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귀신 2
다섯명의 아줌마 귀신들은 꿈을 꿀 때마다 나타났다.
하는 말은 항상 같은 <여기서 나가라> 라는 말이었고, 나는 항상 그들과 말다툼을 하였으며 꿈은 드라마처럼 매일 이어지는 내용으로 꾸었다.
나는 절에 찾아가 스님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귀신들이 좀 쎄네... 가장 좋은 방법은 거기서 나가는 거야."
"수련생들 인원도 있고, 다른곳으로 갈 돈이 없어요."
"음... 그럼 한 번 고사를 지내봐. 크게 차릴건 없고, 간단하게 매월 한번씩 지내도록 해."
고사를 지내는 날이면 기가 막히게 새로운 수련생이 한사람 등록을 했다.
그리고 한달 동안 다른 수련생이 한사람 그만두었다.
체육관 수련생은 항상 같은 인원수였다.
한사람이 그만두고, 새사람이 한명 들어오는 수입과 고사비용을 계산해보면 조금씩 손해였다.
체육관 형편은 조금씩 기울어 갔는데, 뭔가 열심히 하면 될것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만둘수가 없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갔다.
7개월째 고사를 지내던 날, 나는 제삿상 앞에 앉아서 한마디 했다.
"저는 지신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라고 가정하고 한말슴 올리겠습니다. 야, 이 개새끼야. 사람도 이정도 성의를 보이면 뭔가 잘되게 도와주겠는데, 신이라고 하는 새끼가 이게 뭐냐? 안되면 확 안되게 하던지, 아니면 좀 도와주던지.."
제사를 지내고 한 달 동안 수련생들은 반으로 줄었다.
역시 신에게 반항하는것은 안되는 일인가 보다.
속이 상해서 연일 술을 마셨다.
어느날인가 술에 취해서 새벽에 들어와 체육관 바닥에서 잠을 잤는데 누군가 내 머리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체육관 문을 잠그지 않고 열어 놓았기에 어느 친구가 와서 나를 내려보나보다 하고 생각하고는 잠에서 깨기 싫어서 그냥 눈을 감고 있었는데 누군지 몰라도 계속해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하던지, 아니면 그냥 가던지 기다렸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짜증을 내면서 눈을 뜬 순간 깜짝 놀랐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하고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벌떡 일어나 자세를 잡고 다시 본 순간 여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경.
2~3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잠이 깬 상태로 다시 잠이 오지도 않을것 같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내 눈에 바닥에 고인 물이 보였다.
내가 들어온 이후로 억수같이 비가 온 모양이다.
비는 계단을 넘어 내려 흘러 지하 체육관 바닥에 고였던 겄이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수련장으로도 넘쳐 들어올 판이었다.
결국 이번에 나타난 귀신은 나를 도와주려고 했던것 같았다.
나를 도와주는 귀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토막이 된 수련생들을 데리고 체육관을 계속 운영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만 5년 동안 운영했던 체육관을 아쉽지만 문을 닫았다.
한동안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사범님, 체육관 언제부터 다시 해요?"
체육관을 접은지 10년 정도 되었을때 다시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내가 아직 체육관을 하고 있었고, 수련생들은 엄청 많았다.
꿈에서나마 행복했고 즐거운 수련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꿈을 자주 꾸었다.
`혹시 체육관이 나를 부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님을 찾아가서 물었더니 그동네에 가지 말라고 한다.
가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더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가보았다.
체육관을 하던 자리는 그대로 있었고, 1층은 정육점으로, 체육관을 했던 지하는 그냥 창고로 쓴다고 했다.
창고를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주인이 거절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 후 나는 다시 그곳에 체육관을 개관하는 꿈을 꿨고, 꿈속에서 나는 다시 고전을 하고 있었다.
지금 체육관을 접은지 30년이 다되어가지만 요즘도 가끔은 체육관 꿈을 꾸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