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법 이야기 7
"두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들은 붙이고 양손의 엄지손가락 두번째 마디를 서로 맞닿도록 하지. 이때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아래 두툼한 살 부분이 엎드린 사람의 등근육에 완전히 밀착되어야 하네."
"네."
"양손의 손가락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벌려주면서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밑의 두툼한 부분을 엎드린사람의 목 방향을 향해 올려주는데, 반드시 상대방의 등근육과 밀착이 된 상태여야 하네. 완전히 올려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누르는데, 방향은 수직방향에서 45도 상향 방향으로 하는 것이야. 누르는 강도는 5cm정도 깊게 누른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는거지."
"왜 상대방의 등근육과 밀착을 시켜야 하나요?"
"완전한 밀착이 안된다면 교정이 잘못될 수도 있고, 근육의 손상이 나타날수도 있기 때문이야."
"아~."
"손바닥을 누를때에도 두 손이 뒤로 왔다가 누르면 안돼, 밀착시킨 힘을 뺐다가 다시 누르면 안된다는거지."
활을 쏘기 위해서는 활시위를 당겨야 할텐데, 누른 상태에서 그대로 더 눌러야 한다는게 쉬운 동작이 아니어서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활법을 배우는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때로는 1시간 반정도, 때로는 2시간, 약간의 이론과 실기를 배우는데 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아마도 활법을 배워야만 한다는 집중력과 매일 모르던 것들을 알아간다는 재미에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듯 했다.
체육관에 들어서서 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태권!"
체육관에서 아이들은 군대처럼 거수경례를 한다.
언제부터 인사를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절도있는 동작과 씩씩한 모습을 지도하기 위해서라고 들은적이 있다.
운동 시간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서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집합~!"
아이들이 줄을 맞추어 정렬한다.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 아이들 중에서 급수가 제일 높은 아이가 앞줄의 제일 오른쪽에 서고, 급수순으로 줄을 맞춰서 선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아이는 제일 뒷줄에 서는데, 이는 앞의 아이들을 보면서 따라서 하라는 의미도 있다.
태극기를 향해서 정렬을 하고는 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다.
"차렷!. 국기에 대하여 경례!"
모든 아이들이 국기를 향해서 오른손 주먹을 왼쪽 가슴에 올린다.
손바닥을 펴서 왼쪽 가슴에 올리는게 정상이지만 체육관에서는 무도인이란 의미로 손바닥 대신에 주먹을 올리는 것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시작~!!"
아이들이 웅변을 하듯 큰 소리로 또박또박 합창을 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할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바로!"
태극기를 향하던 내가 뒤를 돌아 아이들을 향해서 서면 급수가 가장 높은 아이가 인사를 시킨다.
"차렷! 사범님께 경례!"
"태권~!!"
준비운동을 하고 아이들을 둘씩 짝을 지워준다.
급수가 높은 아이와 급수가 낮은 아이로 짝을 지워주고는 급수가 높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라고 지시한다.
아이들은 지시를 받은대로 후배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1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에 모든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도록 하고 급수가 높은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30~40분이 지나면 아이들을 정렬시킨다.
"제자리 앉아!"
"태권!"
아이들은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듯 위로 뛰어 올랐다가 책상다리로 앉는다.
이런 동작들도 절도있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인데, 어쩌다 오시는 부모님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시곤 한다.
아이들에게 윗옷을 벗게 하고는 한명씩 앞으로 불러내서 엎드리게 하고는 척추를 진단해본다.
여전히 척추의 이상 느낌은 느껴지지 않지만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느껴지겠지..
"안녕하세요?"
"어서와~."
약사님이 환히 웃으시면서 나를 반겨주신다.
"오늘도 많이 배웠어?"
"네, 많이는 배웠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아직은 얼마 안되서 그럴거야,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건데 뭘."
"그래도 재미있어요."
"그래, 뭔가를 배운다는것, 알게된다는건 굉장한 즐거움이지. 오늘은 뭐가 궁금한데?"
"뇌하수체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뇌하수체란 뇌의 가운데 위치하는 작은 내분비샘이지. 우리 몸에 대한 호르몬 분비를 총괄하는 기관이야. 전엽과 후엽으로 나눠지고 각각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서 생식과 발육, 대사에 관여를 하고 있지."
"뇌하수체가 잘못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일단 전엽에서는 성장호르몬, 유즙분비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성선자극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이 분비되고, 후엽에서는 항이뇨호르몬, 자궁수축호르몬 등이 분비 되는데 만약에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가 안된다면 성장이 안되겠지? 유즙분비호르몬에 문제가 생기면 여성이 젖이 안나오니까 아이를 기르는데 문제가 생기겠지?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되겠지."
"네.. 그런데 단어들을 잘 모르겠어요. 성장이란 단어는 알겠는데, 유즙, 부신피질, 성선, 항이뇨...처음 들어봐요."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나?"
"죄송합니다. 학교 다닐때 공부를 잘 못해서... 솔직히 후회하고 있어요."
"아냐 아냐~ 후회할 필요는 없지. 지금이라도 공부한다는 자체가 중요한거야."
"네."
"사과즙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
"사과를 꽉꽉 짜서 만드는거 아닌가요?"
"그래, 여성의 젖을 짜서 나오는 모유를 유즙이라고 하지. 부신피질을 설명하기가 좀 그런데... 이걸 설명하려면 스테로이드, 콜레스테롤 같은 모르는 단어들이 또 나올거야. 그럼 그걸 또 설명해야 하고..그냥 신장의 안쪽 윗부분에 붙어 있는 신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둬. 성선이란 생식선을 말하는거고, 갑상선이란 목 앞의 가운데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이고... 또 뭐였지?"
이때 약국으로 손님 한사람이 들어왔다.
"술 깨는약 주세요."
약사님은 일어나서 K제약의 드링크를 꺼낸다.
"120원이요."
손님이 드링크를 마시고 나간다.
"비싼데요? 저쪽 약국에선 100원 이던데.."
"비싸게 파는것도 있겠지, 또 우리가 그쪽보다 싸게 파는것도 있을거야."
"그런가요? 하하."
"아까 어디까지 했어?"
"아니에요,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것 같아요. 일단은 간단하게만 알아 둘게요."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되는 경우도 있을거야."
"네, 오늘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그래 또 놀러와~."
머리가 어지럽다.
궁금은 한데 너무 길게 질문을 하는것도 죄송하고..
의학 서적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는데, 월급타면 한권 사서 봐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