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싫다는걸 권하지 맙시다.

전통활법 2022. 1. 24. 13:37

"왜 아직까지 결혼을 안하셨어요?"

"중 팔잔가 보죠."

"중들도 결혼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태고종 같은 경우는 그렇지요. 중팔자라는건 혼자 살면서 바르게 살라는 뜻이겠죠 뭐."

"하나님을 일찍 만났더라면 결혼을 하셨을텐데.."

"제 사주에 고독살이 있어요. 여자한테는 과부살 같은거죠. 어차피 결혼 했다면 누군가 내 각시 될 사람이 고생 많이 했을거에요. 그렇게 보면 누군가 고생을 안시켰으니 좋은거죠."

"그러니까 하나님을 일찍 만났더라면 결혼도 하고 부인이 고생도 안했을거에요."

 

이 사람은 모든걸 하나님과 연관을 시켜서 말한다.

이런 사람을 보면 괜히 짜증이 나면서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미션스쿨이라고 하는 기독교 재단 학교를 다녔다.

입학식때부터 기도로 시작하던 학교.

학생들이 어떤 종교를 갖던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하나님만 찾는 학교.

3년동안 어쩔수 없이 다녔던, 다시 다니라면 절대로 다니지 못할 학교.

 

내가 고등학교를 진할할 시기에 인문계 고등학교는 학생의 생각과 관계없이 추첨제로 학교가 설정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내 생각과 괸계없는 기독교재단의 학교를 배정 받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가자 선생님이 말을 했다.

"불교 믿는 사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자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너희들은 불교를 그만 믿고 교회를 나오도록 해."

다시 묻는다.

"아무것도 안믿는 사람?"

또다시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자 교회를 다니라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를 했다.

기독교 학교니까 교회로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 다음 말이 나의 귀를 의심케 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

아까보다 조금 더 많은 학생들의 손이 올라갔다.

"너희들은 지금 다니는 교회를 그만두고 우리학교 재단인 ㅇㅇ교회로 나오도록!"

이게 뭔가?

같은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다니던 교회를 그만 다니라니..

 

고등학교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나는 1학년 4/4분기 등록금을 아직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나를 학교에서는 2학년 어느반에도 등록시켜 주지 않았다.

나는 등록이 안된채로 아무 교실이나 들어가 앉아 있었는데 들어오는 선생님들마다 나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넌 우리반이 아니니까 가방 챙겨서 나가라."

등록금을 못냈다고 나를 교실에서 쫒아 냈었는데 어느 한 선생님이라도 나를 이해해주거나 모른척해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나는 1학년 4/4분기와 2학년 1/4분기 등록금을 낸 후에야 반과 번호를 배정 받았다.

 

2학년 음악 실기시험이 있었던 날 새로바뀐 음악선생님은 우리들이 어떤 노래를 배웠는지 모른다면서 음악 교과서에 있는 노래로 아무거나 불러 보라고 했다.

차례대로 앞으로 나가 한사람씩 노래를 불렀는데, 한 학생이 음악교과서에 없는 찬송가를 불렀다.

"뭐야, 찬송가잖아? 기특한 녀석. 너 100점."

분명 그 학생이 부른 찬송가는 음악교과서에 없는 노래였는데, 찬송가라는 이유만으로 100점을 준다는 것에 불쾌해졌다.

내 차례가 오자 나는 그 학생이 했던것 처럼 앞에 나가서 두손으로 책을 펴서 들고는 노래를 불렀다.

"둥글고 또한 밝은빛은 우주를 사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듯 했다.

그러나 노래의 마지막 가사에서 <부처님>이란 단어가 나오자 음악선생님은 나의 따귀를 때리면서 말했다.

"싸가지 없는 녀석, 넌 0점이야."

나중에 성적표가 나왔을때 정말로 0점 처리가 된것을 보고 학교가 다니기 싫어졌다.

 

3학년 졸업을 할 무렵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여러분들이 지금은 서로 연락하며 지내겠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연락도 끊기고 서로 보고 싶어도 어디에 사는지 몰라서 볼 수가 없을거야. 그래서 학교 차원에서 너희들이 다시 만나고 연락할 수 있도록 동창회를 만들어서 연락해줄건데, 동창회를 할 때 신문광고도 내고 하려면 돈이 들어야 하잖아?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동창회 비용으로 1인당 3천원씩 걷는거야."

학생들은 이의없이 모두 3천원씩 접수했다.

1학급에 60명씩 10개 반이 있었으니 1백8십만원이 입금되었겠지만 나는 졸업한 이후로 우리 학교에서 동창회를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40년이 흐를도록 말이다.

 

내가

기독교를 싫어했던건 30대 초반까지였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

기독교가 잘못된게 아니라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 중 일부가 잘못되었다는것을..

기독교 교리는 아주 좋다.

기독교 교리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사랑>인듯 하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이 좋은 교리대로 참되게 살아간다면 아주 좋을텐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몇몇 기독교인들을 싫어한다.

찬송가가 나오는 카세트 테입을 들고 다니면서 등에는 커다란 십자가를 메고 길을 걷는 할아버지들.

종로길을 걷다보면 하루 한번 마주치게 되는 할아버지들이다.

전철 안에서 시끄럽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들.

요즘 같은 시기에 하지 말라는 집회를 열어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늘어나게 만드는 사람들.

주변인들을 괴롭히면서까지 전도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일에 대해서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하나님만 찾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