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법 이야기 8
왜 학교 다닐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기독교 재단인 학교였다.
당시 인문계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지망을 하는게 아니라 연합고사에서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들에게 추첨식으로 배정을 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입학을 하게 된겄이었다.
집안이 불교였던 나는 처음부터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고, 학교는 이런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
입학식날부터 헌금을 걷는 학교, 매주 월요일 첫시간은 강당으로 모여서 예배를 시작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종교를 원하던, 원하지 않던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각각의 학생들에게 어떤 종교를 믿는지 조사를 했다.
아무런 종교도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교회를 나오라고 전도를 한다.
불교를 믿는 학생들에게는 그런 종교를 뭐하러 믿느냐고 하면서 역시 교회를 나오라고 전도를 한다.
깜짝 놀란것은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전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 교회 다니지 말고, 우리 교회로 와. 우리 교회가 훨씬 좋은 곳이야."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던 무렵, 나는 2학년 1/4분기 등록금을 내지 못했고, 그 댓가로 2학년 교실중 어느반 교실의 출석부에도 내이름은 없었다.
교실에 앉아 있다가 각 과목의 선생님들로부터 쫒겨나는 일도 자주 있었다.
2학년도 한달이 지난 4월 어느날에 1/4분기 등록금을 내었고, 반은 배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학년 2/4분기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일 종례시간마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었고, 이로인해 다른반에 비해 우리반만 늦게 끝나는 일이 많았다.
같은반 친구들은 시간이 갈수록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가만 있으면 위험해질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처음으로 담임선생님에게 반항을 했다.
"이형석 나와!"
"네."
교실 앞쪽의 교단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러놓고는 훈화를 시작한다.
"너 왜 등록금을 안내는거냐?"
"돈이 없어요."
"돈이 없으면 어디서 빌려서라도 가져와야지, 왜 너만 등록금을 안내는거야?"
"돈이 생기는대로 낼거에요."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모르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들고 있던 지휘봉이 내 머리를 강타한다.
심하게 아픈건 아니지만 기분은 나쁘다.
"등록금을 언제 가져올거냐고?"
"제가볼때 선생님도 그렇게 잘사시는것 같지는 않은데요.. 지겟꾼 마음은 지겟꾼이 알아준다고 하던데, 선생님은 왜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몰라줍니까?"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담임선생님에게 항변을 한다는건 한반에 한둘 있을까한 껄렁껄렁한 애들에게나 가능한건데, 평소 말도 안하던 내가 담임선생님에게 항변을 했으니 친구들도 놀랐나보다.
"뭐라구? 이자식이.."
"아니면 선생님이 먼저 좀 내주시던지요. 집에 돈이 없으니까 못내는거지, 집에 돈을 싸놓고도 안내겠습니까?"
아이들이 와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담임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나를 교무실로 가있으라고 하고는 종례를 마쳤다.
교무실에 가서 담임선생님의 자리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지나가는 다른 선생님들이 한대씩 때리면서 지나간다.
"너는 뭘 잘못해서 여기 왔어?"
"......."
"이녀석봐라? 뭐를 잘못해서 왔냐구?"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못낸게 죕니까?"
"이녀석이 뭘 잘했다구 성질을 내."
선생님이 주먹을 쥐고는 나의 머리에 알밤을 때린다.
지나가던 다른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를 더 짜증나게 만든다.
"그런 자식들은 혼을 내줘야 해요, 이참에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세요."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못낸게 결국은 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잠깐 고등학교시절이 생각났지만 좋은 기억은 없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별로 다니고 싶지 않은 학교였다.
협회에 들어가니 여느때처럼 이기대사범님이 계셨다.
이기대사범님은 미군들에게 합기도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내가 활법을 배울때 도우미 역할을 해주셨던 분이다.
별로 크지 않은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평소에는 힘없이 건들건들 걷다가도 수련시간만 되면 눈에서 광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가르쳐주는것만 배우면 안돼. 질문을 많이 하라구. 그래야 실력이 느는거야."
그는 나에게 이왕 배우는거 확실하게 배워야 한다고, 어정쩡하게 배우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내가 좀 있다가 들어갈테니까 그사이에 이사범에게 전환법좀 배우도록해."
스승님께서는 이기대사범님에게 나를 가르키며 전환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이기대사범님은 나에게 전환법을 가르쳐주면서 전환으로 이루어진 호신술을 가르쳐주었다.
여태껏 수련했던 합기도의 호신술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었다.
내 몸을 앞으로 돌고, 뒤로 돌고 하는 사이에 호신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게 놀라웠고 재미있었다.
"왜 다른곳이랑 호신술이 다르지요?"
"원래 합기도의 호신술은 이렇게 전환을 하는거였어. 1968년에 북한의 김신조 일당이 박정희대통령을 죽이겠다고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던적이 있었지. 결국 대부분 사살되었고 김신조는 사로잡았는데 그의 싸움 실력이 엄청났었다고 하네. 그걸 보고는 박정희대통령이 모든 기술을 일격필살의 기술로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설이 있어. 그 이후로 합기도 호신술이 바뀌었다고 들었네."
"네...."
"일격필살의 호신술이라고 하는것들이 실제로는 쓸 수 없는 기술들이 더 많지. 때문에 여기서는 합기도 원래의 호신술을 가르쳐 주는거야. 확률적으로는 전환 호신술이 더 가능할걸? 물론 여기도 일격필살의 호신술도 가르치고는 있어."
나는 호신술에 회전이 들어가면 상대를 제압하기가 더 쉬워지겠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