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내가 글쓰는 방법 5 <개미와 베짱이>

전통활법 2022. 6. 19. 14:05

개미와 베짱이는 60대가 되었어요.

개미는 몸도 아프고 외로웠습니다.

가족이 옆에 없으니까요..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었어요.

개미는 지나간 날들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짚어봤어요.

`나는 왜 그토록 일만 했을까.. 결혼은 왜 했을까.. 가족이란게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지금 현재 자신이 아파도 누구하나 거들떠 보는 가족이 없었어요.

"내가 몸이 좀 안좋아. 이제 아이들도 다 컸으니 당신만이라도 돌아오면 안돼?"

"왜? 어디 아파? 그럼 병원엘 가야지. 멀리 있는 나에게 전화하면 어쩌라구?"
개미는 슬펐어요.

자신이 병원에 입원했을때, 혹은 죽었을때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지, 또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봤어요.

그런 상태가 된다면 귀국은 하겠죠.

그게 나를 위해설까, 남은 재산 때문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개미는 이혼을 생각했어요.

 

베짱이도 몸이 아팠어요.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그러나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었지요.

이제는 기운도 떨어져서 예전처럼 양아치 노릇도 하기 어려웠어요.

"천원만 줘."

베짱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는 구걸을 했어요.

어쩌다 누군가 돈을 주면 바로 소주를 사서 마시고는 취하서 아무데서나 누워 자는 노숙자가 되었어요.

 

개미가 생각하기에 베짱이에게도 부러운점이 있었어요.

젊었을때는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아무데서나 돈없이 먹고 마시고, 늙어서는 아무데서나 잠을 자는 그런 자신감이었죠.

개미는 누구에게도 시비를 걸줄 몰랐어요.

누군가 시비를 걸어와도 개미는 먼저 사과하고 피하는 입장이었어요.

`나에게도 저런 자신감이 조금만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베짱이는 개미가 많이 부러웠어요.

젊었을때부터 열심히 일을 하더니 아이들도 유학을 보내고, 집도 크고 재산도 많고..

`나도 노후는 생각하고 놀았어야 하는데...`

 

어느날 개미가 길을 가다가 길에 누워있는 베짱이를 보았어요.

잠을 자고 있지는 않았지만 술에 취해 기운이 없이 누워 있었죠.

그래도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개미는 베짱이가 측은하게 생각되었어요.

개미는 베짱이에게 다가가서 말했어요.

"어디 아프신가요? 뭐 먹고 싶은것 있으면 말해봐요."

베짱이는 힘에 겨워 겨우 실눈을 하고는 개미를 보았지만 할 말이 없었어요.

"........."

"우선 간단하게 뭘 좀 먹읍시다."

개미는 빵과 우유를 사다가 베짱이에게 주었어요.

그러나 베짱이는 빵을 먹을 기운도 없는지 꼼짝하지 않았어요.

"안되겠네, 병원부터 가봅시다."

개미는 구급차를 불러 베짱이를 병원으로 데려갔어요.

 

베짱이의 병은 알콜중독에 영양실조였어요.

밥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돈이 생기면 술만 먹었으니까요.

"의사선생님 말씀 잘 들었죠? 어떡하실래요?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이참에 술도 끊고 건강을 다시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내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개미님께 괴롭힘만 주고 나쁜 행동만 했는데, 왜 날 도와주려는 거죠?"

"친구 같아서 그래요. 나이도 비슷할테고 한 동네에서 같이 오래 살았잖아요?"

"나 같은건 빨리 죽어야 하는데.. "

"이세상을 그렇게 살다가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요? 한번쯤은 죽기전에 남을 위해서 봉사도 해봐야죠."

베짱이는 개미에게 할 말이 없었어요.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지난날 개미를 괴롭혔던 일들이 후회스러웠죠.

말을 못하고 있는 베짱이에게 개미가 말했습니다.

"그럼 생각이 있는걸로 알고 가볼게요. 열심히 병원생활 하시고 힘들어도 강한 의지력으로 이겨내세요. 몇일 후에 또 들릴게요."

 

베짱이는 개미가 너무 고마웠어요.

`이제부터는 정말 열심히 살아봐야지.`

베짱이는 다짐을 했어요.

 

개미는 베짱이가 퇴원을 할 때를 생각해서 여러가지 옷과 신발을 샀어요.

`넓은 집에 나혼자 살기도 적적한데 같이 살자고 할까?`

생각하다가 같이 산다는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조그만한 전셋방을 하나 마련했어요.

 

베짱이는 기력을 되찾고 퇴원을 했습니다.

개미의 도움으로 생활할 집도 생기고, 여러가지 옷에 냉장고에는 음식도 꽉 채워져 있었어요.

"우선 몸을 추스려야 하니 당분간은 나와 같이 운동을 합시다."

개미와 베짱이는 매일 조깅을 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녔으며 주말에는 등산을 했어요.

베짱이의 몸은 정상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뭐든지 직업을 한가지 가져보세요."

"일을 하라구요? 나는 기술도 없는데요?"

"기술이 없어도 건강한 몸이 있잖아요? 정상적인 일이 부담되면 어디 아르바이트라도 하세요."

 

베짱이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했어요.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겪일제 근무였어요.

근무를 하던 어느날 한 입주자에게서 인터폰이 왔어요.

"오늘 고구마 한 박스가 택배로 올건데요, 집에 아무도 없으니 좀 받아주세요."

잠시후 고구마가 와서 경비실 안쪽에 보관했어요.

저녁이 되자 낮에 연락왔던 입주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고구마 왔나요?"

"네, 경비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에 도착했으니까 우리집으로 좀 같다 주세요."

"네? 저보고 같타 달라구요?"

"아니, 여보세요! 집에 나 혼자 있는데 여자가 어떻게 고구마 박스를 들어요? 당연히 갔다 줘야지.."

"알겠습니다."

베짱이는 고구마 박스를 들고 입주자의 집으로 갔어요.

"잠깐만 있어 봐요."

입주자는 베짱이 앞에서 고구마 박스를 개봉했어요.

"이거 일부 가져갔어요?"

베짱이는 어이가 없었어요.

"아니 고구마 박스에 고구마가 한가득 있어야 하는데 빈 공간이 많잖아요? 솔직히 말해요."

고구마는 박스의 4/5 정도 들어 있었어요.

"저는 택배기사가 가져온 그대로 보관했다가 가져다 드린겁니다. 박스는 건들지도 않았어요."

"어머, 이 아저씨 말하는것 좀 봐.  그냥 알았습니다. 하고 물어내면 될 걸.."

"제가 가져가지도 않았는데 뭘 물어내란 말입니까? 나 참, 더러워서..."

"뭐라구요? 당신 짤리고 싶어?"

"난 모르는 일이니까 맘대루 하세요."

베짱이는 뒤돌아서 집을 나왔어요.

그리고나서 몇일후 관리소장의 호출을 받았지요.

"베짱이님 죄송하지만 다른곳을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원래 아파트란 곳이 그래요. 입주민에게 밉보이면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안좋은 말이 가게 되고, 입주자대표회장은 같은 주민이기 때문에 입주민의 말을 안들어 줄 수가 없어요.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미안합니다."

베짱이는 경비 일을 그만두어야 했어요.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요.

문득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어요.

`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들도 많이 힘들었겠네.. 내가 젊었을때의 죄를 지금 벌 받는 건가 보다.`

베짱이는 자신을 도와준 개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