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이야기

활법 이야기 1

전통활법 2020. 3. 24. 03:58

"3월 22일에 낙매수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어머니가 다니시던 정릉에 위치한 조그만 절의 주지스님의 말씀이었다.

1981년 2월의 어느날 평소 어머니가 다니시던 절에 나와 함께 갔었다.

스님은 어머니의 사주를 물어보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저 얼굴만 바라보시고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마치 신을 모신다는 무속인 처럼 말이다.

`왜 저런 말을 할까..`

사람의 미래를 안다는건 사람들의 일생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게 아닌가?

정해져 있는 인생이라면 뭐하러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한단 말인가?

한편으론 우습기도 했지만 왠지 한쪽에서는 걱정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그날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3월 22일.

그날은 일요일이어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점점 강해져서 바람을 동반하여 세차게 퍼붇고 있었다.

장독대 위로 설치한 빨래줄에는 달랑 수건 한장이 걸려져 있었다.

"저 수건이 비에 젖겠네, 들여 와야겠다."

어머니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면서 장독대로 향하신다.

그걸 보고 있던 내가 바로 일어나서 쫒아갔다.

"제가 내릴게요."

"내가 내린다는데 왜그래?"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를 보면서 손으로 나를 밀쳐낸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어머니가 살짝 밀쳐낸 그 손에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가 1m 정도 밀리면서 넘어진 것이었다.

내가 넘어진 순간 어머니는 장독대로 올라가셨고, 수건을 잡으면서 옆으로 떨어지셨다.

불과 5초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X-ray 결과 허리의 4번째 뼈가 왼쪽으로 심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고, 어머니의 자식들은 고민에 빠졌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니 안할수도 없고, 수술을 하자니 주변에서 잘못된 경우를 여러번 봤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술은 마지막 방법이니 우선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동덕여고 앞에 중국사람이 하는 한의원이 있었는데, 꽤 용하다고 소문이 난 곳이었다.

중국 한의사는 조금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면서 어머니의 맥을 짚어 보시고, 허리를 만져 보셨다.

"당신은 약이 없어."

"약이 없다뇨? 그럼 어떡해야 합니까?"

"그냥 집에 가서 소꼬리나 푹 삶아서 국물을 먹고, 누워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소꼬리를 먹으면 낳을수 있는건가요?"

"이건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니야."

한의원을 나오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약이 없다면 사형선고를 받은게 아닌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말하기 시작했다.

병은 알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러사람들에게 알리다 보면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당시 합기도 스승님이었던 정찬두관장님에게도 말씀 드렸더니 너무나 쉽게 답이 나왔다.

"그거? 활법을 알면 별거 아니야. 모시고 와봐, 내가 봐드릴테니까."

너무 기뻤다.

나는 바로 어머니께 말씀 드렸고, 어머니와 함께 합기도 체육관에 갔다.

정관장님은 어머니를 엎드리게 하시고는 등부터 허리까지의 모든 척추의 좌우 끝부분을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셨다.

마치 한마디 한마디를 차례대로 누르는듯 보였고, 한번 누를때 3초 정도 누르는것 같았다.

마지막 허리뼈를 누르고는 다시 등의 첫번째 뼈부터 누르기를 3회 정도 반복했다.

스승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엄청 힘이 드는것 같다.


"엄마, 관장님이 모래쯤 다시 오시래요, 계속 봐드린다구요."

"아니다, 안갈란다. 그거 너무 아프구나. 참느라고 힘들었다."

어머니는 웬만해서 아프다는 말씀을 안하시는데, 정말로 많이 아프셨나 보다.

좀 천천히 좋아지더라도 안아프거나 덜아프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는 내가 직접 활법이란걸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