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술집 매너

전통활법 2020. 6. 23. 11:31

어제 아는 형님을 만나 친구와 셋이서 한 잔 했습니다.

1차로 호프집에서 소맥으로 한 잔 하고, 형님의 단골집인 7080 주점으로 갔어요.

위스키를 좋아 하시는 형님은 7080 주점에서 최고의 VIP 손님이었지요.

술을 외상으로 마실지언정 팁은 확실하게 주는 사람.

외상값이 많아져도 조금도 깍지 않고 깔끔하게 갚는 사람.

술이 취하면 조용히 집으로 가는 사람이었으니 술집 사장의 입장에서도 최고로 좋은 손님일겁니다.

 

1차로 알딸딸해진 세사람이 주점으로 들어가자 근무하는 아가씨(?)가 위스키를 셋팅합니다.

안주를 물어보지 않고 과일과 비스켓, 낱개로 포장된 치즈를 가져옵니다.

아마 단골이니까 식성을 알아서 주는듯 생각했지요.

위스키를 개봉하자 일하는 여성 둘과 사장이 모두 테이블에 앉습니다.

여섯명이 위스키를 마시니까 한병이 금방 비워지네요.

사장이 종업원에게 눈짓을 보내자 위스키를 한병 더 가져옵니다.

형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개봉하네요.

내가 계산하는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형님은 위스키를 좋아는 하시지만 많이 마시는편은 아닙니다.

친구도 이미 취해서 왔으니 많이 마시지는 못하구요..

아마 여성들이 옆에 없었다면 한병으로도 술이 남았을지 모릅니다.

 

"친구야, 오늘은 내가 좀 취하고 싶으니까 나좀 책임져라."

"그래, 어차피 나는 내일 일이 있어서 많이 마시면 안돼. 내가 끌고라도 갈테니까 맘껏 마셔라."

여사장도 한마디 합니다.

"술 취하면 그냥 여기서 주무셔도 돼요, 이불이랑 다 있으니까."

"그럼 아침에 눈뜨면 문은 어떡하라구요?"

"그냥 닫아 놓기만 하고 기시면 돼요."

두병째 마시던 술은 어느새 바닥이 나있었습니다.

"한 잔 더 마시려고 하니 술이 없네."

내 말에 기다렸다는듯이 사장이 종업원에게 말합니다.

"한병 더 가지고 와."

여성이 술을 개봉하려는걸 내가 막았어요.

"아냐, 따지마."

"어차피 큰오빠가 다 계산 할텐데, 그냥 따."

여사장의 말이 참 기분 나쁘네요.

여기서 형님은 VIP가 아니라 호구인것 같습니다.

위스키는 개봉되었고, 옆의 여성이 나에게 한 잔 따라줍니다.

이미 개봉된 술이니 한 잔을 받는데, 여사장이 나에게 한마디 하네요.

"얘들 오만원씩만 차비하게 주세요."

갑자기 짜증이 나는걸 참았습니다.

"주고 싶은데 돈을 안가져 와서.."

"카드도 돼요."

어이가 없지만 모르는체 했어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오만원 벌기도 힘든데..

형님을 포함하여 나까지 호구가 되는 기분이었지요.

 

이미 술값은 엄청 나왔을 것입니다.

여기서 가만 있으면 또다시 새 위스키를 가져올지도 모르구요.

내가 탁자에 머리를 대고 취한척을 했어요.

친구의 부탁으로 여성이 설탕물을 가져다주네요.

설탕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탁자에 엎드려 있었더니 형님이 그만 일어나자고 하십니다.

여성이 나를 흔들어 깨웁니다.

나는 그냥 엎드려서 모른척 했지요.

이번에는 사장이 나를 심하게 흔들며 깨웁니다.

내가 일어나서 비틀거리다가 다른 테이블 쇼파 앞에서 땅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형님이 VIP라면 아까의 말대로 나를 쇼파에라도 눕히고 이불을 가져다 주겠지.

"쇼파에라도 좀 눕게 해."

친구의 말에 여성이 나에게 와서는 일어나라고 합니다.

두번을 말하더니 내가 미동을 하지 않자 그냥 가버립니다.

"내가 저 덩치를 어떡게 하라구.."

친구와 여성들이 나에 대하여 말다툼을 하는듯 했습니다.

 

5분이 지나도록 나는 땅바닥에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불을 덮어주기는 커녕 내쪽으론 눈길도 안주네요.

내가 친구에게 카톡을 했습니다.

"계속 있을거야?"

친구가 나에게 와서는 가자고 말합니다.

형님은 언제 가셨는지 안보입니다.

 

역시 술집은 정(情)과 돈이 비례하는것 같습니다.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술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