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무인광고

전통활법 2022. 9. 23. 13:56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쑥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해.

누가 볼까 쪽팔리다는 생각이 들지.

사실 누가 보면 어때?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면 굳이 남의 눈길을 의식 할 필요는 없어.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 로비에는 각각의 입간판들이 세워져 있어.

당연히 내 것도 세워져 있지.

내 입간판 앞에 책을 같다 놓으려는 생각을 했었어.

<필요한 사람들은 가져가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놓아 둘 생각이었지.

광고도 할 겸, 활법의 간단한 기술들도 공유 할 겸 해서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드는거야.

관리실에서 아무말 하지 않을까?

경비들은 뭐라고 안할까?

지나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말이야.

 

관리실에서 놓지 말라고 하면 다시 들고 들어오면 되는거잖아?

아무말 없으면 그냥 놔둬보고 말이야.

그런데도 약간의 쑥쓰러움이랄까..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밤에 같다 놓을까도 생각했지.

그러다가 문득 20여년 전 초등학교 앞에서 체육관 로고가 찍혀 있는 노트를 나눠주면서 쌍절봉을 돌리던 생각이 났어.

그때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지.

아이들이 교문을 나오면서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진 않을까? 등등..

몇 번을 망설인 끝에 노트를 차에 실고 학교로 향했어.

차를 한쪽에 주차시켜 놓고는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렸지.

운동장을 거쳐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이 보이길래 정문 앞에서 혼자 쌍절봉을 돌리기 시작했어.

곧 아이들이 내 주위로 둥글게 모여들더군.

쌍절봉을 돌려본 사람들이라면 알거야.

쌍절봉을 돌려봤자 고작 1분 내외의 시간이야.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는거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내 허리 정도의 키밖에 안되.

쌍절봉을 멈추고 둘러싼 아이들에게 노트를 한 권 씩 나누어 주었어.

아이들이야 좋아하지.

새 노트가 한 권 생겼잖아?

광고지라면 아이들이 받아서는 아무데나 버리고 갈테지만 노트는 안버리거든.

노트를 다 쓸데 까지는 체육관 홍보가 되는 셈이지.

아이들이 한마디씩 하더군.

"아저씨 누구에요?"

"아저씨 태권도체육관에서 왔어요?"

"에이~, 우리 사범님보다 못돌린다."

 

입간판 앞에 박스를 놓고 그 안에 책을 넣어 두었어.

물론 <필요한 분들은가져가세요.>라는 문구도 써 붙였지.

그리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두시간쯤 있다가 입구에 와봤어.

책은 한권도 남지 않았고, 박스도 사라졌더군.

박스는 남아 있을줄 알았는데..

문득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났어.

"그렇게 놔둬서 필요한 사람들이 책을 가져가서 홍보가 되면 좋은데, 만약 폐지 줍는 할머니가 가져가 버리면 어떡할거에요?"

"폐지 줍는 할머니가 그런것도 가져갈까?"

"그럼요, 벼룩시장이나 교차로같은 생활정보지도 모두 가져가 버리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