 되었지.

 

어머니는 요양보호사를 부르는걸 원치 않으셨어.

모르는 남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였어.

"자식들이 일을 못해요. 하루에 3시간 정도라니까 요양보호사를 부릅시다."

"나 혼자서도 못하는게 없는데 왜 남을 집에 끌어들여? 부르지 마라."

어머니는 매우 단호해. 

어머니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보호사를 부르면 난리가 나거든.

결국 요양보호사는 부르지 못하고 자격증이 있는 큰누나가 인천에서 창신동을 매일 왕복했지.

큰누나도 곧 80세야.

요양보호사를 부를 나이에 어머니에게 매일 출근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