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51

전통활법 2021. 2. 15. 07:02

아침 여섯시에 장충동의 합기도장으로 갔다.

여성 관원들이 3명, 남성 관원이 2명이 있었는데 모두 20대 초반으로 나와 비슷한 또래들로 보였다.

오늘은 나에게 첫날이어서인지 조관장님도 나와 계셨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운동하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기술들을 가르쳐주실 사범님이야. 인사들 하고 지내."

다섯명의 관원생과 나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곧바로 운동에 들어갔다.

지휘는 조관장님이 하셨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웃으면서 장난치듯 수련하는 모습은 나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무슨 운동을 장난으로 하나? 수련비가 아깝지 않은 모양이네..`

"내일부터는 여기 이사범님이 여러분들을 가르쳐 줄거야."

나는 내일부터 이사람들과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오늘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데요?"

"어제 근육을 풀어놔서 그럴거에요. 몇일 지나면 괜찮을겁니다."

"움직이는데는 좀 편해진것 같아요. 아프면서도 편해지니까 좋으네요."

"오늘은 근육을 풀때 많이 아플거에요. 그래도 웬만하면 참으셔야 합니다."

어깨에 손을 올리자 부녀회장님이 순간 움찔 놀라신다.

오늘은 정말 손만 대도 아픈가보다.

이렇게 통증이 심할때는 근육을 눌러서 푸는것보다는 비벼서 푸는것이 좋다.

손바닥을 근육에 대고 서로 마찰을 하듯 손바닥을 좌우로 비벼댄다.

이때 속도는 너무 느려도 안되고 너무 빨라도 안된다.

손바닥으로 근육을 비벼댐으로써 근육에 열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1분 정도를 비벼댄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서 천천히 풀어주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깊이 누르면서 근육을 풀어주면 나중에는 세게 풀어도 통증이 거의 없다.

어제 풀어준 부분만 풀어 준다면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깊은곳까지 풀어주어야 한다.

풀어주는 쪽의 팔을 들어 뒷목을 잡으라고 한 상태에서 어깨를 풀면 속근육까지 쉽게 풀 수 있다.

속근육을 풀기 시작하자 부녀회장님이 신음소리를 낸다.

어제 풀어준 부분이 아닌 새부분이기 때문에 아플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통증을 최대한 약하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감수하기로 한다.

오늘부터는 교정도 같이 실행한다.

처음 시작할때는 정성을 다하여 최대한 빨리 끝내야 소문이 난다는 이사범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골반교정을 시도한다.

오른쪽이 상향되었으니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쪽 무릎을 굽히고는 뒤꿈치를 엉덩이 쪽으로 누르면서 동시에 골반의 오른쪽을 아래로 밀면서 교정한다.

엎드린 상태에서 두 다리를 들었다가 살며시 내려 놓으면서 뒤꿈치를 비교해본다.

역시 상향된 골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 역시 신기함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스승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교정에 임한다.

 

 

"태권!"

언제봐도 귀여운 아이들이 체육관으로 하나 둘씩 들어온다.

국기원 승품심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당분간은 국기원에 가는 아이들 위주로 수련을 해야 한다.

1품 심사는 태극1장부터 태극8장까지의 품새 중에서 2개의 품새를 보고, 1분 정도의 겨루기를 한다.

2개의 품새는 정해진게 아니기 때문에 8가지의 품새를 모두 알아야 한다.

전체 아이들을 세워 놓고 태극1장을 구령에 맞추어 연습하고, 구령없이 연습시킨다.

똑같은 품새를 두번씩 연습하는 셈이다.

태극1장밖에 모르는 아이들은 벽쪽에 앉히고 태극2장을 똑같은 방법으로 연습시킨다.

태극2장이 끝나면 아직 태극3장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벽쪽에 앉는다.

이렇게 태극8장까지를 연습시킨다.

품새 연습이 끝나면 비슷한 실력을 가진 아이들끼리 겨루기를 시킨다.

품새나 겨루기에 대해서 문제는 없다.

다만 체육관에서 여러명이 모여서 연습을 하던 아이들이 국기원을 갔을때 수백명 앞에서 떨지 않고 잘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때문에 가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서도 품새를 시켜본다.

사실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국기원 승품심사에서 불합격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품새를 한 두 동작 틀리더라도, 겨루기에서 얻어 맞고 울더라도 떨어지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아직은 단(段)으로 인정을 안해주는 품(品)이라지만 어차피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 나이가 되면 품에서 단으로 교체해주기 때문에 태권도체육관을 다니면서 수련한 사람들의 단은 그렇게 높은 실력은 아니다.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수련한 사람들에게 체육관에서 수련한 사람들은 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루 7~8시간 이상 수련하는 학교와 하루 1시간 수련하는 체육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